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 위메프… 부실기업 M&A와 어긋난 나스닥 드림 [視리즈]
위메프‧티몬 사태 어디까지➍
모습 드러낸 구영배 큐텐 대표
전날 기업회생신청한 위메프‧티몬
“사실상 채무불이행 선언” 비판
부실기업 줄줄이 사들인 큐텐
삐뚫어진 나스닥 드림의 말로
# 우리는 視리즈 '위메프‧티몬 사태 어디까지' 1~3편에서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벌어진 '있을 수 없는 미정산 사태'를 보도했다. 아직까지 대금을 받지 못한 셀러(seller)나 환불 받지 못한 소비자는 완전한 구제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정산 대금이 생각보다 큰 데다, 대금이나 돈을 지급해야 할 큐텐에 그럴 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 도대체 구영배 큐텐 대표는 왜 이 지경까지 사태를 몰아넣은 걸까. 이 질문은 그의 '나스닥 드림'에서 찾아야 한다. '위메프‧티몬 사태 어디까지' 네번째 편이다.
티몬‧위메프 정산대금 지급 불능 사태에도 두문불출하던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공식석상에 얼굴을 드러냈다. 구영배 대표는 30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긴급 현안질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구 대표는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현재 피해보상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그룹 내 자금은 800억원 수준이지만 당장 정산대금으로 쓰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루 전인 29일에도 구 대표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개인 자산을 활용해서라도 양사(티몬‧위메프)의 유동성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입장문이 나온 지 9시간 만에 티몬‧위메프 측이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밝히면서 구 대표의 발언에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법원이 기업회생을 결정할 경우, 채무상환이 중단돼 셀러(판매자)들이 대금을 정산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업회생이 불발돼 파산할 경우 채무상환 의무를 면제받을 수도 있다. 구 대표가 사실상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까지 티몬‧위메프가 셀러들에게 지급하지 못한 정산대금은 210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두 플랫폼의 월간 거래액이 1조원에 달하는 데다 6~7월 미지급 정산대금을 포함하면 피해대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게 분명하다.
정부는 셀러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5600억원 이상의 정책자금을 투입할 방침이다.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위메프·티몬 사태 대응방안(29일)'에는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 소득세‧부가세 납부기한 최대 9개월까지 연장, 소비자 피해 방지 위해 여행사‧카드사‧PG사에 카드결제 취소‧신속한 환불 처리 촉구, 구매완료 상품권 정상 사용‧환불 유도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빚으로 버텨라' 식의 정부 대책은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더욱이 두 플랫폼의 입점 업체수가 6만여개에 달하는 만큼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종사자 수십만명의 생계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티몬‧위메프는 왜 이 지경에 이를 수밖에 없었을까. 업계 안팎에선 구 대표의 '나스닥 드림'에서 그 이유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나스닥, 잘못 잡은 길 = 구 대표는 1999년 자신이 창업한 G마켓을 2006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시켰다. 3년 후인 2009년엔 세계 최대 이커머스 업체 이베이에 G마켓을 매각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입지전적 인물로 등극했다. 당시 G마켓의 매각가는 1조400억원에 달했다.
잭팟을 터트린 구 대표의 야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베이와 맺은 경업금지 조건에 따라 10년간 한국에서 이커머스 사업을 할 수 없었던 그는 2010년 싱가포르에 또다른 이커머스 업체 큐텐(Qoo10)을 설립했다. 동남아시아를 기반으로 활동해온 큐텐은 경업금지 기간이 종료와 함께 한국 진출을 본격화했다.
구 대표가 내세운 전략은 '인수‧합병(MA&)'이었다. 2022년 티몬을 시작으로 2023년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 2024년 AK몰과 미국 기반의 위시(Wish)까지 닥치는 대로 인수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큐텐을 바라보는 시각은 두가지로 갈렸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한 '쿠팡'을 견제할 수 있을 것"이란 시각과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한 무리한 M&A"란 시각이 엇갈렸다. 우려의 이유는 간단했다. 큐텐이 인수한 기업 대부분 부실기업이었기 때문이다.
■ 부실기업 줄줄이 인수 = 큐텐이 가장 먼저 인수한 티몬부터 살펴보자. 당시 티몬은 '소셜커머스 3총사(쿠팡‧위메프‧티몬)'란 위상을 잃은 지 오래였다. 2021년엔 기업공개(IPO)를 추진했지만 지속적인 매출 감소와 적자 누적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무산됐다.
결국 티몬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몬스터홀딩스(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보유 지분 81.74%를 큐텐의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와 교환하는 방식으로 큐텐에 넘겨버렸다.
하지만 큐텐이 키를 잡은 후에도 티몬의 상황은 지속적으로 악화했다. 티몬의 지난해 매출액은 1204억원으로 전년(1290억원) 대비 3.8% 줄었고, 영업적자는 1526억원으로 같은 기간 2배가량 증가했다. 자본총계는 –6386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지난해 인수한 '인터파크커머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큐텐은 야놀자가 보유하고 있던 인터파크 쇼핑·도서부문인 인터파크커머스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인터파크커머스 역시 지난해 영업손실 157억원을 기록하는 등 신통치 않은 실적을 기록했다.
야놀자 인수대금 1870억원 중 90%가량(1680억원‧2023년 4분기 말 기준)을 지급하지 못한 큐텐으로선 '상처 뿐인 M&A'였다. 이번 사태를 일으킨 위메프도 큐텐이 인수할 당시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올해 인수한 AK몰과 위시는 어떨까. 애경그룹 산하 AK플라자가 운영해온 온라인몰 AK몰은 지난해 369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지만, 자산(481억원)보다 부채(554억원)가 더 많은 상태였다. 큐텐이 AK몰 지분 100%를 단돈 5억원에 인수할 수 있었던 이유다.
위시 역시 사실상 부실기업이었다. 2010년 설립 이후 북미·유럽 기반으로 활동해온 위시는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테무' '알리익스프레스' 등의 공세에 설자리가 좁아진 상황이었다. 위시의 지난해 매출액은 2억8700만 달러(약 3974억원)로 전년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순손실은 3억1700만 달러(4390억원)에 달했다.
당초 큐텐 측은 "위시 인수금액이 1억7300만 달러(약 2300억원)"라고 발표했지만, 구 대표는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위시의) 실제 인수금액은 400억원 수준이었다"고 밝혔다.[※참고: 구영배 대표는 국회에서 "위시를 인수하면서 셀러들의 판매 대금 400억원을 유용했지만, 한달 뒤 상환했다"고 인정했다.]
■ 포식의 결과 = 이처럼 큐텐은 지분교환 방식이나 헐값 인수로 5개 부실기업을 사들였다. 이유는 큐텐의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를 나스닥에 상장하기 위해서였다. 인수한 기업들의 물류를 큐텐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에 맡기는 방식으로 사세를 키워서 두번째 나스닥 상장 신화를 쓰겠다는 게 구 대표의 야심이었던 거다. 하지만 무리한 계획은 셀러들의 판매대금에 손을 대는 일로 이어졌다. 구 대표는 과연 티몬‧위메프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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