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민희진 하이브 분쟁, 진실 밝혀지나

2024. 7. 3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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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이브와 하이브 계열사인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 간 분쟁이 장기화되고 있다. 차세대 한류 기대주인 뉴진스와 연관됐고, 한류 대표 기획사로 성장한 하이브의 신뢰성과도 연결된 이슈여서 우리 대중문화계의 중대한 사안이다.

양측은 서로 상대방이 거짓말을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제3자가 진실을 가리기 어렵다. 이럴 땐 수사기관이 나서 수사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게 최선이다. 그러려면 고소·고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서 의아한 대목은 민희진 대표가 분노의 격정 토로 기자회견까지 하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는데 정작 하이브를 고소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민 대표는 하이브가 메시지 내용 등을 짜깁기하며 자신을 모함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면 고소로 진실을 밝혀야 할 것 같은데 고소했다는 이야기가 언론으로 전해지지 않으니 의아한 것이다.

그가 조용히 고소를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워낙 세인의 뜨거운 주목을 받는 이슈여서 만약 고소했다면 당연히 언론에 크게 보도됐을 것이다. 그런 보도가 없으니 고소를 안했다고 여겨졌는데, 이게 이상한 건 보통 억울한 쪽에서 고소하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고소를 해야 진실을 밝힐 수 있으니 억울한 사람은 고소를 할 것이고, 말은 강하게 하지만 막상 고소는 못하는 쪽은 뭔가 당당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인식이 있다.

그래서 민 대표 측의 대응이 의아함을 자아냈던 것인데 최근 마침내 민 대표 측에서 하이브를 고소했다는 이야기가 언론에 전해졌다. 민 대표가 사실은 뉴진스 탈취, 회사 탈취 등을 모색하면서 일부러 뉴진스 데뷔를 늦췄다는 취지의 보도가 얼마 전에 나왔었다. 민 대표는 격정 기자회견에서 하이브가 뉴진스 데뷔를 늦췄다며 강하게 비난했었는데 그것과 정반대의 내용이 공개된 것이다. 민 대표가 무속인과 함께 탈취 계획 등을 논의했다는 내용도 함께 폭로됐다. 이게 다 사실이라면 민 대표의 정당성이 심각하게 무너진다.

그런데 민 대표가 마침내 고소로 대응한 것이다. 하이브 경영진을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고 하면서 "메신저 대화와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유출 및 자신들의 의도대로 거짓 편집하는 행태를 수없이 반복해왔다"고 주장했다. 앞에서 언급했듯 사태 초기부터 민 대표는 이런 취지의 주장을 했지만 고소는 하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었는데 이번에 마침내 진실이 가려질 계기가 만들어진 것인가?

민 대표가 정확히 하이브의 어떤 '거짓말'을 문제 삼았는지 알려지지 않아 수사범위를 지금은 예측할 수가 없다. 하이브 측 주장, 그리고 언론에 공개된 메시지 내용에 대해 모두 고소해 전면적인 진상규명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민 대표는 공개된 메시지들이 짜깁기라고 하니 그것부터 진위를 가려야 한다. 한류 간판급 기획사 하이브에서 진흙탕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K팝의 이미지 타격이 너무나 크다. 민 대표 측의 고소에 이어 하이브와 쏘스뮤직도 민 대표 고소에 나섰다. 조속히 수사로 시비를 가려야 한다.

나중에 나올 수사 결과와는 별개로 지난 번 가처분 재판 때 법원의 판단이 나온 것이 있다. 당시 재판부는 민 대표가 뉴진스 또는 어도어를 탈취하려고 모색한 것은 맞는다는 취지로 이야기하면서 "그와 같은 민희진 대표의 행위가 하이브에 대한 배신적 행위가 될 수는 있겠지만 어도어에 대한 배임 행위가 된다고 하기는 어렵다"라고 밝혔다.

여기까지만 보면 민 대표가 윤리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배신'이라고 명시까지 됐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민 대표는 해당 판결 이후 밝은 모습으로 2차 기자회견을 진행해 놀라움을 안겼다. 뿐만 아니라 민 대표를 지지하는 누리꾼들도 해당 판결 이후 민 대표가 승리했다며 하이브를 비난해 더 큰 놀라움을 안겼다.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어도 법적인 유죄만 아니면 괜찮다는 사고방식인가? 민 대표는 또 자신이 어도어에서 좋은 실적을 냈으니 당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이익만 많이 내면 윤리적 문제는 사라지는 것인가? 이 사건이 우리 사회 윤리의식 실종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느낌이다. 지난 가처분 재판 결과만을 놓고 보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아직 메시지 짜깁기 여부 등에 대해선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으니 향후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K팝 대표 기획자 중 한 명인 민희진과 K팝 간판 기획사 하이브, 둘 중 한 쪽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사태가 길어질수록 K팝의 타격도 커진다. 빨리 정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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