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패 산증인 맏형… ‘코로나 산전수전’ 동생들… 佛 압도했다 [파리 2024]

남정훈 2024. 7. 30. 18:5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양궁 男 단체 3연패 주역들
김우진
2016년 리우·2020년 도쿄 이어 위업
바늘구멍 국대선발 10년 넘게 통과
“실수 함께 만회하자” 동생들 다독여
이우석
국대 됐다가 코로나 재선발서 고배
파리선 만점 사수로 제대로 한풀이
“마지막 발, 어머니 생각하며 쐈다”
김제덕
이우석과 반대로 재선발서 깜짝 발탁
파이팅 궁사 별명… 팀 막내역할 톡톡
“파리 관중 기운 받아 제대로 즐겼죠”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금메달까지 치른 3경기에서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경기력이었다. 남자 양궁 대표팀이 올림픽 단체전 3연패에 성공했다.

김우진(32·청주시청), 김제덕(20·예천군청), 이우석(27·코오롱)으로 이뤄진 남자 대표팀은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프랑스를 5-1(57-57 59-58 59-56)로 이겼다. 전날 여자 대표팀이 여자 단체전 10연패의 대위업을 달성하면서 남녀 양궁 대표팀은 2016 리우부터 동반 3연패에도 성공했다.
환희의 순간 남자 양궁 국가대표팀 김제덕(왼쪽 두 번째부터), 이우석, 김우진이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단체전 결승에서 프랑스를 꺾고 금메달을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다. 파리=남정탁 기자
전날 여자 양궁 대표팀은 4강과 결승에서 모두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를 따냈다면 남자 대표팀은 상대팀들을 모두 압살했다. 8강에서 일본에 6-0 완승을 거뒀고, 4강에서도 중국을 5-1로 눌렀다.

결승 상대는 개최국인 프랑스. 이날 경기가 치러진 레쟁발리드에서 수없이 연습하며 홈 이점으로 중무장한 프랑스였지만, 진천선수촌에 레쟁발리드를 구현해낸 ‘가짜 레쟁발리드’에서 훈련한 태극궁사들의 내공이 한 수 위였다. 결승서 쏜 6발의 화살 모두를 10점으로 꽂은 이우석을 비롯해 한국 선수들은 총 18발 중 무려 14발을 10점에 명중시키며 결승도 가볍게 이겨냈다.

‘맏형’ 김우진은 2016 리우, 2020 도쿄에 이어 이번 파리까지 단체전 3연패에 모두 함께했다. 한국 양궁 선수 중 단체전 3연패를 이룩해낸 선수는 김우진이 최초다. 2010년 처음 태극마크를 단 김우진은 2013년을 제외하면 ‘늘 푸른 소나무’처럼 매년 태극마크를 달고 있다. 올림픽 금메달보다 힘들다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항상 뚫어내는 현역 최고 궁사다운 면모다.

3번 자리를 부담스러워하는 막내 김제덕 대신 어려운 자리를 자임한 김우진은 후배들과 격의 없이 어울렸다. 그러면서도 “실수한 것을 스스로 만회하려 하지 말고 다른 두 명이 나눠 가지면 된다”며 동생들을 잘 이끌었다.

세계선수권 9개, 올림픽 3개, 아시안게임 3개 등 금메달만 15개를 보유해 양궁 선수로 이룰 수 있는 것을 대부분 이룬 김우진에겐 남은 게 하나 있다면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이다. 2016 리우에선 32강에서 탈락했고, 2020 도쿄에선 8강에서 넘어졌다. 랭킹라운드 1위 자격으로 혼성전에도 나서는 김우진은 개인전과 혼성전을 모두 석권하면 이미 따낸 금메달 3개를 합쳐 김수녕(양궁), 진종오(사격)가 보유한 올림픽 개인 최다 금메달(4개)을 넘어설 수 있다. 이런 사실에도 김우진은 “머리는 가볍게, 가슴은 뜨겁게 남은 경기에 임하겠다”며 냉철함을 유지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 세번째)이 29일(현지시간) 파리 올림픽 현장에서 남자양궁 단체전 경기가 끝난 뒤 금메달을 딴 국가대표 이우석 선수(왼쪽)와 손을 맞잡고 우승을 축하하고 있다. 대한양궁협회 제공
이우석과 김제덕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서로 엇갈린 희비의 사연이 있다. 원래 이우석의 첫 올림픽 출전은 2020 도쿄 올림픽이었어야 했다. 그러나 그해 전 세계에 창궐한 코로나19로 인해 도쿄 올림픽이 1년 미뤄졌고, 2021년 다시 치러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이우석은 도쿄 올림픽을 TV로 지켜봐야 했다. 반면 2020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갑작스레 찾아온 어깨충돌증후군으로 중도에 기권했던 김제덕은 코로나19로 도쿄 올림픽이 연기된 덕에 2021년 대표선발전 3위를 차지해 올림픽 출전의 기회를 얻었다. 그렇게 출전하게 된 2020 도쿄에서 김제덕은 남자 단체전과 혼성전 금메달을 목에 걸며 2관왕에 올랐다.
도쿄 올림픽 출전이 불발됐던 때를 잠시 떠올린 이우석은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김제덕 선수가 2관왕을 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저는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운명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소감을 밝혔다. 결승에서 6발 모두 10점을 쏜 이우석은 마지막 화살을 쏘러 들어가면서 어머니 얼굴을 떠올렸다. 그는 “어머니가 제가 올림픽에 떨어지는 것을 바로 뒤에서 보면서 많이 우셨다. 마지막 화살을 쏘기 전 어머니를 떠올리며 ‘이 한 발로 끝낸다’라는 생각으로 들어가서 쐈다”고 말했다.
한국 남자 양궁 대표팀이 시상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3년 전 도쿄에서도 경기장에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김제덕의 “파이팅!” 응원 소리는 파리에서도 계속됐다. 레쟁발리드 경기장의 만원 관중 응원 소리에도 전혀 묻히지 않을 정도였다. 김제덕은 “도쿄 올림픽이 무관중으로 치러져서 그런지 이번 파리는 두 번째 올림픽인데도 낯설고 긴장도 됐다. 그래도 관중들의 기운을 받아 재밌게 즐겼다”고 소감을 밝혔다.

파리=남정훈 기자 che@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