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 울려퍼진 엔카신동 '목포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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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며, 삼학도 파도 깊이 숨어드는데."
지난 27일 일본 교토시 미나미구 소재 고향의집.
설립 당시에는 무연고 재일동포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했지만 지금은 일본인도 받고 있다.
이곳 고향의집 교토도 어르신 160여 명이 생활하는데, 60%는 재일동포이고 40%는 일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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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일본 어르신 위한
요양시설 '고향의집' 찾아
위로·감동주며 한일가교役
'돌아와요 부산항에' 열창
한국어·일본어로 따라 불러
"위문공연이 저의 큰 행복"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며, 삼학도 파도 깊이 숨어드는데…."
지난 27일 일본 교토시 미나미구 소재 고향의집. 인근에 있는 강당인 운사홀에 구성지면서도 한을 담은 듯한 목소리로 '목포의 눈물' 노래가 울려퍼졌다. 주인공은 MBN '한일가왕전'에서 '엔카 신동'으로 이름을 날린 아즈마 아키(17). 이곳 자선공연을 위해 아침부터 서둘러 도쿄에서 교토로 왔다.
고향의집은 사회복지법인 '마음의가족'이 운영하는 요양시설이다. 일본인 여성으로 한국에서 고아 3000여 명을 길러낸 목포 공생원의 윤학자 여사(일본명 다우치 지즈코)의 박애정신을 이어받아 그 아들인 윤기 공생복지재단 회장이 1988년 설립했다. 오사카에서 시작해 지금은 교토, 고베, 도쿄 등에서도 운영 중이다. 설립 당시에는 무연고 재일동포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했지만 지금은 일본인도 받고 있다. 이곳 고향의집 교토도 어르신 160여 명이 생활하는데, 60%는 재일동포이고 40%는 일본인이다. 국경과 민족을 초월한 어르신들이 함께 어우러져 생활하는 독특한 곳이다.
이날 공연은 고향의집 어르신과 가족, 지역 주민 등 150여 명이 함께했다. 아즈마는 '한일가왕전' 때 큰 인기를 끌었던 '목포의 눈물'과 '칠갑산' 등을 차례차례 불렀다. 관객석의 어르신들은 아즈마의 노래를 들으며 환호하고 눈물을 훔치는 등 큰 위로와 감동을 받은 모습이었다. 일본 어르신 사이에서도 인기 있는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1절은 한국어로, 2절은 일본어로 열창했다. 1절에서는 재일동포 어르신들이, 2절에서는 일본인 어르신들이 따라 부르는 재미난 광경도 연출됐다.
아즈마가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메인 타이틀인 '언제나 몇 번이라도'를 부를 때에는 아름다운 선율에 감동한 많은 어르신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한 어르신은 "천사의 목소리가 따로 없구먼"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공연 중간에 한 어르신이 아즈마에게 커다란 꽃다발을 선물하는 등 박수와 환호와 감동으로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모습이었다. 공연 후에도 아즈마는 현장을 바로 떠나지 않았다. 입구에 서서 공연장을 나서는 어르신 한 분 한 분께 따뜻한 인사를 전하며 배웅하는 등 마지막까지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공연을 지켜본 한 어르신은 "일본에서 이렇게도 아름다운 목소리로 한국 노래를 듣는 것 자체가 행복이고 기쁨"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전적으로 아즈마의 요청으로 진행됐다. 네 살 때부터 봉사를 했던 아즈마는 2020년 개인 후원회가 조직되면서 본격적으로 일본 전역의 양로원과 병원을 돌아다니며 자선공연과 봉사를 이어갔다. 당시 고향의집에서도 공연했었는데, 이때의 기억을 되살려 다시 한번 공연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이다. 이곳 복지문화담당인 하명구 씨는 "초등학생 때 공연을 왔었는데 당시 너무 좋은 기억을 안고 가서 다시 오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아즈마는 '한일가왕전'을 계기로 요즘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아즈마가 최우선으로 삼는 것은 자선공연이다. 아즈마는 "제가 노래를 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제 노래에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행복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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