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 양치기 소년"…금감원, 티메프 자금추적 '불법' 잡았다
금융감독원이 어제(29일) 기업회생을 신청한 티몬·위메프에 대해 자금추적 결과 '강한 불법 행적'을 확인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혀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최대 1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미정산 자금은 현재 행방이 묘연하다.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구영배 큐텐 대표는 판매 대금 400억원을 미국 기업 '위시' 인수에 활용했다고 언급해 자금 유용과 횡령 논란도 증폭됐다.
이 원장은 "관례상 (큐텐측이) 보여준 행동과 언행으로 볼 때 상당히 양치기 소년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말에 대한 신뢰를 못해 지난주부터 자금 추적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원장은 "수사 의뢰 과정에서 주요 대상자에 대해 출국금지 등 강력한 요청을 했다"고도 했다. 구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 4명은 지난 29일 긴급 출국 금지된 상태다. 금감원은 검찰 수사 지원을 위해 20여명의 금감원 직원을 파견해 자금 추적에 나섰다.
이날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구 대표는 "판매자들에게 돌려줄 정산 자금이 지금 어딨냐"는 의원들의 질타에 "회사에 남은 자본이 없다. 현재 티몬과 위메프에 남은 고정 자산이 없다"고 답했다.
구 대표 스스로 자금유용과 횡령 의혹을 확인하는 발언도 했다. 시장에선 구 대표가 위시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위메프, 티몬의 정산대금을 활용한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구 대표는 "티몬의 판매대금 정산금 400억원을 미국 회사 위시를 현금으로 인수할 때 쓴 게 맞냐"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 "맞다. 그렇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답했다.
다만 400억원을 한달 뒤에 상환했다고 했는데 이 자금을 위시 내부 유보금으로 마련했다고 언급해 추가적인 논란이 불거졌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위시 인수를 위해 (티몬·위메프 정산대금) 400억원을 한 달 동안 유용한 것은 횡령"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티몬, 위메프의 주먹구구식 경영도 도마에 올랐다. 실제 소비자 피해 금액이나 미정산 금액에 대해 양사의 대표들이 "정확한 금액을 알기 어렵다"고 밝혀서다. 재무관리 파트를 분사해 본사에 위탁하고 있지만 본사 역시 정확한 피해 규모를 집계하지 못해 최근 현장에 나간 금감원이 자료를 분석 중이다.
구 대표는 사재를 모두 출연해 피해자 구제를 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실효성엔 물음표가 달린다. 그는 "G마켓을 매각해 700억원을 받았고 이 자금을 전액 큐텐(지분 38%) 매수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큐텐 보유 지분 가치가 한때 5000억원에 달했다고 구 대표는 설명했으나 현재는 지분가치가 급락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감원이 티몬, 위메프와 2022년 6월에 체결한 MOU(양해각서)도 이날 첫 공개됐다. 2022년 맺은 MOU에 따르면, 티메프는 그해 6월 말까지 유동성 비율을 51%로 유지하겠다는 경영개선계획서를 제출했다. 그해 9월 말 51%, 연말까지 50% 이상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유동성 비율이란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 대비 유동자산을 얼마나 보유했는지 나타내는 수치다. 금감원은 전자금융거래법 감독규정에 따라 티메프와 같은 이커머스의 건전성과 유동성 비율을 감독할 수 있다. 하지만 규제를 준수하라고 강제하진 못하고 MOU 체결 형식으로 지도만 할 수 있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티몬은 유동성 비율이 18.2%, 위메프는 18.9%에 불과하다"며 "50%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에서 유지됐다"고 지적했다.
티메프가 유동성 비율을 지키지 못하자 금감원은 지난해 12월29일 두 번째 경영개선계획서를 제출받았다. 이 의원은 "MOU 내용을 보면 미정산 잔액과 관련한 보호조치를 요구할 수도 있고 경영계획을 지키지 않으면 전자금융업 등록 말소를 유도하는 내용도 있다"며 "금감원에서 충분하게 사전 체크했더라면 이렇게까지 심각한 사태가 되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이커머스의 재무 상황과 관련해 감독당국이 어느 정도까지 규제적 방법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지 이번 기회에 살펴봐 달라"고 말했다. 법상 업무정지나 등록 말소 등 강제 조항이 없다는 게 당국의 항변이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하수민 기자 breathe_in@mt.co.kr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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