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무능" "장난" 허울뿐인 티메프·금감원 MOU에 쏟아진 질타
대규모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를 빚고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티몬·위메프(줄여서 티메프)가 금융감독원과 맺은 경영개선협약(MOU)이 국회에서 처음 공개됐다. 금감원이 2년 전 문제의 조짐을 알고도 방치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던 대목인데 실제 상당한 경영 부실 징후가 발견됐음에도 당국이 아무런 실질 조치를 하지 않았음이 드러나 여야 모두로부터 질책이 나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송구하다"고 고개숙였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티메프 사태 관련 긴급현안질의 전체회의를 실시했다. 이날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 윤수현 한국소비자원장 등이 참석했다.
또한 논란의 중심에 선 구영배 큐텐(티몬, 위메프 모기업) 대표가 이번 사태가 불거진 이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구 대표 뿐만 아니라 류화현 위메프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 박준석 전자지급결제대행협회 회장도 이날 임의출석요구를 받아 국회에 나왔다. 임의출석은 출석의 강제 의무는 없다.
지난 25일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큐텐 등의)경영·재무 상황 악화와 관련돼 2022년 6월부터 경영지도 등 형태로 경영개선협약 양해각서(MOU)를 맺어 분기별로 관리를 했었다"고 했다.
이에 정치권은 MOU의 구체적 내용이 무엇인지 알아야 금감원이 관리감독을 제대로 했는지, 또 금감원 주장처럼 당국이 실제 대금 정산 지연 사실을 미연에 인지하고 방지할 수 없었는지 따져물어야 한다고 봤다. MOU 공개를 두고도 이날 회의 직전까지 정치권과 당국 사이에 줄다리기가 있었다. 금감원 측은 이날 현장에서 구 대표 등 회사 측 동의를 얻은 다음 MOU를 공개했다.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MOU에는 △경영지도비율 개선 의무 △경영개선계획의 성실한 이행 및 이행실적 보고 △경영개선계획의 수정 △경영개선계획 불이행시 조치 △MOU 효력발생 및 유효기간 △경영지도비율 개선 목표치 등이 담겼다.
MOU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는 유동성 비율 준수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유동성 비율이란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 대비 유동자산을 얼마나 보유했는지 나타내는 수치다.
예를 들어 티몬의 경우 2022년 6월말까지 유동성 비율을 51%, 9월 말까지 51%, 연말까지 50% 이상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반면 티몬의 경우 최근 유동성 비율이 18.2%에 불과해 50%에도 한참 못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티몬이 경영지도비율 준수를 하지 못했음에도 금감원으로부터 가시적인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해 말 2차 MOU를 맺으면서 '사업자에게 미상환, 미정산잔액 보호조치(신탁, 보증보험 등) 방법을 강구하고 노력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과하고 3년 내 비율 미준수시 분사를 유동하는 등으로 경영개선계획을 보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미정산잔액 보호조치는 수반되지 않았다.
이날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대목을 들어 "그러니까 이미 위험하다는 건 그 때 금감원도 인지를 하고 있었기 때문 아닌가"라고 지적했고 이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예"라며 "관리가 필요한 것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고 했다.
김 의원은 "그런데 (업체가) 이행을 안했다. 이행을 안하면 어떻게 할 생각이었나"라며 "2년간 금감원이 미이행 조치에 대해 아무 조치를 안 취했다면 금감원도 상당히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에 이 원장은 "어쨌든 별도 관리를 요구하는 등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진행하긴 했다"면서도 "이커머스 산업 전체에 대한 재무관리를 어느 정도 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선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 있다. 위원님들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송구하단 말씀 드린다"고 했다.
또 MOU에 따르면 경영개선계획 불이행시 금감원은 △인력 및 조직운영의 개선 요구 △경비절감 요구 △전자금융업 분사 유도 △전자금융업 등록 말소 유도 등을 조치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실제 이중 어떤 조치가 취해졌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제가 볼 때 티몬과 위메프의 올해 7월까지 누적 결손액은 최소 1조2000~3000억원 정도다. 그 돈은 조달이 불가능한 돈이다. 자본금으로 넣지 않으면 다 외부에서 수혈한 돈"이라며 "1조3000억원 이상이 피해액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국을 향해 "이 1조원을 어떻게 조달하나. 뭔 일을 했나"라며 "현장에서 그 문제를 발견했고, 입법 미비사항이 있었다면 건의를 해야 될 것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또 "경영개선계획서, 이것 봤지만 장난하는것"이라며 "집행기관에서 이 사실을 알았을 때 어떤 조치를 했나"라고 했다.
이에 이 원장은 "부족해서 송구스럽다는 말씀 드린다"고 했다.
또 이날 MOU에 따르면 티몬은 분기별 이행 계획으로 2022년 2분기 사옥 이전, 2022년 3분기 최대 500억원의 신규투자 유치, 2022년 4분기 신규투자 유치 최대 1000억원 등을 내놨다.위메프는 2024년 3분기 최대 1000억원 신규투자 유치 및 투자금의 20% 예치, 2024년 4분기 판매촉진 효율화 광고구좌 증설 등의 약속을 제시했었다.
500억원, 1000억원의 자금 유치의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지금 제시해 준 자료를 봐도 사후관리는 전혀 안 돼 있다"며 "(MOU가) 그냥 종이 쪼가리"라고 했고 강준현 민주당 의원은 금감원에 "방기했다"고 지적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이 원장을 향해 "MOU 내용 이행 상황을 확인하고 보고 받았나. 제대로 이행 안됐으면 무슨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아무런 조치를 안 취하지 않나"라며 "분기별로 (목표가) 나와있는데 왜 아무 경고를 안했나.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나. 제대로 보고는 받았나"라고 수차례 물었다. 그러면서 "이 부분을 (소관부서인) 디지털 금융국에서 제대로 업무를 안했으면 빨리 조사해 징계하라"고 했다.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유동성 관리에 대한 문제점은 (금융당국도) 인식하고 있었다. 조금만 신경 썼으면 지금과 같은 대규모 미정산 사태가 생기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며 "당국의 무능이 낳은 참사"라고 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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