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댐 지어 치수하겠다는 환경부, ‘골칫덩이 영주댐’ 잊었나
환경부가 30일 기후변화로 일상화된 극한 홍수에 대응하겠다며 ‘기후대응댐’ 건설 후보지 14곳을 발표했다. 5곳은 기존 댐을 재개발하고, 나머지는 모두 새로 짓겠다고 했다. 최근 발생한 수해가 댐이 없어서라는 이유를 들었지만, 환경을 무시한 댐 건설은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하는 행태다. 일방적으로 발표한 댐 후보지의 실효성과 주민 수용성 모두 철저한 검증이 불가피해졌다.
이번에 선정된 후보지는 낙동강 권역이 6곳으로 가장 많고, 한강 권역 4곳, 영산·섬진강 권역 3곳, 금강 권역 1곳이다. 용도별로는 다목적댐 3곳, 용수전용댐 4곳, 홍수조절용 댐 7곳 등이다. 후보지 중 강원 양구군 수입천과 충남 청양군 지천은 모두 20여년 전 댐 건설이 추진됐다가 주민 반발로 무산된 곳이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댐 건설 필요성으로 ‘기후대응’을 앞세웠고, 특히 홍수예방을 강조했다. 그러나 과거처럼 ‘물그릇’을 확대하는 치수책으로 예상치 못한 극한호우를 버텨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요 근래 발생한 대부분의 수해는 제방 관리 부실과 과도한 하천 사용 등이 원인이었다. 세계적으로 댐은 새로 짓지 않고 물에 길을 내주는 쪽으로 치수 패러다임이 전환됐고, 오래된 댐은 차라리 허물어 자연 기반의 홍수 해법을 모색하기도 한다. 댐 건설을 치수 정책 중심에 두겠다는 환경부 주장은 시대착오적이고, 기후변화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결론난 댐 건설에 기후대응 구실을 붙인 것도 이상하기 짝이 없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개발주의에 동조해온 환경부가 또다시 국가 주도 치수 사업을 주도하는 ‘국토부 건설청’으로 전락한 것인지 묻게 된다.
환경부의 댐 후보지 발표는 2018년 오랜 논의 끝에 결정한 문재인 정부의 ‘국가 주도 대규모 댐 건설 중단’을 뒤집은 것이다. 국토교통부와 분점했던 물관리 업무가 2020년 환경부로 일원화된 취지는 ‘환경 보전’까지 감안한 수자원 개발이었지만, 이 또한 길을 잃고 형해화됐다.
댐 건설 중단을 마치 급진적 환경단체의 주장만으로 이해하는 것은 사실을 왜곡하는 일이다. 댐을 잘못 건설하면 어떤 부작용이 빚어지는지 영주댐에서 확인했다. 필요하지도 않은데 내성천을 훼손하며 무리하게 추진된 영주댐은 녹조현상이 극심하고 수질만 악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정부는 신규 댐 건설 정책을 폐기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할 국가 물관리 체계를 새로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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