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불가항력 아냐"…'책임준공'에 엄격한 법 잣대

허란 2024. 7. 3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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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한 소송이 늘고 있는 가운데 책임준공확약 채무인수가 부당하다며 건설회사가 제기한 첫 소송에서 법원이 대주단의 손을 들어줬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는 지난 19일 우방건설이 대구 '수성레이크 우방아이유쉘' 대주단을 상대로 제기한 '책임준공확약 채무인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 소송은 책임준공확약의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처음 문제를 제기한 것이어서 건설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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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시공사 첫 '책임준공' 소송서 대주단 손 들어줘
우방건설 가처분 신청 기각
"파업·국제분쟁 등은 사유 안돼"
천재지변 준하는 해석 기준 제시
신탁사·대주단 소송전도 잇따라
책임범위 놓고 법리다툼 치열할듯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한 소송이 늘고 있는 가운데 책임준공확약 채무인수가 부당하다며 건설회사가 제기한 첫 소송에서 법원이 대주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시공사가 책임준공 기한을 연장할 수 있는 ‘불가항력’의 의미를 엄격하게 해석했다. 코로나19 등의 팬데믹 상황이나 국제적 분쟁도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보지 않았다. 건설업계는 줄줄이 대기 중인 시공사와 대주단 간 책임준공확약 소송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책임준공 불가항력 사유 기준 첫 제시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는 지난 19일 우방건설이 대구 ‘수성레이크 우방아이유쉘’ 대주단을 상대로 제기한 ‘책임준공확약 채무인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 소송은 책임준공확약의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처음 문제를 제기한 것이어서 건설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책임준공확약은 PF 대출을 해주는 금융권 등의 대주단이 시공사와 준공 기한을 약정하는 것이다. 신용도가 높은 1군 건설사가 금융회사에 일종의 보증을 하는 것으로, 책임준공 기한을 어기면 시공을 맡은 건설사가 시행사의 채무를 인수하는 조건이 붙는다.

우방의 책임준공 기한은 2월까지였으나 코로나19 확산과 화물연대 총파업,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수급 불안정 등으로 공사가 지연되며 3월에야 준공했다. 이에 경남은행 신한캐피탈 등 대주단은 책임준공확약에 따른 채무(1425억원) 인수를 요구했다. 미분양까지 남아 있어 대출 만기인 7월까지 자금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서둘러 채무인수를 요구한 것이다.

우방은 팬데믹, 건설 파업, 전쟁 등을 불가항력인 경우로 주장하며 지난 5월 28일 채무인수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책임준공 기한 연장의 ‘불가항력’ 의미는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며 “우방이 계약 체결 과정에서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었다거나 부당하게 책임준공확약을 하게 됐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책임준공확약의 법적 구속력을 재확인하고, 시공사의 책임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탁사 책임준공 소송전 ‘시한폭탄’

건설업계는 이번 법원 결정이 신탁사와 대주단 간 책임준공협약 소송전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중소 건설사를 대신해 책임준공 의무를 떠안은 부동산 신탁사들이 줄소송 위기에 직면해 있어서다. 신탁사업장은 중소 시공사가 책임준공 기한을 6개월 넘겨서도 마무리하지 못하면 신탁사가 대신 PF 대주단에 손해를 물어줘야 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가장 주목받는 소송은 인천 원창동 물류센터 PF 대주단이 신한자산신탁을 상대로 제기한 575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이다. 대주단이 신탁사를 상대로 책임준공 미이행 손해배상 소송을 처음 제기한 사건이다. 신한자산신탁은 평택, 안성, 창원 개발사업과 관련해서도 1384억원 규모의 소송에 휘말렸다. 한국자산신탁도 올 1분기 PF 대출잔액 290억원 규모인 한 사업장의 시공사 책임준공의무를 넘겨받았다. 대주단의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는 사업장이다.

우현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우방의 가처분 신청에서 책임준공확약의 불가항력 사유를 깊이 있게 다투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향후 소송에서는 신탁사·시공사의 책임준공확약 책임 범위를 얼마나 좁히느냐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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