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의 김 여사 검찰 수사 관련 입장이 장관 때와 달라지는 이유는?

이보라 기자 2024. 7. 3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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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장관 때 “수사 충분” 지금은 “검찰 많이 늦어”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무처당직자 월례조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연일 ‘국민 눈높이’를 언급하며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의 방식과 기간 등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법무부 장관 시절 지지부진한 검찰 수사에 대한 공세를 적극 방어하던 데서 입장이 바뀌었다. 당권을 쥔 ‘미래권력’ 후보로서 김 여사 문제 대처를 고리로 당 쇄신 기류를 부각하려는 뜻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여사 문제에서 얼마나 민심에 닿은 메시지를 일관되게 유지하는지가 ‘정치인 한동훈’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지난 29일 MBN과의 인터뷰에서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명품가방 수수 사건과 관련해 김 여사를 조사한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검찰청사 외부에서 이뤄진 조사 방식과 장기화된 수사 기간을 문제 삼았다.

한 대표는 “원래 제3의 장소에서 수사하는 것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그렇지만 이 사안 자체가 받고 있는 여러 가지 관심을 감안한다면 검찰청에서 조사하는 방식을 선택했더라면 국민들께서 조금 더 편하게 보시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은 이제 검찰의 조사까지 이뤄졌다”며 “검찰이 이미 많이 늦었다. 신속하게 결론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 20일 당대표로 당선된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검찰이 수사 방식을 정하는 데 있어서 더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한다”고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는 한 대표가 법무부 장관 시절 김 여사 수사에 대한 야권의 공세를 옹호하는 데 주력했던 것과는 달라진 행보다. 그는 2022년 5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김 여사를 소환 조사해야 한다는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수사에는 여러 방식이 있다”고 맞받았다. 또 “저는 직접 수사하는 사람은 아니니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하고 처분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2022년 7월 대정부 질문에서도 김 여사 사건에 대해 “과거 정권부터 오래 수사해 온 사안으로, 충분한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곧 결론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김 여사 소환 조사 여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소환 조사한 바는 없고 서면 조사를 했다”며 “출석 요구를 한 바는 없는데 소환 협의는 있었다”고만 했다. 조사 필요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한 대표의 입장이 달라진 건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법무부 장관)이 아닌 집권 여당의 대표가 되면서 차기 정치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다지려는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재권력’인 윤석열 대통령과 차별화하고 거리를 두는 동시에 김 여사 사건에 적극 목소리를 내 여당의 쇄신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것이다.

다만 막 임기를 시작한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관계 회복을 우선시하며 균형을 맞추려는 상황이어서 한계점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대표는 지난 1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고 언급한 뒤 사퇴 요구를 받는 등 대통령실과 충돌했다. 이런 전례에 비춰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당분간 김 여사 문제와 관련해 수위 조절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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