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은 우연의 연속…항상 우발적인 사건에 대비해야[윤지호의 투자, 함께 고민하시죠]
7월 들어 글로벌 증시가 요동을 친다. 주가 변동성이 커지자 대중은 이유를 궁금해하고, 기자들은 기사로, 애널리스트는 자료로 이에 답한다. 백가쟁명식의 다양한 의견이 나오지만 누구도 알 수 없다. “이번에는 다르다”라는 표현을 금융가에서는 경계하지만, 매번 하락의 이유는 같지 않다. 반복되는 패턴을 찾아보지만, 사건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 시간이 지나간 뒤에 꿰맞춘 것에 불과하다. 많은 일들이 모두 그저 ‘과거에 그랬지’라는 말로 뭉뚱그릴 수 있다면 편할 텐데, 이러한 접근은 투자자를 위험한 상황으로 내몰 뿐이다.
1963년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는 ‘결정론적이고 비주기적 흐름’이라는 논문을 발표한다. 기상 현상을 통해 카오스란 개념을 소개했다. 해안선은 원이 아니고, 번개도 직선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는 비선형의 세계다. 원인을 잘 알면 결과를 통제할 수 있다는 인과론적 결정주의에 의구심을 던졌다. 1987년 10월19일 블랙 먼데이는 카오스 개념을 금융시장에 소개하는 계기였다. 하루 22.6% 폭락의 원인 규명에 미국 정부가 나섰지만, 아직까지도 그 원인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최소한 하루에 기업의 펀더멘털이 22.6% 하락한 것은 아닐 것이다. 공식적으로는 대통령 직속위원회에서 ‘포트폴리오 보험’이 하락을 가속화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주가가 내려오면, 위험을 줄이기 위해 선물 매도로 하락을 방어하고, 선물 매도로 주가가 더 내려오면 다시 선물 매도가 대응하다 보니 하락이 가팔라졌다는 설명이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선택한 전략이 오히려 전체 변동성을 촉발시킨 셈이다. 초깃값의 미묘한 차이가 크게 증폭되는 로렌츠의 ‘나비효과’가 1987년 주가 변동성 팽창의 원인이었다.
주식시장 예언자들의 예측이 빗나가는 것은 이러한 금융시장의 비선형성 특성 때문이다. 주식시장은 투자자들의 합리적 행위 결과가 아니다. 가격은 빈번하게 이상 현상을 보이고, 투자자들은 이를 활용해야만 위험도 피하고, 비합리적 버블 시기에 큰돈을 벌 수도 있다. 큰 상승도 우발적이지만 큰 하락은 더더욱 그러하다. 어디에선가 모래알이 떨어져 모래산을 쌓기 시작한다. 끊임없이 모래알은 쌓이다가 어떤 순간에 모래알 하나로 작거나 큰 산사태가 생기면서 무너진다. 원인과 결과라는 시각에서 모래알 산의 붕괴는 모래 한 알 때문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모래알 산이 붕괴된 것은 모래알이 쌓여가며 이미 붕괴를 잉태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도 다르지 않다. 군중심리와 다양한 사건이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모래알 산을 쌓아가듯이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임계 상태에 이르게 되면 작은 사건 또는 가격 변화만으로도 금융시장 충격이 뒤따를 수 있다.
이러한 세계에서 우연은 중요하다. 아주 작은 우발성이 큰 변화의 출발일 수 있다. 7월 들어 예상치 못한 사건이 이어졌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총격을 받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사퇴했다. 보안 소프트웨어와 MS윈도의 충돌로 파란색 화면 BSOD(Blue Screen of Death)가 항공과 의료, 금융 PC를 멈춰 세웠다. 거시 경제 변수에 대한 반응도 제각각이다. 어떤 날은 고용지표 부진을 금리 인하 기대로 인식해 호재로 반영하지만, 어떤 날은 고용 악화를 경기침체 가능성으로 받아들인다. 다양한 사건에 대해 뚜렷한 인과추론이 작동되지 않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예기치 않은 위메프·티몬 사건이 터졌다. 피해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이미 취약해진 자영업과 중소기업 생태계를 흔드는 연결고리가 경제 전반으로 파급될까 걱정이다.
7월의 변동성이 큰 변화를 예고하는 것인지 속단하기 힘들다. 작은 모래알 같은 사건이 출현해 언제 모래성이 무너질지는 알 수 없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는다. 단지 도취와 과열 뒤에 붕괴가 찾아왔다는 라임만 비슷할 뿐이다. 증시는 항상 우리의 기대를 벗어났다. 우리의 경험은 “경험하지 않은 사건”을 말하는 데 충분치 않다. 시장은 임계상태에 다가서 있고, 우리는 우발적인 사건을 대비해야 한다.
윤지호 LS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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