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80㎜만 내려도 가득차는 댐이 ‘기후대응댐’?

김정수 기자 2024. 7. 3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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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다목적댐 등 건설 후보지 14곳 선정
전정부 정책 뒤집고 ‘국가주도 댐 건설’ 나서
환경단체 “기후위기 볼모로 토건사업” 비판
김완섭 환경부 장관(가운데)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후대응댐 후보지 안에 대한 첫번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며 대규모 신규 댐 건설 및 기존 댐 재개발 추진에 나선다. 기후변화로 인한 극단적 홍수와 가뭄 등에 대비하기 위해 ‘물그릇’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국가 차원에서 다목적댐 건설에 나서는 건 2014년 이후 10년 만이다. 2018년 ‘국가 주도의 댐 건설 중단’을 선언한 전임 정부의 정책을 뒤집고, 다시금 정부 주도로 치수 대책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물론 댐 건설 후보지로 선정된 일부 지역들도 댐 건설에 따른 환경 파괴에 대한 우려와 홍수 방어 효과 등에 의문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어, 건설 추진 과정에서 갈등이 예상된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후위기로 인한 극한 홍수와 가뭄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국가 전략산업의 미래 용수 수요 등을 뒷받침하겠다”며 신규 댐 등 건설 후보지 14곳을 발표했다. 지난해 봄 광주·전남지역에 극심한 가뭄이 발생한 데 이어, 여름에 중부지방 집중호우로 대규모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한 이후, 갈수록 심해지는 홍수과 가뭄 등에 맞서려면 물그릇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정부가 치수 정책 개편을 예고해온 데 따른 것이다.

14개 댐을 용도별로 보면 ‘다목적댐’ 3곳(강원 양구 수입천댐·경기 연천 아미천댐·충남 청양 지천댐), ‘용수전용댐’ 4곳(강원 삼척 산기천댐·충북 단양 단양천댐·경북 청도 운문천댐·전남 화순 동복천댐), ‘홍수조절용댐’ 7곳(경북 김천의 감천댐·경북 예천 용두천댐·경남 거제 고현천댐·경남 의령 가례천댐·울산 울주 회야강댐·전남 순천 옥천댐·전남 강진 병영천댐)이다. 권역별로는 한강 권역 4곳, 낙동강 권역 6곳, 금강 권역 1곳, 영산강·섬진강 권역 3곳이다. 이 가운데 홍수조절용으로 기존 댐을 재개발하는 고현천 등 5개 댐을 제외한 9곳이 새로 지어지는 댐이다.

환경부는 이번에 건설이 추진되는 14개 댐을 ‘기후대응댐’이라고 칭하며, 이를 통해 한번에 80~220㎜ 비가 오더라도 이를 수용할 수 있는 홍수 방어 능력을 확보하고, 연간 220만명의 시민이 사용할 수 있는 2.5억톤의 물을 새롭게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광주·전남 가뭄 때 심각했던 물 부족 사태도 이번에 선정된 화순군 동복천댐이 있었으면 해소될 수 있었고, 지난해 경북 예천군에서 3명의 인명 피해를 낸 홍수도 이번에 선정된 용두천댐이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다는 논리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주장하는 신규 댐 건설 등을 통한 홍수 방어 및 용수 확보 근거가 미약하다며, 대규모 토목건설이 유발할 환경 파괴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어 “홍수 방어, 용수 공급 등 (환경부의) 주장 모두 근거가 빈약할 뿐더러 효과성마저 떨어져 보인다”며 “기후위기로 인한 극한 홍수와 가뭄으로부터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한 목적 등으로 발표된 정부 계획은 기후위기를 볼모로 토건 산업을 살리기 위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기후변화에 따라 집중호우의 강도가 세지면서 2022년 서울 동작구에서는 한 시간에 141㎜의 강수량을 기록했고, 이번달 초 군산에선 시간당 146㎜의 강수량이 기록된 바 있는데, 수문을 열지 않은 상태에서 최대 220㎜까지밖에 수용할 수 없는 댐으로 홍수에 대응할 수 있냐는 취지다. 염형철 전 국가물관리위원은 이와 관련해 “환경부가 발표한 규모의 댐은 큰 비가 내리면 초기에 금방 차버릴 것이기 때문에 홍수방어 효과는 거의 없고 오히려 위험을 키우는 시설이 될 수 있다”며 “타당성 조사를 철저히 한다면 지어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연합은 용수 확보와 관련 “저수용량에 따른 예상 물 공급량 같은 기본적 예측 수치만 붙였으며, 해당 지역에 필요 용수량이 얼마만큼이고 부족량이 어느 정도인지, 고질적인 가뭄 지역과 해당 지역의 상관관계가 어떠한지도 개연적 설명과 과학적 설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댐이 들어서면 해당 지역의 서식지는 완전히 파괴된다. 당연히 생물다양성을 훼손하고 하천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방해해 장기적으로 자연환경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이런 부정적인 변화의 후과는 미래세대가 감당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댐 건설 후보지로 선정된 일부 지자체들 사이에도 반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14개 댐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다목적댐인 수입천댐 건설 후보지로 선정된 강원 양구군의 경우, 환경 훼손과 주민 피해 우려를 제기하며 공식 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1973년 소양강댐 건설로 도로가 끊겨 막대한 피해를 봤는데, 이번에 수입천에 다목적댐이 또 건설되면 10만2300㎡의 농지와 주택 등이 수몰될 뿐 아니라, 60여년간 민간인 출입이 통제돼 천연기념물인 열목어와 산양의 최대 서식지가 된 두타연도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흥원 양구군수는 “소양강댐 건설로 고통을 인내하며 살아온 주민들을 생각한다면 양구군에 또 다른 댐을 건설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주민과 힘을 모아 댐 건설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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