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지원 등 ‘가짜 수산업자 금품’ 박영수 재판서 나온 ‘위법수집 증거’ 논란[판결돋보기]
‘250만원 상당의 포르쉐 렌트비 무상 지원, 세 차례에 걸쳐 총 336만원 상당의 수산물 수수….’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2020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으로 재직하던 때에 수산업자 김모씨로부터 받은 금품이라고 지목된 내용들이다. 일반인들이라면 쉽게 얻을 수 없는 금품이었지만, 박 전 특검에 대한 1심 판결은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으로 갈음됐다.
함께 기소된 이모 현직 부부장검사에게는 무죄가, 엄성섭 TV조선 보도해설위원과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전직 중앙일보 기자에겐 벌금형이 선고됐다. 이들 역시 수산업자 김씨로부터 포르쉐, 카니발, 벤츠 렌터카 등을 무상으로 지원받은 혐의가 적용됐다. 금품을 준 김씨는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아 이들 중 형이 가장 높았다.
이번 선고 결과를 가른 건 수사당국의 증거수집이었다. 1심 재판부 판결을 보면, 경찰은 2021년 3월26일 김씨에 대해 첫 압수수색을 벌였다. 김씨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해 재력가들에게서 100억원 상당의 투자금을 받았다는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였다.
하지만 문제는 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벌어졌다. 경찰의 압수수색에선 변호인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고 압수한 휴대전화 관리도 허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김씨의 휴대전화 전자정보를 압수해 이 검사와 엄 해설위원, 이 전 논설위원에 대한 청탁금지법 위반 범죄를 잡아내게 됐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변호인접견실 내 컴퓨터 ‘폴더’에 해당 내용을 저장해뒀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경찰은 두 차례 더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해 추가 압수수색을 벌였다.
1심 재판부는 경찰의 이 같은 증거수집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수사기관은 변호인 참여권 보장 없이 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를 압수수색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근거였다. 전자정보는 파일 속성상 원본 자체가 쉽게 변경될 수 있어서 제대로 보관했다고 증명하지 못하면 증거능력이 없다는 판례도 인용했다. 재판부는 수사시 전자정보 보관을 규정한 경찰청 훈령을 경찰 스스로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사실이 아닌, 별건인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관련 전자정보를 발견했으면 추가 탐색을 중단하고 법원으로부터 전자정보에 대한 추가적인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김씨 수사편의상 휴대전화를 압수해 그 안에 있는 전자정보를 통째로 압수하는 식으로 확보한 뒤 털어내기식 별건수사를 벌인 것은 적법 절차를 위반한 불법 수사라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경찰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수집한 증거에 대해서도 “위법하다”고 보고 모두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이처럼 위법하게 수집된 1차 증거와 달리 이후 검찰 조사단계에서 확보한 김씨의 금품 제공 자백 등 2차 증거는 인정했다.
수사당국의 이 같은 위법수집 증거 논란은 이른바 검찰의 ‘디지털 캐비닛’ 문제로 불거진 바 있다.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 범위를 벗어난 전자정보까지 복제(이미징)해 보관한 사실이 지난 3일 인터넷 언론 뉴스버스의 보도로 알려지면서다. 주요 재판에선 이 같은 검찰의 수사관행이 계속 쟁점이 되고 있다. ‘고발사주 의혹’으로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의 항소심,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 사건 항소심 모두 수집된 증거의 위법성과 증거 능력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7261623001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404261201001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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