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임성근 구명 의혹보도' JTBC 기자 고발..."언론자유 침해"

국민의힘 미디어법률단 "가십수준 진실성 낮은 내용 특종처럼 보도"
JTBC "폭넓은 취재 바탕으로 한 정상적 문제제기… 명예훼손 해당"
JTBC 기자협회 "기자 실명 9번이나 적시, 기자에 대한 공격 중단하라"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JTBC가 지난 6월25일 저녁 뉴스룸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입법청문회에서 모른다고 했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인 이종호씨가 임 전 사단장과 같은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골프를 치자는 대화를 나눴다고 보도하고 있다. 사진=JTBC 뉴스룸 영상 갈무리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로비 의혹 보도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JTBC 취재기자를 경찰에 고발하자 JTBC와 JTBC기자협회가 기자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라는 성명을 잇따라 냈다. 방송기자연합회도 “기자 개인을 상대로 직접적 압박을 가하는 사태의 반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미디어법률단(단장 권오현)은 30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6월25일자 <[단독] 임성근 “모른다” 했던 골프모임… 도이치모터스 공범 대화 내용 입수>를 보도한 JTBC 취재기자를 고발한다고 밝혔다. 해당 기자는 관련 보도 이후에도 구명로비 의혹에 대한 후속 보도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미디어법률단은 취재기자의 실명을 여러 차례 거론하며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로비 의혹이 가십수준으로 진실성이 낮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JTBC 주식회사가 운영하는 '뉴스룸'을 이용해 마치 특종인 것처럼 보도했다”며 “이는 국민께 사실을 보도할 의무가 있는 JTBC의 보도업무를 방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미디어법률단은 “궁극적으로는 존재하지도 않는 대통령의 탄핵사유가 있는 것처럼 여론을 왜곡하고 확산시켜서라도 업무에 전념하고 있는 대통령의 지위를 흔드는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JTBC 사옥. ⓒ연합뉴스

이에 JTBC는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는 회사 차원의 입장을 냈다. JTBC는 해당 보도가 “단체 카톡방과 녹취 파일, 그리고 당사자들에 대한 폭넓은 취재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이 대화방 관계자들과 관련 의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고, 국회를 필두로 구명로비 실체 의혹을 밝혀야 한다는 여론도 커진 상태다. JTBC의 보도가 진실 규명을 필요로 하는 사안으로 언론사가 정당하게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사실이란 점을 방증한다”고 반박했다.

JTBC는 “국민의힘은 사실 관계를 왜곡하며 근거없는 '제보공작'이라는 일방적인 주장으로 JTBC와 해당 기자에 대한 명예를 크게 훼손했다. 더 나아가 보도한 기자가 소속사 JTBC의 업무를 방해하고 신용을 훼손했다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들어 고발을 강행했다”면서 “기본적인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은 채 기자 개인을 공격 대상으로 삼는 조치는 민주주의의 기본인 언론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했다.

JTBC기자협회도 성명을 내고 “기자 개인을 고발함으로써 보도를 위축시키고 '진실보도업무를 방해'한 건 오히려 국민의힘”이라며 “JTBC와 보도 담당 기자를 '갈라치기'함으로써, 해당 기자를 포함한 '임 전 사단장 구명로비 의혹'을 보도하는 모든 기자들을 고립시키려는 시도로 규정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미디어법률단은 관련 보도자료에서 보도 담당 기자 개인의 이름을 제목을 포함해 총 9번이나 적시했다”며 “회사 내부의 데스킹과 게이트키핑 과정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개인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웠다”고 지적했다.

방송기자연합회도 성명을 내고 “스웨덴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가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을 28위에서 47위로 크게 낮추면서 그 배경 가운데 하나로 '기자에 대한 탄압'을 꼽았음에도 이런 일이 또 벌어졌음에 우리는 참담함과 분노를 느낀다”며 “국민의힘은 JTBC 기자에 대한 고발을 즉각 취하하라. 특정 기자에 대한 비난과 공격을 중단하고 공당으로서의 품격을 갖춰라”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