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제2부속실

김광호 기자 2024. 7. 30.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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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10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 방문차 출국하면서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올라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가 2018년 아프리카 순방 때 보좌 실패를 이유로 미라 리카델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 경질을 요구하자, 백악관은 다음날 즉각 실행했다. 미국 전기작가 케이트 마턴은 대통령 배우자를 ‘역사를 완성하는 숨은 권력자’라고 했다.

1987년 법률로 퍼스트레이디가 백악관 직책이 된 미국과 달리, 한국 대통령 배우자는 권한·의무에 대한 법적 규정이 없다. 공적 권한을 행사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의미다. 한마디로 민간인이다. 현실은 다르다. 늘 최고 권력자의 지근거리에 있기에 마지막 조언자가 될 수 있는 정치적 조건이 대통령 배우자의 위치다. ‘문고리 권력’에 앞서 ‘여사 권력’이 운위되는 이유다. 그래서 법적 위상과 별개로 공식 보좌를 받으며, 역대 정부에서 그 역할을 한 곳이 제2부속실이었다. 박정희 정부 때 육영수 여사의 대외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1·2 부속실로 분리한 게 시작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없앤 제2부속실을 부활키로 했다. 제2부속실장엔 장순칠 시민사회2비서관이 내정됐다고 한다. 명품백 수수 의혹, 봉하마을 지인 동행 등 김건희 여사의 부적절한 처신이 문제될 때마다 불거진 제2부속실 재설치 요구를 2년 만에야 수용한 것이다. 이렇듯, 그간의 제2부속실 부활론은 비공식성이 강한 김 여사 활동을 공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뜻이 더 컸다.

정부·여당에선 제2부속실 설치가 김 여사 문제의 해결책이라도 되는 양 호들갑이다. 하지만 이 조직은 정상화로 가는 시작에 불과하다. 참모 조직 하나 만드는 걸로 국정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꼭 함께 이뤄져야 할 것들이 있다. 그간 부적절한 처신·의혹에 대해 김 여사가 직접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국정·당무 개입으로까지 번진 의혹은 국민이 요구하는 특검까지 열어두는 진정성도 필요하다. 제2부속실이 최근 검찰 특혜 조사를 잇는 의혹 정지작업으로 비치면 민심의 분노만 키울 것이다.

근본적으로 가족에게 엄정하지 못하고, 최고 권력의 무거움에 둔감한 윤 대통령의 각성이 필요하다. 김 여사 명품백 수수를 두고 “박절하지 못해서”라는 인식으론 결코 국민 눈높이에 닿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이 달라져야 한다.

김광호 논설위원 lubof@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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