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끼리 물 한 잔도 못 권하겠네' 시골 마을에서 일어난 음독 사건...범행 이유는 화투?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7월 30일 (화)
■ 진행 : 황윤창 변호사
■ 대담 : 김현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황윤창 변호사 (이하 황윤창) : 그날은 마을 잔치로 떠들썩했던 초복이 막 지났을 때였습니다.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아주 평범한 날이었죠. 그리고 그날도 마을회관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7명의 할머님이 모여 있었습니다. 더위에 지친 할머님들은 전날 마을 잔치에서 마시다 남은 사이다를 기억해냈고 한 모금씩 사이다를 나눠 마셨습니다. 단 한 명 박 씨 할머니만 제외하고 말이죠. 그리고 그날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아주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과연 누가 왜 사이다 속에 농약을 넣었던 걸까요? 이 사건은 지금으로부터 9년 전인 2015년에 상주에서 발생했던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2024년 올해 초복 이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또 다른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관련 내용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 X파일 저는 황윤창 변호사입니다. 이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이원화 변호사님께서 휴가 중인 관계로 2주 동안 여러분과 함께하게 됐습니다. 평상시에 워낙 즐겨듣던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이 시간 함께해 주실 분은요. 로엘 법무법인 김현준 변호사입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김현준 변호사 (이하 김현준) : 네 안녕하세요. 김현준 변호사입니다.
◇ 황윤창 :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또 다시 벌어졌습니다. 특히 고령의 어르신들 상대로 일어난 사건이라 더 걱정인데요. 변호사님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던 거죠?
◆ 김현준 : 지난 7월 15일 초복이었죠. 경북 봉화군 내성 사리 여성경로당 회원 41명이 초복을 맞아서 한 음식점에서 점심을 함께 먹은 후에 회원 5명이 농약 중독 증세를 보이며 쓰러진 사건인데요. 국립과학수사원 감식 결과 경로당 내 특정 용기에서 살충제 성분이 다량 검출되어서 현재 음독 사건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 황윤창 : 이 사건이 논란이 된 게 단순히 먹은 음식이 상했다거나 뭐 이런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라 말씀해 주신 것처럼 위 세척액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잖아요. 이 말은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음식에 농약을 탔다고 볼 수도 있는 상황인 것 같은데 어떤 상황입니까?
◆ 김현준 : 피해자들을 위해서 살충제 성분인 에토펜프록스, 터부포스 등 유기인제가 검출되었고 해당 성분도 인체에 직격탄을 가할 만큼 다량 검출된 것으로 전해져서 지금으로서는 누군가 고의적으로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보는 게 적절할 것 같습니다. 농약관리법에 따르면 농약 판매업자가 농약 등을 팔 때는 구매자 이름, 주소, 연락처 등을 전자시스템에 3년간 보존해야 하는데요. 수사기관 역시 진상 규명을 위해서 농약 판매 경로를 역추적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 황윤창 : 용의자는 특정됐습니까?
◆ 김현준 : 우선 환자들이 의식이 돌아오면서 경찰 수사 역시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인데 수사팀은 피해 주민들이 식사 후에 마신 커피가 이번 사건 실마리를 풀 수 있는 중요한 열쇠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마지막에 쓰러진 할머니의 경우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고 하고 있어서 주변인들 진술이나 CCTV 영상을 분석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황윤창 :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이면 수사가 단시간에 안 끝나고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어 보이는데 어떻습니까?
◆ 김현준 : 최근 수년 동안 발생한 농약 음독 사건 중에는 아직 풀리지 않은 미제가 유독 많은데요. 농약 중독은 의료계에서조차 발병 원인 과정을 명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점도 있고 사인은 알지만 그 용의자를 찾아야 하는데 직접적인 타격이 있는 범죄가 아니다 보니까 입증에 어려움이 좀 있습니다. 따라서 무엇보다 사건 현장 보전이나 지문 검식, DNA 분석과 같이 과학수사 역시 강조되고 있는 사건입니다.
◇ 황윤창 : 이번 사건 보도되면서 그 많은 분들이 예전에 2015년경에 발생한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이 떠오른다 이런 말씀 많이 하시더라고요.
◆ 김현준 : 저도 이 사건 뉴스로 보고 상주에서 있었던 농약 사이다 사건이 바로 떠올랐는데요. 사이다가 커피로 바뀌었을 뿐이지 약간 모방 범죄로 보일 정도로 유사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을 수사하시는 경찰분들도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을 참고해서 수사가 진행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황윤창 : 네 그럼 청취자분들을 위해서요. 그 상주 농약사이다 사건이 뭔지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자세히 짚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변호사님 당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던 거죠?
◆ 김현준 : 2015년에 발생한 사건입니다. 경북 상주의 한 마을회관에서 할머니들이 모여서 화투 놀이를 즐기곤 했었는데요. 사건 당일에 박 할머니라는 분을 제외한 할머니 6명이 별다른 의심 없이 전날 잔치에서 남았던 사이다를 드시고 두 분이 숨지고 4명이 위중한 상태에 빠졌던 사건입니다.
◇ 황윤창 : 당시 사이다병에서 살충제가 검출됐었죠.
◆ 김현준 : 이 사건 범행 현장에서 박카스 뚜껑으로 닫혀 있는 사이다 페트병이 발견됐었고 그 사이다병에서 메소밀 성분의 농약이 검출되었습니다.
◇ 황윤창 : 앞에서 말씀해 주신 것처럼 7명의 할머님이 마을 회관에 있었고 다 같이 사이다를 마셨는데 딱 한 분만 이걸 마시지 않았다. 그런데 물론 이것만 가지고 이분이 의심된다고 단정짓기에는 부족하겠죠. 사이다를 싫어하는 분들도 계시고 당시 사이다를 안 마시고 싶었을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결국에는 한 분이 용의자로 특정이 됐습니다. 그렇게 볼 만한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건가요?
◆ 김현준 : 우선 사이다를 마시지 않았던 박 씨 할머니의 주거지에서 뚜껑이 없는 박카스병 그리고 메소밀 농약병을 발견됐고 이 병들에서 메소밀이 발견되었습니다. 또한 박 씨 할머니가 입고 입던 옷에서 메소밀이 검출되었었고, 다른 할머니들이 쓰러진 그 시간 자체가 50분 정도 걸렸었는데 그 기간 동안 박 씨 할머니가 아무런 구조 요청도 하지 않았던 점 등을 기초로 해서 박 씨 할머니를 용의자로 특정했었습니다.
◇ 황윤창 : 변호사님도 잘 아시겠지만 그 사건 풀어나갈 때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범행 동기잖아요. 그런데 할머님들 사이에 뭐 문제 삼을 만한 큰 불화가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고 용의자로 지목된 박 할머님도 평상시에 굉장히 조용조용한 분이셨던 걸로 알려졌거든요.
◆ 김현준 : 검찰에서도 그래서 범행 동기를 찾기 위해서 매우 노력했었습니다. 최초에는 피해자 할머님 중 한 분이랑 농지 임대료 문제로 다툰 사실이 있어서 그거를 주요 동기로 보고 있다가 바로 이 사건 범행 전날 화투를 치다가 다투었던 사정들이 드러나서 이 사건의 가장 큰 범행 동기는 화투를 치다 다툰 것이다라고 결정을 내렸었는데요. 사실 화투를 치다가 사람을 죽인다라는 자체가 이성적으로는 잘 이해가 가지 않지만 많은 범죄가 이성적인 계산 아래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지배하에 이루어지는 것들을 고려해 봤을 때 소극적인 성향을 가진 박 할머님이 전날 다툼으로 인한 감정을 통제하지 못해서 이러한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보았습니다.
◇ 황윤창 : 네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지가 궁금해지기는 하는데 이 사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고 합니다. 변호인 측에서 신청한 걸로 알고 있는데 만약에 변호사님이었으면 국민참여재판 신청했겠습니까?
◆ 김현준 : 아무래도 국민참여재판은 보통의 재판들과 달리 모든 과정이 법정에서 구술로 이루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며칠을 걸쳐서 집중적으로 하루하고 다음 길이 잡히는 것이 아니라 하루 이틀 사흘 연속으로 증인을 불러서 심문하는 과정을 거치고 집중적인 심리로 이루어지다 보니까 변호인 입장에서는 상당히 쉬운 일은 아닙니다. 본 사건 같은 경우에도 5일에 걸쳐서 증인만 18명이 신청될 정도로 치열하게 공방이 이루어졌던 사건인데요. 아무래도 박 할머니가 사이다에 농약을 넣었다라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국민참여재판을 통해서 여러 다른 가능성들을 제기하고 배심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저 역시도 만약 제가 이 사건의 변호인이었다면 국민참여재판을 통해서 여러 증인들을 직접 신문하고 변호하는 그 할머님이 사건의 범인이 아닐 수 있는 여러 가능성들을 제기하는 방향이 더 좋은 변호인으로서의 태도가 아닐까 싶고 그렇기 때문에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해서 다양한 논점들에 대해서 공방을 하는 게 좋을 거라 생각 돼 저 역시도 그렇게 선택을 했었을 것 같습니다.
◇ 황윤창 : 이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이 된 건 맞는데 당시에 특수한 상황이 있었겠죠. 담당 변호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할지 말지를 아마 고민을 많이 하셨을 것 같은데 재판 시작하는 첫 기일에 법정에서 3년 이상인 경우에는 재판장이 안내를 하지 않습니까? 피고인 혹시 국민참여재판 의향이 있으신지. 그래서 저도 국민참여재판 신청해달라고 하는 의뢰인들이 있어가지고 한번 진행을 해봤었는데 재판부에서는 전문적인 심리를 알아서 할 테니까 맡겨달라는 취지로 말씀을 하시긴 했었거든요. 그때 코로나 시국이라서 배심원들을 여러 명이 동시에 부르고 하는 문제가 좀 있어서 재판부에서 직권으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지 않는 쪽으로 진행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이게 비일비재하게 진행되는 절차는 아니다 보니까 청취자분들도 국민참여재판이 어떤 건지 어떻게 진행되는지 좀 궁금해할 것 같습니다. 증거가 혹은 인과관계가 문제가 되는 거라면 전문적인 심리 절차가 국민참여재판 절차에서 과연 가능했을지 이런 의문도 좀 들기는 합니다. 다시 사건 이야기로 돌아와서요, 그래서 어떻습니까?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왔죠?
◆ 김현준 : 1심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했던 배심원 7명 모두 유죄 판결을 냈었고, 양형도 만장일치로 무기징역 의견을 냈었습니다. 1심 재판부 역시도 무기징역형을 선고하고 항소심 대법원 역시 그대로 무기징역형이 확정되었는데요. 특이할 만한 점으로는 이제 그 할머님이 가족들을 면회하는 경우나 이런 경우에 대한 녹취 파일도 다 증거로 제시되었었는데 그 과정에서 억울하다 이런 말조차 하지 않은 부분들도 유죄의 심증으로 하나 형성이 되었었고요. 또 재판부가 판단함에 있어서 아무래도 80대이신 할머님이 무기징역형을 받는다라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에 대한 고민조차도 판결문에 담아 있었습니다. 또한 2심 재판부는 이 평범한 시골 마을이 이 사건으로 인해서 이렇게 풍비박산 되고 이웃들끼리도 이제 물 한 잔도 권하지 못하는 그런 공동체가 붕괴된 점들을 양양에 있어서 가중 요소로 고려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봉화 농약 사건 역시 조그마한 마을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이 사건이 잘 해결되어서 마을 사람들끼리 이제 시내가 무너지지 않고 잘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황윤창 : 사건 X파일 오늘은 경북 봉화에서 발생한 경로당 농약 미스테리 사건 짚어봤습니다.이 사건 보면서 2015년에 발생해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이 떠오른다는 분들 많으신데요. 경찰이 다각도로 수사를 진행 중인 사건인 만큼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반드시 용의자를 잡아서요. 국민적인 불안감도 해소시키고 법으로 단죄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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