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에도 반도체 라인 중단없이 전력공급… 삼성의 강점"[혁신하는 대한민국 사람들]
전기공급 계통중 한곳서 끊기면
1초당 180m 속도로'자동절환'
무정전 자동시스템 최초로 설계
AI시대 전력소모량 폭증 문제로
전력공급 안정·효율성 향상 주력
후배 전문가 양성에도 두팔 걷어
"사람의 심장이 잠시라도 멈추면 안되는 것처럼 반도체 생산에 있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은 필수 요소입니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에서 34년간 근무한 박기동 인프라 부문 명장은 전기설비의 보전과 운영, 전력계통 설계와 시공, 해외 신규건설 프로젝트 등을 두루 거친 전력 계통 전문가다. 2013년 중국 시안에 설립된 SCS법인의 신규 라인 건설 기획, 설계, 시공 업무 등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박 명장은 삼성전자 사업장 내 대규모 전기 계통을 최적으로 설계하고, 무중단 전기 공급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한 성과를 인정 받아 올해 초 사내 최고기술전문가를 뜻하는 '명장'으로 선정됐다. 현재 박 명장은 삼성전자 글로벌 제조·인프라 총괄 전기기술팀에서 반도체 사업장 내 변전소에 있는 컨트롤센터 통합 업무를 맡고 있다.
■정전에도 반도체 생산 '이상 무'
제품 완성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첨단반도체 제조 공정은 최고 품질의 전력이 끊김 없이 공급돼야 한다. 단 1초라도 전력 공급이 중단될 경우 제품 생산에 막대한 손실이 초래된다.
박 명장은 "전기는 다른 유체와는 달리 눈에 보이지 않고 실시간으로 생산되고 소비되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곳을 실시간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는 역률(유효전력과 무효전력의 비율) 관리를 위한 콘덴서 자동운전 도입, 자동전압 조정시스템 적용을 통한 안정적인 전압 공급 체계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은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비상 상황에도 철저한 대비 체제를 갖추고 있다. 박 명장도 매일 현장에서 설비를 운영·관리하는 우수한 전기설비 운영 인력과 더불어 무정전 전원공급이 가능한 전력 시스템을 삼성전자만의 강점으로 꼽았다. 삼성전자 사업장 내 비상 전력 공급은 발전기,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 순간전압강하보상장치(VDP)를 통해 이뤄진다. 낙뢰 등 단시간 정전은 UPS 및 VDP가 동작해 전압 보상을 진행한다. UPS는 이상 발생 시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을, VDP는 순간적인 전압 강하를 보상하는 설비다.
박 명장은 "사람이 느끼지 못할 정도의 찰나의 정전에도 반도체 생산장비들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배터리나 슈퍼커패시터(고출력 에너지 저장장치)를 통한 전압 보상이 가능하도록 구성돼 있다"며 "발전기는 디젤 엔진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설비로, 사업장 내 안전과 관련된 모든 설비들이 연결돼 있다. 외부의 영향을 받더라도 자체적인 비상 전력 공급 시스템들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구축됐다"고 강조했다.
박 명장 주도로 구축된 삼성전자의 무중단 전기 공급 자동화 시스템은 전 사업장 내 전력 공급 인프라의 핵심이다. 이중으로 구성된 전기 공급 계통 중 하나의 계통이 사고가 날 경우 정상공급 중인 계통에 1초당 180m 속도로 자동 절환(정전 시 자동으로 비상용 발전원으로 전환)함으로써 무정전 공급이 가능하도록 한 기술이다. 박 명장은 지난 2007년 안정적인 전기공급을 위해 내·외부 전력계통 최적화 공사 담당을 하면서 자동화 구축시스템을 최초로 설계한 뒤 현장에 적용했다.
박 명장은 "반도체 생산에 있어 365일, 24시간 무정전 전원 공급은 필수"라며 "전기설비 운영 및 유지·보수 시 기존 설비에 영향이 가지 않도록 수없이 많은 계통 전환 작업이 진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명장은 반도체 생산능력과 직결되는 무중단 전기 공급 시스템 구축 과정을 두고 "매 순간이 긴장되고 어려웠던 순간"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당시 6개월 가량 불철주야 최적화 설계에 몰두했다. 낮에는 설비 설치 작업으로 테스트를 할 수 없어 작업이 끝난 밤이 돼야 테스트를 했다. 현장에 적용했을 때 오작동 사고가 없도록 끊임없이 보완을 했다"며 "모든 계통전환 작업은 계획부터 생산설비 영향 여부 등 많은 시간을 고민하고, 시간을 투자하는 검증 과정을 거쳤다"고 했다.
■디지털 기술로 전력계통 자동화 주도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전력 공급 안정성을 높이는 것도 반도체 업계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첨단 반도체의 성능 개선을 위한 초미세공정 기술의 진화 및 생산라인 확충과 비례해 전력 소모량도 막대하게 늘어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 전기기술팀은 전기설비 제조사들과 주기적인 기술 교류를 통해 변압기, UPS 등 고효율 설비의 도입, 역률 제어 등을 통해 전력 사용 효율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박 명장은 "전기 설비 뿐 아니라 유관부서들과도 협업해 생산 팹 내부의 설비 개선을 통해 전력 절감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효율성을 올리고 있다"며 "사업장 내 불필요한 전력 소모량을 줄이기 위해 사업장 내 조명 자동제어 시스템 적용이나 냉방기 운전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명장은 디지털 기술 고도화에 발맞춰 이를 기반으로 한 전력계통 자동화 운영 구현을 추진 중이다. 그는 "현재 원격 제어장치 도입을 통해 변전소의 효율적인 운영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운영 중인 설비의 감시, 조작, 데이터 취득 ,전력설비 모델, 계통해석, 자동 계통전환 등 직원들이 직접 판단·조작하는 많은 부분에 디지털 기술을 도입해 효율적인 업무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명장은 후배들이 전문 기술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 구축 등 인재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박 명장은 직원들이 전력계통을 해석할 수 있도록 계통 해석 연구회 활동과 더불어 자체적인 교육 강의 촬영, 해석 프로그램 도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 전기기술팀이 최고의 엔지니어 집단으로 거듭나는데 이바지하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박 명장은 "전기공급 신뢰도 향상에 사명감을 갖고 있다면서 "복잡한 반도체 사업장의 전력계통을 자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후배들을 전력 계통 분석 전문가로 육성하는 것도 명장의 역할"이라고 전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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