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대한민국 소멸 위기 극복, 헌법개정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2, 올해 0.68에서 2035년에는 0.61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군·구의 소멸고위험 지역은 2047년에 전체의 68.6%, 2117년에 96.5%로 사실상 나라 자체가 소멸 상황에 다다른다는 수치다.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인구학 명예교수는 이미 18년 전 유엔 인구포럼에서 대한민국이 인구소멸로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첫 국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지난 6월 한국고용정보원은 부산이 특별·광역시 중 처음으로 소멸고위험 지역에 접어들었다고 발표했다. 대한민국 소멸의 위기가 부산의 위기고, 부산의 소멸고위험은 대한민국 소멸의 위기임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연방제에 준하는 분권’ ‘참여정부때 보다 더 강력한 균형발전 추진’ ‘수도권초집중 해소를 위해 부산을 거점으로 한 남부권 발전 토대 마련’ ‘지역이 주도하는 분권형 균형발전’ ‘지방시대를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와 같은 슬로건이 반복되는 말 잔치에 머물고 있다.
특단의 대책, 가장 근본적인 처방이 시급하다. 대한민국을 운영하는 골간 체계, 그 뼈대인 헌법을 바꾸어야 한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우리의 위기는 주거교육 일자리 보건의료 청년 노인 여성 등 전반적인 분야가 얽혀 있는 구조적이고 총체적인 문제에서 비롯되면서 또 그것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에 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미래지향적인 국가운영 구조 재설계는 곧 정치와 행정 체계 혁신이다.
한 나라의 정치와 행정 운영체계가 모든 국가운영의 인프라다. 이 기초를 탄탄히 해야 한다. 현재의 헌법, 국가운영의 정치행정 기반은 허약하고 불안정하다. 승자 독식, 불비례성에 의한 과잉 대표성, 소수 배제, 다원적 국민의사 미반영 등의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대립과 갈등의 정치체계를 혁신하는 헌법적 규정을, 수직적이고 획일적이며 집권적인 행정 체계를 수평적 다원적 분산적 행정 체계로 바꾸는 헌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정치 체계 혁신의 핵심은 대의민주주주의 근간인 국민 대표성 확립을 위해 사표를 방지하는 정확한 비례성 규정 및 간접민주주의를 보완하는 헌법개정 발안권 등 국민참정권 확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수장 결선투표제, 개방형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정당설립 자유화 등의 선거법과 정당법 개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대통령 중임제, 국무총리 국회 선출 등을 통한 입법과 행정의 연계성, 책임성 강화 및 대통령과 국회, 내각의 권력균형 및 타협과 연합의 정치체계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행정 체계 혁신의 핵심은 자치입법권,자치재정권,독일식 지역대표형 상원 도입 등 중앙집권형,수도권집중형의 규정을 지방분권형,균형발전형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부총리급 인구전략기획부와 저출생수석비서관 신설이 진행되고 지역마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 가사노동을 포함한 외국인 노동자 유입에 나서고 있지만 국민생활과 국가존립의 근거인 헌법 체계를 현실에 부합하고 미래를 담보하는 방향으로 쇄신하지 않고는 근본적인 변화를 이뤄내는데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마침 우원식 국회의장이 헌법 개정을 공식 언급하고 대통령과 논의를 제안했다. 역대 국회의장이 취임 뒤 핵심 과제로 추진한 것이 헌법 개정이다. 국회 최다선에 속하는 국회의장은 오랜 국정 경험을 통해 현재의 국가운영 체계로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음을 체득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열렬 팬덤 중심 정치 현실에서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는 것에 얽매이지 않고, 정파적 이해를 떠나 객관적 입장이 되면 어느 정치인이라도 다 국회의장과 같은 생각과 입장을 가질 것이 자명하다. 극단적인 정쟁과 대결로 인한 정치 양극화와 수도권 초집중,지역소멸로 인한 사회 경제적 불균형의 확대 심화를 누구보다 가장 가까이서 파악하고 강한 문제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대한민국 소멸 위기 경보에도 아직 개원식도 열지 못하고 있는 22대 국회가 21대 보다 더 최악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으려면, 국회 자체의 무용론에까지 국민 분노가 폭발하지 않게 하려면, 지금 당장 헌법개정에 착수해야 한다. ‘대한민국 소멸 위기 극복, 헌법개정!’, 이것이 바로 절박하고 시급한 우리의 과제, 국민의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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