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흔들 밴스의 대외전략 [김동기의 월드워치]
편집자주
세계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제적 불확실성 매우 커졌다. 우리의 미래 또한 국제적 흐름에 좌우될 수 밖에 없다. 이 흐름의 실상과 방향을 읽어 내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이다.
밴스, 트럼프 대외전략의 상징
전방위 중국 견제전략이 핵심
한반도 격랑 가능성 대비해야
11월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5일 전당대회에서 J.D. 밴스 미 연방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초선인 그는 역경을 이겨낸 입지전적 인물로 39세에 불과하다. 트럼프는 젊은 밴스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에 속하는 오하이오·미시간·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주 등 경합주들을 공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밴스를 선택한 보다 큰 이유는 그의 대외전략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 미트 롬니 등 저명한 공화당 인사들이 불참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국제문제에 대한 적극적 개입을 지지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트럼프와 밴스는 부시 정부의 이라크 침공을 비판한다. 밴스를 비롯한 공화당 내 새로운 진영은 과거 미국이 적극적 대외 개입으로 유한한 자원을 낭비했고, 그로 인해 국력이 약해졌다고 인식한다. 냉전 후 미국의 일극시대가 사라지고 있는데 이를 유지하려고 하는 엘리트들과 결별하려고 한다.
밴스는 미국의 국익을 극대화하려면 전략적 목표를 선택해 이에 집중하자는 입장이다. 미국에 도전하는 강력한 경쟁자들이 등장한 다극화 시대에 제한적 자원을 선택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보수적 현실주의자이다. 밴스가 중시하는 것은 산업경쟁력을 다시 회복하고, 가장 강력한 도전자인 중국에 대한 견제이다. 이를 위해 유럽과 중동에서 아시아로 전략적 중심축을 이동하자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반대한다. 지난 2월 뮌헨안보회에서 그는 유럽이 유럽의 안보에서 더 큰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유럽은 미국의 지원에만 의존하던 종속국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이 역량을 키워 지금까지 수직적이던 미-유럽의 관계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유럽을 포기하자는 것도 아니고 나토를 탈퇴하자는 것도 아니다. 다만 종래의 일방적 의존 관계에서 파트너 관계로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중에는 이런 변화가 힘들다. 그 때문에 밴스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협상으로 조기 종결하자고 한다.
그렇다고 고립주의자는 아니다. 미국에 전략적으로 도움이 되는 개입은 하자는 입장이다. 그는 대표적으로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기독교인들이 다수인 미국에 종교적으로 이스라엘은 중요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스라엘이 수니파 이슬람 국가들과 협력해 이란을 견제함으로써 중동에 세력균형을 이뤄주기를 기대한다. 그럴 때 미국이 중동에서 발을 빼고 동아시아에 집중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또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에 대한 군사행동도 찬성한다.
밴스의 대외전략에서 핵심은 중국에 대한 견제이다. 미국의 도움으로 세계의 산업대국이 된 중국의 부상을 방관할 경우 미국 제조업은 더 몰락하고, 미국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중국을 제어하면서 미국 제조업을 다시 부활시키는 게 미국 중산층과 노동자를 위해 가장 나은 길이라고 그는 믿는다. 무엇보다 중국의 타이완 침공을 저지하기 위해 타이완에 대한 군사지원을 우선해야 하고 아시아의 동맹들과의 관계도 심화시켜야 한다고 그는 본다. 밴스는 한국이 미국의 제조업 육성에 기여하고, 중국 견제에 동참하길 원할 것이다. 북한에 대해서도 중국을 견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여부를 따질 것이다. 트럼프와 밴스가 당선된다면 세계는 물론 한반도에도 큰 격랑이 밀려올 것이다. 우리의 이익을 도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동기 작가·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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