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채상병 청문회 불방 질의에 "저널리스트 양심 따라"
유튜브 중계 '분열 초래' 주장, '반론권 보장 안돼' 답변도…"국힘이 얘기해야 반론인가"
기아타이거즈 '북한군' 비유 야구 채널 콘텐츠에 "제작 자율성 많이 보장되고 있어"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KBS 사측이 국회 채상병 특검법 청문회를 중계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조회 수를 올리는 데 너무 급급”하다가 “자칫 사회 갈등과 분열을 초래한다고 보고 있다”며 “저널리스트로서 상식과 양심에 따라서 맞춰서 하는 것”이라고 했다.
25일 공개된 KBS 7월 시청자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이근우 KBS 통합뉴스룸 취재1주간은 관련 질의에 “KBS 뉴스라든지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여야 논쟁이라든지 특검법안 요지, 과거 사례들과 비교해 성실하게 보도해왔다고 자부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해당 청문회를 방송한 SBS·MBC와 종편은 형평성과 공정성을 어겼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는 “타사의 판단은 제가 언급하는 게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을 피했다.
박진현 시사제작국장의 경우 “공정성이 심대하게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이날 시청자위원들이 주요 지상파·종편 중 KBS의 유튜브 채널만 해당 청문회를 생중계하지 않았다는 전제로 질의했는데, 박 국장은 “MBC를 제외한 나머지 다른 방송국들 또한 저희와 비슷한 차원에서 'TV 생중계'를 하지 않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박 국장은 “채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가 저희 입장에서 보면 반론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은, 어떤 일방적 정당에 의해 진행된다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실질적으로 그렇게 진행되어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청문회 생중계 여부를 정하는 기준이 있냐는 질문을 두고 “사안별로 판단하는 것이지 이럴 땐 이렇게 해야 한다 이런 엄정한 잣대 같은 건 없다”며 “그렇게 할 경우 오히려 더 편성의 자유나 이런 부분이 위축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류삼우 부사장은 “방송법 제4조에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이라는 게 들어간다”라며 “입법 취지를 존중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김소형 시청자위원회 부위원장은 “KBS 사측이 밝힌 사유는 여권에 유리한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읽혀질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에서 이번 대응은 매우 우려스럽게 생각한다”며 “사회적 관심을 받는 사안에 대한 언론 보도의 중심에는 권력자의 안위보다 공중의 알 권리가 늘 우선되어야 함을 새겨주시기를 부탁”했다. 최경진 위원장은 채상병 특검법 청문회는 갈등성, 특이성 등 면에서 뉴스가치가 있다며 KBS 대응이 “시청자 입장으로서 이해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관련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30일 “사측 간부이 내놓은 불방의 이유란 것이 너무나도 편향적이고 편협한 답변이라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수준”이라며 “국회법에 따라 진행된 청문회, 더구나 국민적 관심사가 쏠린 청문회를 방송하는 것과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불방 결정을 하는 것 중 무엇이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사회적 공론형성에 도움이 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청문회가 '반론권'이 보장되지 않아 문제라는 사측 답변에는 “사건 관계자들의 발언은 반론이 아닌가. 혹시 국민의힘 의원들이 얘기해야 반론이 된다고 보는가”라고 지적했다. 류 부사장의 방송법 언급을 두고는 “방송법 4조는 언론이 권력을 정당하게 비판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지 이번 청문회 불방처럼 언론이 국민 눈을 가리고 정권의 부당한 행사를, 입다물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7월 회의에선 지난 1일 KBS의 야구 리뷰 유튜브 채널 '야구잡썰' 콘텐츠가 기아타이거즈를 북한군에 비유한 논란도 언급됐다. 초반 14대1로 앞서던 기아가 15대15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한 것을 6·25 전쟁에 빗대면서 북한에 기아타이거즈, 남한에 롯데자이언츠 로고를 삽입한 이미지를 쓴 일이다. 당시 한국프로야구(KBO)리그를 “정병(정신병) 리그”라고 표현하는 등 정신질환 혐오 문제도 지적됐다.
심병일 스포츠사업제작부장은 “또 한 번 사과드리겠다”며 “데스킹 절차가 없어 방송 사고가 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튜브가 재미를 추구하는 면이 있다. 또 다른 공중파 프로그램보다 연출자들, 제작자들의 자율성이 많이 보장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이런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다.
김은균 위원의 경우 KBS가 소외계층 대상으로 운영하는 3라디오에 대해 재방송 비율이 높고 자체제작이 적다고 지적하는 한편 '장애인 대상'보다 '장애인 참여형'을 강화할 필요성을 제안했다. 이에 최기석 사회공헌방송부장은 “3라디오 역시 공사의 재정 절감안에 동참하고 있다. 2021년 3라디오 정규제작비가 11억4000만 원이었는데 2024년 올해에는 예산에서 13% 감축된 9억9000만 원으로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며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방송의 양적 확대와 질적 제고를 도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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