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글로벌 연구협력 지도를 만들자

2024. 7. 3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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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과학기술은 지난 반세기 동안 양적 측면에서 놀라운 발전을 이룩했다.

한정된 연구자원을 가지고 과학기술 국제 협력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을 민관이 함께 숙고하며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연구비 규모와 연구 인력이 한국과 비슷한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는 물론이고, 한국보다 연구자원은 적지만 특정한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한 스위스, 스웨덴, 오스트리아 등 과학기술 강소국과 국제협력을 활성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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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과학기술은 지난 반세기 동안 양적 측면에서 놀라운 발전을 이룩했다. 그러나 연구 성과의 질적 우수성은 아직 부족하다. 국제특허 4대 강국이지만 기술무역수지비(기술수출액을 기술도입액으로 나눈 값)는 0.77로, 매년 약 4조원의 기술 수입료를 해외에 지불하고 있다.

문제의 근원은 새로운 지식이나 경제적 가치 창출 효과가 미미한 '추격형 연구' 위주의 수행 방식이다. 이제는 최고(Best), 최초(First), 유일한(Only), 소위 'BFO 연구'를 추구하는 글로벌 '선도형 연구'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과학 강국들과 국제 공동 연구를 활성화하는 것이 지름길이다. 최근 정부가 '과학기술 글로벌 협력 종합전략'을 발표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한정된 연구자원을 가지고 과학기술 국제 협력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을 민관이 함께 숙고하며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먼저 '글로벌 연구협력 지도'를 국가 차원에서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이 지도에는 우리나라가 추진하는 국가전략 분야의 외국 대표적 연구자 및 차세대 연구자, 그리고 유명 연구기관의 연구 성과가 상세히 수록되어야 한다. 정부부처별, 연구기관별로 산발적으로 보유한 정보를 국가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범부처 기관도 필요하다.

둘째, 미국 중심의 과학기술 협력에서 탈피해 유럽 과학 강국과 협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연구비 규모와 연구 인력이 한국과 비슷한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는 물론이고, 한국보다 연구자원은 적지만 특정한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한 스위스, 스웨덴, 오스트리아 등 과학기술 강소국과 국제협력을 활성화해야 한다. 최근 세계 최대 연구혁신 프로그램인 유럽연합(EU)의 호라이즌 유럽에 우리나라가 준회원국으로 가입하기 위한 협상이 타결된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셋째, 개발도상국 과학기술 우수 인재 양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과학기술 협력대사로 봉직하면서 수많은 개발도상국 주요 인사를 만나고 있다.

그들이 한결같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국가 산업화에 필요한 우수 과학기술 인재 양성이다. 자국 학생들이 한국의 유수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주고, 나아가 자국에 카이스트 같은 대학을 설립하는 것을 도와달라는 것이다.

실제로 첫 케이스로 우리나라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자금으로 설립되는 케냐 과기원 개교를 준비하고 있다. 이 대학의 졸업생들은 머지않은 장래에 케냐에서 한국의 지경(地境)과 경제 영토를 넓히는 우군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권을 초월한 과학기술 협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필자의 경험을 반추해보더라도 국가 상호 간 과학기술 협력을 추진하고 가시적 열매를 맺기까지 5년은 족히 걸린다. 그런데 협력을 수행하는 중간에 정권이 바뀌면서 사업이 갑자기 취소돼 상대국의 신뢰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과학기술 협력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 법적 제도를 마련하여야 한다. 그래야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신뢰할 수 있는 과학기술 강국으로 도약하게 될 것이다.

[신성철 외교부 과학기술협력대사 전 카이스트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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