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 나스닥 상장 위해 마구잡이 인수… 자회사 누적 손실 2.5조 [티몬·위메프 사태]

김건호 2024. 7. 30.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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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커머스 1세대로 활약했던 구영배 큐텐 대표의 성공 신화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는 분위기다.

큐익스프레스의 미국 증시 상장을 위해 무리하게 몸집을 불리며 긁어모은 큐텐 산하 회사들의 누적손실은 2조5000억원을 넘어섰고, 이를 위해 기형적으로 그룹을 운영한 것이 결국 이번 티몬·위메프(티메프) 환불사태의 원인이 됐다.

이번 사태의 중심에 선 위메프도 지난해 기준 큐텐과 큐익스프레스에 각각 131억원, 20억원을 보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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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견된 ‘티메프 참사’
2년간 이커머스 기업 5개 사들인 뒤
자회사서 수백억씩 자금 빌려 사용
티메프 인수 뒤 재무조직 통째 흡수
부채상황 모른채 영업 경쟁 내몰려

국내 이커머스 1세대로 활약했던 구영배 큐텐 대표의 성공 신화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는 분위기다. 큐익스프레스의 미국 증시 상장을 위해 무리하게 몸집을 불리며 긁어모은 큐텐 산하 회사들의 누적손실은 2조5000억원을 넘어섰고, 이를 위해 기형적으로 그룹을 운영한 것이 결국 이번 티몬·위메프(티메프) 환불사태의 원인이 됐다. 이번 사태가 ‘예견된 참사’였다는 그간의 분석이 점점 더 설득력을 얻는 모양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태 원인 중 하나로 구 대표의 무리한 사업 확장과 불투명한 재무 관리가 꼽힌다.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티몬, 위메프 사태’ 관련 피해자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큐텐은 2022년 티몬을 인수한 뒤 이듬해 위메프와 인터파크를 잇달아 사들였다. 올해는 AK몰과 미국 이커머스 플랫폼인 위시를 인수했다. 짧은 기간 내 굵직한 5개의 이커머스 기업을 연쇄적으로 사들인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구 대표가 꿈꾼 미국 나스닥 상장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큐텐 산하에 있는 물류회사 큐익스프레스를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몸집 불리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큐텐이 인수한 이커머스 계열사들의 대부분은 재무상태가 좋지 않았다. 티몬과 위메프 역시 자산보다 부채가 많아 자본총액이 마이너스인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2022년 기준 티몬의 유동부채는 7193억원으로 유동자산 1309억원의 5배를 넘어섰다. 위메프도 지난해 말 기준 유동부채가 3098억원으로 유동자산 617억원의 5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최악의 재무상태를 만든 것이 외부 요인이 아니라 큐텐 내부에 있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예를 들어 경영상 어려움 탓에 큐텐에서 4500만원을 운전자금으로 빌린 바 있는 인터파크커머스는 지난해 큐텐에 무려 495억원을 빌려줬다. 큐텐에 280억원, 큐텐의 회사인 지오시스에 215억원이다. 인터파크커머스뿐만이 아니다. 이번 사태의 중심에 선 위메프도 지난해 기준 큐텐과 큐익스프레스에 각각 131억원, 20억원을 보내줬다.

30일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별관 사무실 입구에 모회사인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 앞으로 발송된 내용증명 우편물 도착안내서가 붙어있다. 뉴시스
이처럼 운영자금이란 명목으로 위메프 등 관계사들의 돈이 큐텐으로 흘러들어 갈 동안 기형적인 기업구조 탓에 자정기능도 작동하지 않았다. 큐텐은 지난해 4월 티몬의 조직 개편을 통해 기술본부를 큐텐으로 통합한 뒤 그해 6월 개발과 재무기능까지 흡수했다. 위메프의 경우도 인수합병 직후 개발과 재무 파트를 큐텐으로 통합했다.

이는 다시 말해 회사 재무 건전성을 확보해야 할 재무 파트와 정보기술(IT) 회사의 핵심 인력인 개발 기능이 모두 큐텐으로 흡수·단일화됐고, 티몬과 위메프는 영업본부만 남아 실적·판매 경쟁에 내몰렸다는 뜻이다. 특히 큐텐이 두 플랫폼의 재무 조직을 손에 쥐고 있었기에 두 회사 임직원들도 자사의 재무상태가 어느 정도 악화했는지, 또 그 원인은 무엇인지 알기 어려웠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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