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하와이 인하 공원’에 이승만 띄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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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총동창회가 개교 70년을 맞아 학교 설립에 기여한 하와이 교민들을 기리는 차원에서 교내에 '하와이 인하 공원' 조성을 추진하려다 학내 구성원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총동창회가 지난해 9월 '인하대의 설립과 발전'이라는 주제로 연 개교 70주년 학술심포지엄 자료집에는 인하대 설립이 이승만 전 대통령의 교육관 덕분이라는 내용의 발제문이 포함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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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총동창회가 개교 70년을 맞아 학교 설립에 기여한 하와이 교민들을 기리는 차원에서 교내에 ‘하와이 인하 공원’ 조성을 추진하려다 학내 구성원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공원 전시물에 이승만 전 대통령의 행적을 부각한 사진 조형물을 설치하려던 계획이 다른 동문 단체들의 반발을 부른 것이다.
인하대는 교내 정석학술정보관 앞 터에 총동창회와 함께 ‘하와이 인하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30일 밝혔다. 인하대가 공원을 조성하면 총동창회가 공원 경내에 학교 건립과 관련한 사진 조형물을 설치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조형물 가운데 이승만 전 대통령이 이원철 초대 학장에게 교기를 전달하는 사진 조형물이 다른 조형물에 견줘 유독 돋보이게 설치된다는 점이다. 대학 본부에 제출된 공원 시설물 최종 계획서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등장하는 지름 3m 크기의 사진 조형물을 기념시설에 포함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학내에선 반발이 터져나왔다. 개교 기념사업을 구실로 ‘이승만 띄우기’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총동창회 관계자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공원 조성은) 우선 이승만 전 대통령이 학교 설립자라는 역사적 사실을 학교 안팎에 확인시키고 증빙하는 점에 포커스를 맞췄다”고 밝힌 것도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총동창회가 지난해 9월 ‘인하대의 설립과 발전’이라는 주제로 연 개교 70주년 학술심포지엄 자료집에는 인하대 설립이 이승만 전 대통령의 교육관 덕분이라는 내용의 발제문이 포함되기도 했다.
이런 계획이 알려지자 동문 단체들이 들끓었다. 인하대 총학생회 동문회는 대학 쪽에 “인하대는 가혹한 노동 조건, 낮은 임금, 극심한 차별 속에서도 조국이 부강해져야 한다는 뜻으로 인재 양성을 위해 동포들이 모아 보내준 피와 살 같은 성금으로 시작됐다”며 “인하대 창학과 지난 70년의 역사는 어느 하나도 차별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인하대는 뒤늦게 총동창회의 이 같은 계획을 확인한 뒤 추가 협의에 나섰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등장하는 사진 조형물이 다른 조형물과 같은 크기로 설치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것만 크기를 차별화해 설치하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대학 당국은 지난 21일로 예정했던 하와이 인하 공원 기공식을 전격 취소했다. 인하대 총동창회는 대학 쪽 움직임에 대해 “답변하기 어려운 내용이라 확인 뒤 연락하겠다”고만 했다.
인하대는 한국전쟁 기간인 1952년, 이승만 전 대통령이 공과대학 설립을 지시하면서 개교 준비가 시작됐다. 설립자금은 일제강점기 이 전 대통령이 하와이에 세운 한인기독학원의 매각 대금에 하와이 동포들의 성금을 더해 마련했다. 이후 인하대에는 이 전 대통령 동상이 세워졌지만 1980년대 반독재민주화 운동의 분위기 속에서 학생들에 의해 철거됐다. 현재 이승만 동상은 재단의 모기업인 한진그룹 창고에 보관돼 있고, 교정에는 동상이 서 있던 화강암 석대만 남아 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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