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벌이 앉아도 10점 쐈다…프랑스도 “한국은 도저히 이기기 힘든 팀”
돌발 상황에도 침착 김제덕
“형들에 피해 안주려고 참아”
결승 6발 모두 10점 이우석
“첫번째 올림픽 무대 즐겼다”
김우진은 마지막 사수 자처
“동생들 부담 덜고 싶었다”
◆ 2024 파리올림픽 ◆
“한국이 모든 경기 결과를 지배하며 금메달을 가져갔다.”(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
3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양궁장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결승전이 끝난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외국 기자들이 한국 선수들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한국 남자 양궁의 올림픽 단체전 3연패 비결과 훈련법 등이 궁금한 듯 했다. 한국 선수들의 압도적인 실력에 상대팀 프랑스 선수들은 혀를 내둘렀다. 한국 남자대표팀 ‘맏형’ 김우진은 “확실하게 잡힌 체계, 선수·지도자가 하나 돼 준비한 덕분”이라며 덤덤하게 말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10점을 쏘고 또 명중시킨 한국 남자 양궁에 찬사가 이어졌다. 김우진, 이우석, 김제덕으로 구성된 남자 양궁대표팀은 3년 가까이 호흡을 맞추면서 서로를 향한 믿음과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또한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김제덕은 경기 후 “지금은 올림픽 경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팔을) 내릴 수가 없다. 안 쏠 수가 없다’는 마음가짐이 컸다. 그 한 발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었다. 함께 경기한 형들에게 피해를 끼치기 싫어서 끝까지 잡고 쐈다”고 말했다. 3년 전 도쿄올림픽 때 분당 심박수가 최고 170bpm까지 올랐던 그는 파리올림픽 단체전에서는 60~90bpm 사이의 심박수를 유지하면서 최고의 경기력을 과시했다.
리우올림픽 때 막내로, 도쿄올림픽 때 둘째로 나섰던 김우진은 파리올림픽에서 맏형답게 맨 마지막을 듬직하게 책임졌다. 금메달을 확정짓는 마지막 발을 여지없이 과녁판 10점에 꽂아넣고서야 금빛 미소를 지어보였다. 올림픽 단체전에서 처음 마지막 사수로 나선 김우진은 “부담스러운 자리였지만, 맏형으로서 다른 선수들이 더 편하게 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하나같이 올림픽 단체전에서 강한 면모를 보일 수 있던 비결로 시스템과 팀워크를 꼽았다. 지난 4월 올림픽 파견 대표팀이 확정된 뒤, 하루 평균 400~500발을 쏘며 감각을 키웠다. 다양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축구장(소음), 강변 공원(강바람), 모의 양궁장(사전 경험)에서 훈련했다.
올림픽을 바라보며 동고동락한 선수들 사이에서는 가족 만큼 끈끈한 정(情)도 생겼다. 이우석은 “진짜 가족 같은 존재다. 악착같이, 한 팀이 되기 위해 굉장히 많은 연습을 하면서 가족이 됐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김우진은 “3명이 다 고르게 잘 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만회하려 하지 말고, 앞에 사람이 실수하면 뒷사람이 더 잘해주면 되고, 그다음 사람이 더 잘해주면 된다”고 말했다.
올림픽 단체전 3연패를 이룬 이들은 이제 다음달 4일 개인전 금메달을 놓고 뜨거운 경쟁을 펼친다. 특히 이우석과 김우진은 대진상 4강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다. 이우석은 “우진이형과 만나면 봐주지 않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김제덕도 “남자 개인전 금메달을 따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남자 양궁 ‘3총사’가 펼칠 불꽃 튀는 명궁(名弓) 대결은 나폴레옹이 잠든 앵발리드 앞 양궁장을 더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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