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즉시 떠나라" 이·헤즈볼라 긴장 고조 주요국 대피령 내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보복 공습은 절대 안 된다. 그랬다가는 바로 '중동전쟁'이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전면전을 막기 위해 외교 역량을 총동원하고 나섰다. 중동 평화는 미국의 세계 패권 유지에 중요한 지표인데, 양측이 정면충돌하면 '제5차 중동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레바논·이란 당국자와 유럽 외교관 등 소식통 5명을 인용해 이스라엘 골란고원의 축구장이 공격을 당한 뒤 미국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면전을 막기 위해 다급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국은 이스라엘이 인구가 밀집돼 있는 베이루트, 헤즈볼라의 본거지인 베이루트 교외, 공항·다리와 같은 주요 기반 시설을 공격 목표로 삼지 않도록 설득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이스라엘이 보복 공습을 실시하면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지점으로, 실시된다면 헤즈볼라는 공격 수위를 높이고, 친(親)이란 무장단체들의 대거 참전이 초래될 수 있다.

이란까지 지원에 나선다면 제5차 중동전쟁 규모로 확전될 수 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신임 이란 대통령은 취임을 하루 앞둔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공격하면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수도는 안 된다'는 미국의 구상은 지난 4월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을 해결한 방식과 유사하다. 당시 이스라엘이 시리아 내 이란 영사관을 공격하자 이란은 드론과 미사일 300여 기를 동원해 이스라엘 본토를 심야 공습했다. 이스라엘은 '비균형적 대응'을 예고했지만 미국이 물밑에서 개입한 결과 실제 맞보복은 피해 규모가 크지 않은 수준으로 조정됐다.

골란고원 사태가 발생한 이후 미 백악관과 접촉을 이어오고 있는 엘라 부 사브 레바논 의회 부의장은 "이스라엘이 민간인과 베이루트, 교외에 대한 공격을 피한다면 이스라엘의 공격은 잘 참작될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김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