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예술과 스포츠 그리고 장인정신이 묻어난 파리 올림픽
100년 만에 파리에서 다시 열리는 2024 파리 올림픽은 안전, 교통, 환경 등 각 분야에 대한 프랑스의 도전이자 자산이면서 다음 세대 올림픽에 대한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다.
이번 대회는 파리 전체를 완전히 개방된 축제의 장으로 연출했다. 콩코르드 광장, 에펠탑 광장, 역사적인 기념물인 그랑팔레, 엥발리드에 마련한 경기장은 프랑스 역사가 깃든 명소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교통을 통제해 불편하지만 프랑스 문화는 교통의 편리함보다 중요하다는 그들의 자부심이 배어난다.
하이라이트는 센강에서 펼쳐진 화려한 개회식과 센강에서의 수영 경기라 할 수 있다. 2017년 하계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파리시는 프랑스 정부와 함께 7년간 14억유로(약 2조1052억원)를 투입해 센강의 수질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센강에서는 올림픽, 패럴림픽의 철인3종 수영 종목과 수영 마라톤으로 불리는 오픈워터 스위밍 경기가 열린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에 따르면 내년부터 파리 시민들은 정화된 센강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영장 20개 규모인 5만㎥의 물을 채울 혁신적인 지하 탱크 기반시설과 열린 공간에서의 대담한 경기장 연출 등 그들의 대회 준비는 스포츠인들만이 아니라 건축, 디자인, 음악, 예술, 디지털, 수자원 분야 등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융합적인 작품과 같다. 프랑스의 스포츠 정책을 따라가다 보면 부처 간 매우 복잡하게 연결되어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운데 특정 부처가 핵심적 역할을 하기보다 공적 서비스에 여러 부처와 민간기관들이 협력적으로 연결되어 시너지를 내는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2024 파리 올림픽은 그들만의 복잡하고 상호작용이 강한 행정 체계와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프랑스에는 올림픽과 같은 메가 스포츠 이벤트를 연구하는 경제학자가 많다. 이들은 올림픽을 개최한 도시들이 적자에 허덕이는 승자의 저주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마크롱 대통령도 “대회는 대회로 치른다”는 말을 자주 언급했다.
이번 대회가 열리는 경기장의 95%는 기존 경기장이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메인 경기장 스타드 드 프랑스 건설로 도시재생에 성공한 센생드니 지방은 이번에 파리 대도시 프로젝트에 기반하여 올림픽 선수촌과 미디어센터, 아쿠아센터가 들어서면서 더욱 혁신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대회 개최 비용은 80억~100억유로, 매출은 90억~110억유로를 예상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개최한 올림픽 중 가장 적은 비용이다.
대형 이벤트인 올림픽의 명암은 파리시에도 있다. 관광객의 증가로 숙박비가 치솟았다. 그 결과 집주인들은 기존 월세 세입자를 내쫓고 하루 숙박비가 평상시 월세에 맞먹는 에어비앤비 고객을 맞이하고 있다. 또한 대회 기간 다리 밑 노숙인의 강제 이동 등 사회적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파리 외곽의 빈곤지역에 사는 청소년들에게 올림픽 관람은 부유한 사람들의 전유물로 비치고 있다.
한국 선수단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래 48년 만에 가장 적은 규모이다. 일부 종목의 예선 탈락 등 이유가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그동안 혁신 없는 행정을 해온 체육계와 눈치보기 행정을 한 정부의 결과물은 아닌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디테일한 정책 차이를 넘어 비전과 철학의 부재로 인한 문제다.
올림픽은 평화와 우수성을 표현하는 대회다. 남녀 선수 50%씩 참가한 이번 파리 올림픽은 프랑스 문화를 선보이는 데 손색이 없어 보인다. 구슬땀을 흘리며 준비한 우리 선수들의 선전을 기대하면서, 세계 최고의 관광도시에서 펼쳐지는 올림픽을 자기만의 색깔로 연출하고 있는 파리 시민들의 노력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지 생각해볼 일이다.
신재휴 서울시립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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