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고공행진에 공급도 부족···"일단 넣고보자" 무순위 청약 과열
수도권 집값 상승에 불안심리 자극
서울 하반기 공급 전년비 24%↓
당첨땐 수억대 시세차익도 한몫
무분별 투기 막을 제도개선 필요
경기 화성시 동탄역 롯데캐슬의 무순위 청약(일명 줍줍)에 무려 294만 명이 몰리며 ‘온 국민 로또’와 같은 상황이 펼쳐진 배경으로는 서울 및 수도권을 중심으로 최근 아파트 분양가 및 매매가격이 고공 행진하고 있는 점이 꼽힌다. 지속적인 공사비 인상과 공급 부족 여파로 최근 들어 집값이 급등세를 보이자 분양가가 시세보다 수억~수십억 원가량 저렴한 분양가상한제 아파트나 수년 전 분양 당시 공급가로 공급되는 무순위 청약 단지로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동탄역 롯데캐슬은 29일에 이어 30일까지 이틀간 전용면적 84㎡ 1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진행하며 여러 기록을 남겼다. 우선 역대 최다 무순위 청약 신청 기록을 경신했다. 이전 최고 기록은 올해 2월 진행된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의 3가구 무순위 청약에 접수된 101만 3456명이었다. 무순위 청약 역대 최고 경쟁률이었던 서울 동작구 ‘흑석자이’ 전용 59㎡의 지난해 6월 기록(82만 9804대 1)도 가뿐히 뛰어 넘었다. 신청자가 몰려 청약 접수 기간이 연장된 것도 한국부동산원이 청약홈을 운영한 2020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도 이틀간 청약 접수 인원이 13만 4047명에 달했다. 전날 특별공급 114가구 모집에 4만 183명이 몰려 352.5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 가장 높은 특별공급 경쟁률이다. 이날 해당지역(서울) 1순위 청약에서도 평균 경쟁률이 527대 1에 달했다. 주택 유형별로 보면 전용면적 59㎡B의 16가구 모집에 2만 5678명이 접수해 1604.8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무순위 청약 단지와 분양가상한제 단지들은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원래 인기가 많지만 공급가가 시세 대비 약 20억 원 저렴하다는 평가 속에 역대급 청약 기록들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청약 열기는 공사비 상승 여파로 신축 아파트 분양가가 빠르게 오르는 데 더해 최근 수도권 아파트 매매 시장도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수요자들의 불안감이 커진 결과로 풀이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서울의 ㎡당 평균 분양 가격은 1267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올랐다. 전국 민간 아파트의 ㎡당 평균 분양 가격도 564만 4000원으로 1년간 14.86% 상승했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줍줍 물량에 따른 청약홈 마비는 최근 과열된 부동산 시장의 단면을 보여준다”며 “아파트 시세가 올라가고 분양가도 상승함에 따라 높아진 매수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도 “신축 아파트 선호가 증가하고 있고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살아나는 모습이 드러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파트 공급 가뭄이 예고된 만큼 가격 경쟁력이 있는 단지의 청약 열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전국 분양 물량은 12만 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13% 적다. 특히 서울의 하반기 공급 물량은 1만 3999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청약 열기가 청약 제도의 원활한 작동을 저해할 수 있는 만큼 분양가상한제 등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두 대표는 “분양가상한제가 서민의 내 집 마련을 돕는다는 차원에서 시작됐지만 제도가 적용되는 강남3구와 용산 지역의 투기를 조장하는 측면도 있다”며 “분양가 상한제가 본래 목적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정종훈 KB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묻지마 청약과 같은 무분별한 무순위 청약으로 시장 왜곡이 발생한다”며 “무순위 청약에서도 최소한의 자격 기준을 보완해 과도한 청약 집중에 의한 과열 방지와 청약시장 왜곡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다음 달 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수도권 내 추가 택지 확보 △도심 정비사업 절차 간소화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공공택지 주택 공급 활성화 △비아파트 공급 확대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회의에서 부동산과 관련해 ‘가격이 오른다고 생각하면 더 오를 수 있으니 투기적인 수요가 생기기 전에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켜야 된다’고 말했다”며 “투기 수요를 잡는다는 것보다는 주택 공급을 확대한다는 데 방점이 있다”고 전했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박형윤 기자 manis@sedaily.com강도원 기자 theon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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