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방송 스타, 현실은 양봉 소녀... ‘가부장제 탈출’ 소원 이뤄질까

라제기 2024. 7. 3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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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 소녀 젤소미나(마리아 알렉산드라 룽구)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시골에 산다.

젤소미나의 소원과 달리 아버지는 완강하다.

젤소미나가 보내는 시골의 현실은 고되나 역설적으로 달콤하기도 하다.

젤소미나는 우여곡절 끝에 소원을 이루기 직전 상황까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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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개봉 이탈리아 영화 ‘더 원더스’
고된 가업에 시달리는 12세 소녀 성장기
현실과 환상 경계 흐릿…칸 심사위원대상작
젤소미나(오른쪽)는 어린 동생들, 어머니 등과 시골에서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으나 도시를 동경한다. 엠앤엠인터내셔널 제공

12세 소녀 젤소미나(마리아 알렉산드라 룽구)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시골에 산다. 가업은 양봉이다. 맏딸인 젤소미나는 어엿한 일꾼으로 아버지를 돕는다. 그는 도시와 학교를 동경하나 봉건적인 아버지는 말을 꺼내지도 못하게 한다. 젤소미나는 노동이 힘겹기는 해도 인적이 드문 곳에서 부모와 두 동생, 이모와 함께 살면서 나름 행복을 느낀다. 그는 어느 날 바닷가에서 가족과 물놀이를 하다가 TV 촬영팀을 마주하고선 삶이 바뀐다. 시골과 가족을 벗어나 방송 스타가 되고 싶다. 농산물 경연 방송 프로그램에 나가서 수상을 하면 새로운 문이 열리리라 기대한다.


인적 드문 시골에서 펼쳐지는 성장기

이탈리아 영화 ‘더 원더스’는 성장 이야기다. 사춘기를 맞은 젤소미나가 겪는 감정적 격변기를 그려낸다. 시대적 배경은 1990년대 초반. 인터넷이 없고,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단절된 지역에 사는 소녀가 꿈을 통해 세상을 배워가는 과정을 담아낸다. ‘행복한 라짜로’(2018)와 ‘키메라’(2023)로 국내 영화팬에 이름을 알린 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의 초기작이다. ‘행복한 라짜로’와 ‘키메라’처럼 현실과 환상의 구분이 모호하고 시간의 경계가 불분명하다.

젤소미나의 소원과 달리 아버지는 완강하다. 딸이 엉뚱한 생각을 하다 삶을 망칠 수 있다고 우려하나 실은 가부장제적 사고가 작동하고 있다. 젤소니마는 아버지 몰래 농산물 경연 방송 프로그램에 참가 신청을 하고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이어진다.

한 소녀가 겪는 억압적 상황을 그리고 있지만 어둡고 무겁지는 않다. 젤소미나의 아버지는 완고하고 엄격하나 나름 아이들을 사랑하고 낭만이 있는 사람이다. 젤소미나의 생일을 맞아 딸이 오래 전부터 키우고 싶던 ‘희귀 동물’을 선물한다. 아이의 성장을 인지하지 못하고 딸을 여전히 유아로 여기는 사고가 반영된 깜짝 선물이지만 말이다. 젤소미나가 아버지를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이유이다.


소녀가 겪는 한여름 밤의 꿈 같은 사연

젤소미나는 TV쇼 촬영 현장을 우연히 마주하게 되고 방송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게 된다. 엠앤엠픽쳐스 제공

젤소미나가 보내는 시골의 현실은 고되나 역설적으로 달콤하기도 하다. 영화 속 꿀의 이중적인 면모는 상징적이다. 꿀을 얻기 위해서는 벌에 쏘이는 아픔과 오랜 노동을 감수해야 한다. 정제된 꿀은 깔끔해 보이나 바닥에 쏟았을 때는 어느 지저분한 음식물보다 치우기가 쉽지 않다. 양봉이란 생업은 가족을 이어주면서도 서로를 옭아맨다.

젤소미나는 우여곡절 끝에 소원을 이루기 직전 상황까지 간다. 가족 모두가 한여름밤의 꿈 같은 순간을 잠시 만끽한다.

마술과도 같은 매혹적인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마지막 장면은 특히 꽤 긴 여운을 남긴다. 우리의 삶은 짧다. 행복은 짧은 삶 안에서 극히 일부 시간에 불과하다. 찰나의 행복이라도 누리기 위해선 도전하라는 이 흔한 메시지를 낯선 표현 방식으로 전한다.

2014년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10년 만에 늦장 개봉하게 됐다. 로르바케르 감독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3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젤소미나는 집안일을 도우면서 동생까지 돌봐야 하는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 엠앤엠인터내셔널 제공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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