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 못하는 구영배 … 이복현 "큐텐 불법 흔적 檢수사 의뢰"

이소연 기자(lee.soyeon2@mk.co.kr), 신유경 기자(softsun@mk.co.kr), 박홍주 기자(hongju@mk.co.kr) 2024. 7. 30.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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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위, 티메프 현안질의
구 "美위시 인수때 판매대금 써
한달후 400억 바로 상환했다"
금감원 "티메프 1조이상 문제"
피해업체 국회앞 1인시위 돌입
법원, 티메프 채권·자산 동결
사태 책임자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 관련 긴급 현안 질의에 출석한 류화현 위메프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왼쪽부터)가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한주형 기자

금융당국이 전날 기업회생을 신청한 티몬·위메프(티메프)에 대해 1조원이 넘는 건전성·유동성 이슈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의 장본인인 구영배 큐텐 대표는 30일 국회에 출석했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 않음을 시인했다. 연쇄 도산 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소상공인(셀러)들은 이날부터 국회 1인 시위에 돌입했다. 정부와 여야는 티메프 같은 이커머스에서 소비자·소상공인 피해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판매대금 정산기일을 단축하는 등 제도 개선 방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 대표는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제가 가진 모든 것을 회사에 투입했다"며 "회사 지분가치가 잘나갔을 때는 5000억원까지 밸류(가치)를 받았지만 이 사태가 일어나고는 지분 담보를…"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또 구 대표는 미정산액 일부가 인수·합병(M&A) 자금에 사용됐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 '위시' 인수자금의 출처를 묻는 질문에 그는 "현금으로 들어간 돈은 4500만달러였고 그 돈에 일시적으로 티몬과 위메프 자금까지 동원했다"며 "한 달 내에 바로 상환했다"고 밝혔다. 인수자금의 문제가 이번 정산 지연으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이날 정무위에서 금융감독원은 티몬·위메프에 1조원 이상의 건전성·유동성 이슈가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7월까지 위메프와 티몬 손실을 합치면 1조2000억~1조3000억원에 이르는 누적 결손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복현 금감원장은 "감사보고서 수치 자체를 유동성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숫자를 정확히 특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티몬·위메프에 1조원 이상의 건전성·유동성 이슈가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자금 추적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이 원장은 "(구 대표) 말에 대해 신뢰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현재는 자금 추적에 집중하고 있다"며 "강한 불법의 흔적이 있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놓은 상태이고, 그 과정에서 주요 대상자들의 출국을 금지하는 등 강력한 조처를 취했다. 여기에 20명 가까운 인력을 투입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날 국회에서는 사태를 미리 막지 못한 정부 당국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이 원장은 "책임을 통감하고 있고 위원들과 국민께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 올리겠다"면서 "그리고 입법 과정에서의 책임 회피성 발언을 한 부분에 대해서도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2023년 12월에는 미상환 금액에 대해 별도 관리를 요구하고 자료 증거를 요청했지만 큐텐 측에서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날 중기부가 티메프 사태 대책으로 발표한 긴급경영안정자금 2000억원의 이자율(3.4~3.51%)이 소상공인들에게 버거운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다른 대출 이자와 비교할 때 굉장히 낮은 편"이라면서도 "관계 부처와 고민해보겠다"고 답했다.

대통령실은 현재 각 정부부처를 통해 이커머스 기업들의 정산·결제 시스템 등 미비 사항을 종합 검토해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여당인 국민의힘은 정부와 함께 개선안을 협의해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매일경제 통화에서 "이번주 안으로 관련 방안이 구체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은 '티메프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들을 속속 추진하고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커머스 업체의 정산 기한을 명시해 정산 주기를 단축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현재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상으로는 이커머스 업체 정산 기한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 없다.

한편 정산 지연 피해자들은 이날 오후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미정산 대금만 15억원이 넘는 식품업체 대표 조 모씨는 "우리만 파산하면 모르지만 우리에게 물건을 납품하는 2차·3차 업체까지 줄도산할 것이고 이런 사례가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티메프에서 정산금을 떼인 피해 셀러들은 검찰에 구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를 형사 고소했다. 법무법인 사유의 박종모 대표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이준동)에 이들을 형법상 컴퓨터사용사기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이날 법원은 티메프의 자산과 채권을 전부 동결하는 재산 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기업회생절차 신청 하루 만에 이뤄진 조치다. 앞으로 법원 허가 없이는 회사가 빚을 갚거나 자산을 매각할 수 없고, 채권자들도 강제 집행이나 가압류 등을 할 수 없다.

[이소연 기자 / 신유경 기자 / 박홍주 기자 / 김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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