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대응댐 14곳 건설한다... '반도체 산단 물대기'도 활용

최나실 2024. 7. 3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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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14년 만에 다목적댐 건설 추진
"기후위기 시대 국민 안전 지켜야" 강조
MB정부 시절 댐 14곳 3조원 예산 책정
환경단체 "과학적 추진 근거 없어" 비판
김완섭 환경부 장관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기후대응댐' 후보지를 발표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정부가 전국 각지에 '기후대응댐' 14개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엔 대용량 다목적댐도 3개 포함되는데 다목적댐 건설 추진은 14년 만이다. 후위기로 홍수·가뭄 피해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어 댐을 '물그릇'으로 활용해 재해 방지에 나서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한편에선 소요 예산이 수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부가 제시한 재난 대응 효과는 근거가 빈약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다목적댐 3곳, 홍수조절댐 7곳, 용수전용댐 4곳 등 기후대응댐 후보지 14곳을 발표했다. 홍수조절댐 7곳 중 5곳은 기존 댐을 재개발하는 것이고 나머지 9곳은 새롭게 댐을 짓는다. 후보지는 4대강 권역으로, 계획된 댐은 모두 총 저수용량 1억 톤 이하 중소형이다.

기후대응댐 14곳 후보지. 환경부 제공

다목적댐은 한강 권역의 경기 연천 아미천(4,500만 톤)과 강원 양구 수입천(1억 톤), 금강 권역의 충남 청양 지천(5,900만 톤)에 건설된다. 다목적댐 건설은 2010년 경북 영천 보현산댐 착공 이후 14년 만에 추진되는 것이다. 용수전용댐 입지는 한강 권역의 강원 삼척 산기천(100만 톤)과 충북 단양 단양천(2,600만 톤), 낙동강 권역의 경북 청도 운문천(660만 톤), 섬진강 권역 전남 화순 동복천(3,100만 톤)이 선정됐다. 홍수조절댐은 낙동강 권역에서 5곳(경북 김천 감천·예천 용두천, 경남 거제 고현천·의령 가례천, 울산 울주 회야강), 섬진강 권역 1곳(전남 순천 옥천), 영산강 권역 1곳(전남 강진 병영천)이 지어진다. 홍수조절댐 7곳은 모두 지역에서 건의한 댐으로, 80만~2,200만 톤 규모다.


文정부 '댐 건설 않겠다'... 6년 만에 변화

김완섭(가운데) 환경부 장관이 30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기후대응댐' 후보지를 발표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이번 발표는 '4대강 사업' 이후 10여 년 만에 나온 '국가 주도 대규모 치수(治水) 계획'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18년 9월 댐 정책 패러다임을 건설에서 관리로 전환하고, '국가 주도 대규모 댐 건설은 더는 없다'고 선언했으나 6년 만에 정책 기조가 바뀐 것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 김 장관은 "국민 안전과 재산, 생명을 지키는 것이 정부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사업 명칭에서 강조하듯이, 극한호우나 가뭄 등에 대응하기 위해 댐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기후대응댐 건설 시 댐마다 한 번에 80~220㎜ 비가 와도 수용할 수 있는 '홍수 방어 능력'을 갖추게 되고, 가뭄 때 활용할 수도 있는 생활·공업용수를 연간 2억5,000만 톤(220만 명 사용분)을 추가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경북 예천군은 지난해 홍수로 3명 인명피해, 117억 원 재산피해가 발생했는데 댐을 신설하면 200년에 한 번 내릴 법한 폭우가 와도 댐 하류를 홍수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 근방 다목적댐 신설로 확보된 용수는 '반도체 산업 물대기'에도 쓰일 계획이다. 반도체는 제조 공정에서 물이 많이 사용된다. 환경부는 '국가 전략산업 지원에 필요한 미래 물 수요 대응을 위해서도 물그릇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경기 용인시 반도체 산단 등 국가 첨단 산단은 향후 대규모 물 부족 사태가 예견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아미천·수입천 댐을 신설하고 발전용 화천댐을 다목적으로 활용해 용수 공급 능력이 증대되면, 이를 용인 첨단 산단뿐 아니라 기존 산단이나 생활용수 수요 증가분에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단체 "막대한 비용 대비 효과 제한적"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댐 건설 효과로 제시했지만 근거는 빈약하다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최근 발생한 대부분 수해 사례는 제방 관리 부실과 과도한 하천 공간 활용 등이 원인이었다"면서 "저수량 수백만 톤 규모, 하루 200㎜ 강우 수용 수준의 홍수방어용 댐은 기후위기 시대에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녹색연합은 "지역별 필요 용수량, 부족량 등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고 다목적댐을 어떻게 홍수 대응에 쓸지 과학적 설명도 없다"면서 "댐 건설에 소요될 예산은 막대하지만 비용 대비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꼬집었다.

이제 막 후보지를 발표한 단계라 소요 예산과 착공 시기 등은 아직 유동적이다. 다만 이명박 정부 임기 말 발표된 '댐 건설 장기 종합계획'(2012~2021)에서는 14개 댐 건설에 3조 원 예산이 책정된 바 있다. 환경부는 규모가 작은 일부 댐은 절차가 차질 없이 진행되면 2027년 착공할 수 있겠지만, 대체적으로는 계획부터 완공까지 10여 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 지역별 설명회를 통해 환경오염, 수몰 위험 등 주민 우려를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협의가 마무리되면 기후대응댐 후보지는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에 댐 후보지로 반영된다. 이후 댐별로 기본구상, 타당성 조사, 기본계획 수립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해 댐 위치와 규모, 용도 등을 최종 확정하게 된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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