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하느라 꾸물꾸물” 女선수 비꼬다 잘렸다
유럽 스포츠 전문 채널 ‘유로스포츠’가 여자 400m 계영 경기를 중계하던 도중 여성 선수들을 향해 “화장 하느라 꾸물거린다”라고 발언한 해설위원을 해고했다.
유로스포츠의 2024 파리 올림픽 수영 해설위원인 밥 발라드는 지난 28일 호주 대표팀이 여자 400m 계영에서 우승하자 “여자 선수들이 방금 경기를 마쳤네요. 여자들이 어떤지 아시죠? 화장하느라고 꾸물거리겠죠”라고 말했다. 여자 선수들이 화장하느라 시상식이 지연될 것이라고 비꼰 것이다. 공동 해설위원인 전 영국 국가대표 여성 수영선수 리지 시몬즈는 발라드의 발언에 대해 “터무니없다”라며 “(여자 선수뿐 아니라) 남자 선수들도 그럴 때가 있다”라고 반박했다.
발라드의 발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며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한 네티즌은 “수영 중계에서 성차별이 일상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라며 “이런 일이 여전히 올림픽 중계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황당하다”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유로스포츠는 지난 28일 성명을 내고 “어젯밤 유로스포츠의 중계 도중 해설위원 밥 발라드가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라며 “발라드를 즉각 해설진에서 제외했다”라고 밝혔다.
발라드는 해설위원에서 해고된 직후 SNS에 “토요일 호주의 계영 우승 세리머니를 보며 제가 한 발언이 몇몇을 불쾌하게 만들었다”라며 “그럴 의도가 아니었고 누군가를 비하한 것도 아니다. 내가 그랬다면 사과하겠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나는 여성 스포츠의 열렬한 옹호자다”라고 덧붙였다.
파리 올림픽은 ‘성평등 올림픽’을 기치로 내세우고 있다. 국제올림픽방송위원회의 방송사인 올림픽 방송 서비스(OBS)는 촬영 담당자들에게 여성 선수를 성차별적 시선으로 촬영하지 말라고 공지했다.
야니스 엑사르초스 OBS 최고경영자는 “여전히 일부 경기에서는 여성 선수들이 성차별적 방식으로 촬영되고 있다”라며 “일부 촬영 담당자는 여성 선수를 남성과 다른 방식으로 프레이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엑사르초스는 “촬영 담당자와 영상 편집자가 무의식적 편견 때문에 여성 선수를 남성보다 더 많이 근접 촬영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여성 선수들은 외적으로 더 매력적이거나 섹시해서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최고의 운동선수이기 때문에 여기에 있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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