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수에즈·파나마 운하

2024. 7. 3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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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2년 콜럼버스가 미주 대륙을 발견하면서 대항해시대가 열렸고 미지의 세계가 하나씩 유럽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금의 파나마운하와 수에즈운하가 탄생했다.

1914년 완공된 파나마운하는 미주 대륙의 남단인 케이프 혼(혼곶)을 돌아서 항해하던 선장들의 어려움을 덜어주었다.

그런 희생에 기반해서 수에즈운하와 파나마운하가 건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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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2년 콜럼버스가 미주 대륙을 발견하면서 대항해시대가 열렸고 미지의 세계가 하나씩 유럽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아프리카 대륙, 미주 대륙, 인도, 아시아, 호주 순서로 전 지구가 수백 년에 걸쳐서 인류에게 알려졌다. 대항해시대 선장이 항해한 방법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유럽에서 서쪽으로 항해해서 미주 대륙으로 가는 길이었다. 미주 대륙으로 내려가서 남미의 끝단을 돌아서 서쪽으로 가면 일본과 필리핀이 나왔다. 1492년 콜럼버스와 1522년 마젤란이 항해한 길이다. 다른 하나는 남쪽으로 내려가 희망봉을 돌아서 동쪽으로 항해하는 길이다. 1497년 바스쿠 다가마, 1768년 캡틴 쿡 등 많은 선장들이 항해한 길이다.

이러한 항해는 바람에 의존했고 나무로 만든 배를 이용한 것이었기 때문에 시간도 많이 걸렸고 비바람에 취약했다. 항해는 죽음을 무릅쓴 모험이었다. 19세기에 들어와 과학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안전한 지름길을 찾아나섰다. 지금의 파나마운하와 수에즈운하가 탄생했다. 1869년 개통된 수에즈운하는 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을 돌아서 항해하는 선장들의 어려움을 감하게 해주었다. 1914년 완공된 파나마운하는 미주 대륙의 남단인 케이프 혼(혼곶)을 돌아서 항해하던 선장들의 어려움을 덜어주었다.

이런 편리를 제공하며 국제 통항에 사용되는 운하가 몸살을 앓고 있다. 파나마운하는 높은 지대에 있는 몇 개의 호수를 지나야 한다. 비가 오지 않으면 호수가 얕아지므로 통항할 수 있는 선박의 수가 적어진다. 깊이가 깊은 선박은 다닐 수가 없다. 매일 40여 척이 다니던 운하의 선박이 30척으로 줄었다. 이렇게 선박의 통항이 줄게 되면 물류 흐름을 방해해서 운임이 오르고 물가 상승을 가져온다.

한편 수에즈운하는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선박이 통항을 하지 못한다.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회사는 매주 서비스를 위해서 12척의 선박을 투입해야 영업이 된다. 선박이 희망봉을 돌아서 유럽으로 가려면 항해 일수가 10일이 더 필요하다. 16척은 되어야 한다. 모든 회사들이 30% 정도 선박을 더 투입해야 한다. 선박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한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물류 대란의 원인이다. 나의 짐을 실어줄 선박을 구하기가 어렵고, 운송료도 5배가 오른 이상 현상을 경험해야 한다.

대항해시대 선배 선장들의 희생을 경험하면서 인류는 보다 안전한 항해 방법을 찾아냈고 운하가 개발되었다. 날씨가 나쁘기로 유명한 희망봉과 케이프 혼을 돌아서 항해하던 수많은 선배 선장의 고통과 죽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 희생에 기반해서 수에즈운하와 파나마운하가 건설되었다. 이런 국제 항행에 사용되는 운하는 인류 공동의 것이고 항해에 지장을 초래해서는 아니된다. 안정된 물류의 보장을 위해서 인류가 지켜야 하는 것이다. 유엔 차원에서 조약을 만들어 인류가 지켜내야 한다. 국제 항해에 사용되는 운하는 개별 국가에 주권이 있지만, 전 국가가 운하를 공동의 자산으로 지켜내자는 합의를 하여, 항상 선박의 항해가 가능하도록 열려 있어야 한다. 선장 시절 5만t급 선박에 물을 싣고 투발루라는 작은 국가에 가라는 명령을 받은 적이 있다. 한국 조선소에서 특수하게 건조한 선박에 물을 싣고 가서 파나마운하에 공급해주면 파나마운하의 물 부족 현상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수에즈운하의 경우에도 안전 항해에 사용될 회랑을 만들어 연합국의 군함이 순차적으로 호위하여 상선을 안전하게 통과시키는 방법을 강구하자.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前 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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