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잇감 던지는 스타 vs 무리한 누리꾼 수사…익명 폭로 피해, 잘못은 누구?[스경X이슈]

강주일 기자 2024. 7. 30.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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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폭로로 입길에 오른 방송인 박슬기(왼쪽부터), 사유리, 배우 허이재. 연합뉴스 제공



“톱 남자 배우가 내 매니저의 뺨을 때리고 욕설을 했다” “유부남 배우가 성관계를 요구했다” “원로 가수가 성관계 횟수를 질문 했다”

방송을 통한 연예인들의 익명 폭로는 대중에게 던져지는 신나는 놀잇감이다. 익명 폭로가 나오면 ‘누리꾼 수사대’는 사건이 발생한 시점과 상황을 재빨리 종합해 특정 인물을 유추하고, 이를 좌표 삼아 악플 테러를 이어간다.

최근 우후죽순 늘어난 스타 유튜브 채널에서 스타들의 연예계 비하인드 공개가 늘고 있다. 조회수를 높이고 구독자를 끌어들이는데 그 만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뒷담화나 범죄 피해 경험담이라면 더욱 그렇다.

문제는 애먼 피해자가 나온다는데 있다. 지난 주말, 파리 올림픽 만큼이나 뜨거운 이슈가 있었다면 바로 연예프로그램 리포터 출신 방송인 박슬기의 익명 폭로였다.

유튜브 채널 ‘A급 장영란’



박슬기는 지난 27일 동료 방송인 장영란의 채널 ‘A급 장영란’에 출연해 “라디오 생방송 일정 때문에 (영화 촬영) 현장에 늦게 도착했다”며 “사전에 전부 얘기가 된 상황이었는데 도착하니 모두 햄버거를 먹고 있었다. 나는 늦게 간게 미안해 매니저에게 햄버거를 양보했는데 한 배우가 ‘개XX’야, 네 배우가 못 먹는데 니가 먹냐?‘며 우리 매니저 뺨을 때렸다”고 말해 충격을 안겼다. 박씨는 남 배우의 폭력이 매니저의 햄버거 취식 때문이 아니라 자신을 기다리게 한 것에 대한 화풀이였다고 해석했다.

해당 발언에 누리꾼은 가해자 색출 작업에 나섰다. 그 결과 배우 이지훈과 안재모가 지목 됐다. 이지훈은 자신과 아내의 계정에 악플이 쏟아지자 SNS계정을 통해 “여러분의 추측은 아쉽게도 빗나갔다”고 밝혔다. 또 안재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하루 아침에 갑질 배우가 돼 속상하다”며 사실을 부인했며, 박슬기 역시 두 사람 모두 당사자가 아니라고 해명 하느라 진땀을 뺐다.

지난해 12월 방송인 사유리는 자신의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과거 성희롱 피해 사실을 고백했다. 그는 “십 몇 년 전 매니저가 없을 때 한 대선배인 원로가수가 ‘성관계를 몇 명과 했냐’고 묻더라”며 “너무 당황해서 ‘네?’하고 물었는데 똑같은 질문을 3번이나 반복 했다”고 폭로했다. 그의 폭로 후 온라인에는 신상털기가 시작됐고, 사유리는 지나친 관심을 의식한 듯 해당 내용을 삭제했다.

유튜브 ‘웨이랜드’ 캡처



그런가하면 지난 2021년 배우 허이재는 그룹 크레용팝 출신 웨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웨이랜드’에 출연해 활동 당시 상대 배우의 폭언과 갑질로 연예계 은퇴를 결심했다고 폭로해 파장이 일었다. 그는 “작품에서 만난 배우가 처음엔 잘해줬지만 어느 날 잠자리를 요구했다. 상대는 유부남이었고, 이를 거부하자 폭언을 하는 등 정신적인 고통이 컸다”고 고백했다.

이후 누리꾼 수사대는 한 배우를 지목했고, 해당 배우의 실명이 공개된 기사가 보도 되기도 했다. 이에 가해자로 의심 받은 배우의 팬들은 이미지 손상에 크게 반발해 “무분별한 억측”이라며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유튜브를 통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스타의 익명 폭로에 우려를 표하는 시선이 늘고 있다. 누리꾼들은 “사적인 감정으로 보복을 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정확치 않은 기억으로 상대를 무고할 수 있다” “애먼 피해자가 나올 것을 뻔히 알면서 하는 행동”등의 의견을 냈다. 한 누리꾼은 댓글을 통해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말의 무게를 알아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날렸다.

또 다른 한편에선 “그냥 연예인들이 좋았던 기억, 안좋았던 기억을 얘기하는 시간 정도로 봐주면 안되나” “누리꾼들의 무리한 수사가 여러 사람을 가해자로 내몬 것” 이라는 의견이 나오며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강주일 기자 joo102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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