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152km 강속구+140km 고속 포크볼…롯데 '원조 특급유망주' 1166일 만의 등판, 하지만 구속이 다가 아니었다 [MD인천]
[마이데일리 = 인천 박승환 기자] 무려 1166일 만의 1군 등판. 정말 오랜만에 천금같은 기회가 찾아왔지만, 끝내 롯데 자이언츠의 '아픈손가락' 윤성빈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윤성빈은 30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SSG 랜더스와 팀 간 시즌 11차전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1이닝 동안 투구수 35구,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1탈삼진 5실점(5자책)을 기록했다.
부산고 시절부터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볼을 뿌리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끌었던 윤성빈은 지난 201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롯데의 1차 지명을 받았다. 또래 선수들과는 다른 재능을 보유하고 있었던 만큼 롯데는 계약금으로 무려 4억 5000만원이나 안길 정도로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물론 뚜껑을 열어봐야 하지만, 잘만 다듬는다면 향후 롯데의 '에이스'로 불릴 가능성이 높은 선수임은 분명했다.
아마추어와 프로, 특히 1군 무대의 경우 수준 차이가 극명한 만큼 윤성빈은 데뷔 첫 시즌 18경기에 출전해 2승 5패 평균자책점 6.39라는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였지만, 가능성을 남겼고 경험치도 쌓았다. 그러나 들쭉날쭉한 제구를 잡기 위해 너무나도 많은 투구폼을 시도하면서 한 폼에 정착하지 못했고, 부상으로 인해 애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윤성빈을 향한 기회도 줄어들었다. 이때문에 2019시즌에는 단 1경기 출전에 그쳤다.
하지만 윤성빈이 어떤 재능을 갖고 있는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롯데는 윤성빈을 포기하지 않았다. 윤성빈의 잠재력을 일깨우기 위해 2019시즌에는 '형제구단' 치바롯데 마린스에 연수를 보냈고, 미국 드라이브라인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만의 메커니즘을 찾을 수 있도록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21시즌 윤성빈이 오랜만에 1군의 부름을 받았고, 5월 21일 5월 21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당시 윤성빈은 최고 152km의 강속구를 뿌리는 등 1이닝 동안 1볼넷 무실점 투구를 선보였다. 드디어 윤성빈이 기회를 받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한 번의 등판 이후 다시 윤성빈은 2군으로 내려가게 됐고, 그해 결국 1군의 부름을 받지 못한 채 시즌을 마쳤다. 이후 윤성빈은 입대를 추진했으나, 건강의 문제로 인해 훈련소에서 퇴소하게 되면서 모든 일정들이 꼬이기 시작했다. 롯데는 다시 윤성빈을 살려보기 위해 2023년 스프링캠프에도 합류시켰다.
윤성빈은 미국 괌, 일본 이시가키를 비롯해 3차 스프링캠프 때까지 1군에서 생존했다. 그런데 한화 이글스와 연습경기가 끝난 뒤 햄스트링이 파열되는 부상을 당하면서 결국 이렇다 할 기회도 받지 못한 채 한국으로 돌아갔고, 1년 내내 2군에만 머물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성빈은 야구공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 올해 2군에서 7경기에 등판해 2승 2패 평균자책점 6.00을 마크, 가장 최근 등판이었던 지난 24일 KT 위즈 2군을 상대로 최고 152km의 빠른 볼을 바탕으로 3이닝 3실점 투구를 펼치면서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김태형 감독은 윤성빈에게 선발 등판 기회를 줄 뜻을 밝혔고, 지난 2021년 5월 21일 잠실 두산전 이후 1166일, 선발 등판을 기준으로 2019년 3월 28일 사직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로 무려 1951일 만에 마운드에 오르게 됐다. 1회 시작부터 2점의 지원을 받은 윤성빈은 1회 선두타자 최지훈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경기를 출발, 후속타자 정준재와는 8구 승부 끝에 중견수 뜬공으로 유도해내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쌓았다. 그런데 이후가 문제였다.
윤성빈은 최정을 상대로 우익수 방면에 빗맞은 타구를 유도했는데, 이 타구가 1루수와 우익수-2루수 사이에 절묘하게 떨어지는 안타로 연결된 것. 이후 기예르모 에레디아에게 초구 150km 직구를 공략당해 첫 실점을 기록한 윤성빈은 박성한에게도 연속 적시타를 맞으면서 동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더이상의 실점은 없었다. 윤성빈은 추신수를 상대로 2B-2S에서 5구째 140km 포크볼을 위닝샷으로 던져 삼진을 솎아내며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다.
윤성빈은 2회초 공격에서 다시 2점을 지원받은 가운데 2회에도 모습을 드러냈는데, 이번에는 이닝을 매듭짓지 못했다. 윤성빈은 선두타자 한유섬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며 흔들리더니, 후속타자 이지영에게 3구째 146km 직구를 공략당해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동점 투런홈런을 허용했다. 아직 역전을 허용하지 않은 만큼 롯데 벤치는 계속해서 윤성빈을 마운드에 올라놨는데, 오태곤에게도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게되자, 결국 윤성빈을 내리고 최이준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윤성빈은 교체됐음에도 불구하고 자책점이 상승했다. 바통 이어받은 최이준이 후속타자 최지훈에게 안타를 맞는 등 1사 1, 2루에서 최정에게 역전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책임주자 오태곤이 홈을 밟은 까닭. 따라서 윤성빈은 1이닝 5실점(5자책)으로 경기를 마쳤다.
1회 실점은 있었으나, 윤성빈의 임팩트는 분명했다. 최고 152km의 빠른 볼을 스트라이크존에 꽂아 넣을 수 있다는 점과 140km의 고속 포크볼로 삼진까지 잡아낼 수 있음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회에는 그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그대로 묻어나왔다. 바로 파이어볼러에게 늘 따라다니는 제구 문제였다. 윤성빈이 다시 1군에서 기회를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가능성과 아쉬움을 모두 보여준 1166일 만의 등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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