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보이게 사각지대로"…신생아 학대·은폐한 의료진들, 징역형

[아이뉴스24 최혜린 인턴 기자] 생후 19일 된 신생아 귀를 다치게 한 뒤, 학대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의료진과 병원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실형을 받았다.

잠을 자지 않고 보챈다는 이유로 신생아를 학대한 혐의를 받는 의료진과 병원 관계자들이 30일 법원으로부터 징역형을 받았다. 기사와 무관한 사진. [사진=픽사베이]

30일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6단독(안현정 판사)는 아동학대 등 혐의로 기소된 부산 사하구의 한 산후조리원 간호조무사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A씨 관련 증거를 인멸·위조한 원장(병원장) B씨, 행정부장 C씨, 수간호사 D씨에게도 같은 형을 내렸다.

아울러 사실 은폐에 가담한 해당 병원 소아과·산부인과 의사에게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1년 2월 7일 오전 1시 10분께 생후 19일 된 신생아가 자지 않고 보챈다는 이유로 CCTV가 없는 사각지대로 데리고 가 손으로 왼쪽 귀를 잡고 비틀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잠을 자지 않고 보챈다는 이유로 신생아를 학대한 혐의를 받는 의료진과 병원 관계자들이 30일 법원으로부터 징역형을 받았다. 기사와 무관한 사진. [사진=픽셀스]

이를 보고 받은 병원장, 행정부장, 수간호사, 당직의(산부인과 의사) 등은 목욕 시간에 면봉으로 태지를 제거하던 중 상처가 났다고 말을 맞춘 뒤, 사건 발생 9시간 후에 신생아 부모에게 거짓 사실을 알렸다.

부모가 피 묻은 배냇저고리를 찾자 수간호사와 행정부장은 주도적으로 증거를 은폐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A씨만 재판에 넘겨지자 병원 관계자들은 증인으로 출석해 거짓 증언으로 일관했다.

아기 부모는 "사건 발생 직후부터 재판까지 3년간 병원 관계자들이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며 "해당 과정에서도 일부 혐의를 부인하고 사과조차 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검찰은 재판 진행 중 CCTV 영상에서 확인되는 간호기록부와 수사기관에 제출된 간호기록부가 다른 것을 발견하고 병원 압수수색 등 보완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두 차례의 병원 압수수색 등을 거쳐 병원에서 조직적으로 은폐한 정황을 포착해 C씨와 D씨를 구속기소하고 병원 관계자 10여명도 불구속기소했다.

재판부는 "해당 병원 그룹 관계자들의 조직적인 은폐 범행에 여러 차례 보완 수사를 하는 등 사건이 장기화했다"며 "피고인들의 행위는 수사기관과 법원의 실체 진실 발견 업무를 방해하고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A씨의 개인적인 일탈행위로 피해 아기를 학대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인력 부족, 열악한 근로환경,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인 조직문화가 그 밑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직원 입단속을 하면서 사건을 은폐하는 등 제왕적인 면모를 여실히 드러냈다"고 구속 이유를 밝혔다.

/최혜린 인턴 기자(imhyel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