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사태 일파만파] 구영배, 피해원인·규모·해법 `모르쇠`… 이복현 "불법정황 포착"

전혜인 2024. 7. 3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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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정무위 긴급 현안질의
고의부도·폰지사기 의혹 제기
구 "AK몰도 정산 지연 가능성"
이 "양치기 소년행태, 신뢰못해"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왼쪽부터 류화현 위메프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 구 대표. 이슬기기자 9904sul@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를 빚은 온라인쇼핑몰 티몬·위메프(티메프) 모회사 큐텐의 구영배 대표가 30일 이번 사태가 벌어진 뒤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 섰다. 구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국회 정무위의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관련 긴급 현안 질의에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와 함께 출석했다. 금융 감독을 책임지는 이복현 금융감독위원장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도 나란히 출석해 눈길을 끌었다. 구 대표는 이번 사태를 초래한 이유와 현재 피해 규모, 해법 등에 대해 애매한 답변을 해 의원들의 집중적인 질타를 받았다.

여야 의원들은 앞다퉈 상황을 초래한 큐텐그룹의 경영 상황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큐텐그룹이 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자본잠식 상황에도 무분별하게 인수를 결정한 것이 기업의 몸집을 키워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기 위해서라고 지적하며, 티몬·위메프의 판매대금을 이른바 '돌려막기'한 정황에 대해 추궁했다.

출석한 각 회사 대표는 회사의 재무구조와 현재의 자금 상황에 대해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류광진 대표는 큐텐그룹이 자금을 돌려막기 위해 티몬을 활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티몬은 MD와 마케팅만 있는 사업조직으로 재무그룹이 있다"며 "재무는 큐텐테크에 위탁한 것"이라고 답했다. 류화현 대표 역시 같은 상황이라고 확인했다. 구영배 대표는 "자금 운용 보고를 받지 않았다"며 "재무는 재무본부장이 담당하고 있다"고 말해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구 대표는 올해 2월 인수한 북미 쇼핑물 위시플러스 인수 대금을 어떻게 마련했냐는 질의에 "현금으로 들어간 돈은 약 2500만달러(약 350억원)였고, 일시적으로 티몬과 위메프 자금을 동원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돌려막기가 정산 지연 사태를 불러일으킨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이 자금은 한 달 내 바로 상환했고, 이번 사태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으나, 이를 입증할 자료는 제시하지 못했다.

구 대표는 사재를 총동원해 피해를 보상하는 데 활용하겠다고 말했으나 구체적인 자금 마련 계획이나 가용할 수 있는 자금에 대해서도 모호한 답변을 되풀이 했다. 판매자들에게 정산하지 않은 판매대금이 어디 있냐는 질문에도 답하지 못했다. 구 대표는 "회사에 현재 자금이 800억 정도 있으나 당장 전부 사용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며 "제가 보유하고 있는 큐텐 지분이 38%지만 기업 밸류에 따라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렵다"고 했다.

구 대표는 "AK몰도 정산 지연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현재 비즈니스가 중단된다면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며 "약간만 도와주신다면 완전히 피해를 복구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여야 의원들은 경영진이 티몬과 위메프의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자금경색으로 판매대금을 제대로 지급하기 어려운 사정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으면서도 입점업체들과 계약을 유지하고 물품 판매를 계속해 왔다"며 "의도된 사기행위"이라고 비판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본인의 주식을 팔거나 담보를 해서 수습을 하겠다고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며 "고의부도, 폰지사기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의원들은 이같은 사태를 키운 데 금융당국이 제대로 관리·감독을 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금감원이 티몬·위메프와 경영개선계획 MOU를 체결했고, 이를 통해 두 기업이 이미 자본잠식 상태가 지속됐음에도 조치가 없다는 비판이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금감원은 이미 기업이 관리가 필요한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며 "금감원의 요구를 기업이 이행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 아무 조치도 없었다면 금감원도 상당히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 정산 지연 사태 초기 대응이 늦은 점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도 화살이 향했다. 박상현 민주당 의원은 "7월 8일 정산 지연 사태가 처음 발생했을 때 공정위가 대체했으면 피해가 적었을 것"이라며 '전산 오류'라는 변명을 믿었다는 공정위를 비판했다.

이복현 원장은 "큐텐 자금 추적과정에서 드러난 강한 불법의 흔적이 있어서 검찰에 주말 지나기 전 수사의뢰를 해놓은 상태고 주요 대상자에 대한 출국금지 조처 등 강력조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구 대표의 답변에 대해 "가급적 선의를 신뢰해야겠지만, 최근 저희와의 관계상에서 보여준 행동이나 언행을 볼 때 약간 양치기 소년 같은 행태들이 있기 때문에 말에 대한 신뢰를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판매대금이 사라졌는데, 자금이 없다고 하니 해외를 포함해 금감원에서 자금 추적 하는 게 가장 급한 것 같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20명 가까운 인력을 동원했고, 검찰과 공정위에서 인력을 파견했다"면서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는 '핵심은 사라진 1조원의 행방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 동의하느냐'는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의 질의에 "큐텐 측의 가용자금이나 외부로 유용된 자금이 있는지와 규모를 파악해 책임재산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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