野 단독 표결로 ‘방송 4법’ 통과... 거부권·재표결·폐기 수순 밟은 듯

지난 26일 방송통신위원회법, 27일 방송법, 29일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에 이어 방송 4법 중 마지막 순서로 한국교육방송공사법이 30일 오전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본회의를 통과하고 있다. 여당의 5박 6일 필리버스터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방송4법 강행 처리가 마무리됐다. /이덕훈 기자

5박 6일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이어온 ‘방송 4법’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단독 표결로 국회를 모두 통과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법안은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실익 없는 소모전이 이어지자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바보들의 행진을 멈춰 달라”고 호소했지만, 다음 달에는 ‘노란봉투법’ 등을 놓고 필리버스터 정국이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30일 국회 본회의에선 국민의힘이 퇴장한 가운데 방송 4법의 마지막 법안인 교육방송공사법(EBS법) 개정안이 재석 야당 의원 전원(189명) 찬성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법안이 국회로 되돌아오지만, 재의결에 필요한 200석이 확보될 가능성이 낮아 폐기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108석을 확보한 국민의힘이 반대하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오후 시작된 방송 4법 필리버스터는 5박 6일간 총 109시간 53분에 걸쳐 진행됐다. 법안마다 ‘법안 상정→필리버스터→강제 종결→표결’ 수순이 반복됐다. 필리버스터는 1차 방통위법(24시간 7분·의원 7명), 2차 방송법(30시간 20분·의원 6명), 3차 방문진법(30시간 46분·의원 8명), 4차 EBS법(24시간 40분·의원 3명) 등 총 24명이 발언했다. 4차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선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13시간 12분간 발언해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은 윤희숙 전 의원이 2020년 국정원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12시간 47분간 발언한 것이다.

방송 4법은 KBS·MBC·EBS 등 공영방송의 이사진을 확대해 정부·여당의 영향력을 낮추고, 이들에 대한 임명권이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결 방식을 바꾸는 내용을 담았다.

여야는 다음 달 국회에선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을 두고도 소모전을 되풀이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법사위에서 이 법안들을 처리한 뒤 본회의 표결에 부친다면, 국민의힘은 또다시 각 법안에 대해 24시간 필리버스터로 맞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