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커져도 인력 그대로”···공공기관 자회사 노동자들의 응답 없는 아우성
‘디지털, 친환경, AI허브 세 날개로 여는 인천공항 4.0 시대’ 인천국제공항공사(공항공사)의 희망찬 홍보 슬로건에 자회사 노동자들은 걱정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더 커진 공항에선 누가 일하나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30일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경고 파업에 나섰다. 2017년부터 착공된 인천공항 4단계 확장 공사는 오는 10월 마무리될 계획이지만 공항공사 측은 인력 충원 계획을 발표하고 있지 않다. 확장 공사 이후 공항의 연간 여객 수용력은 7700만명에서 1억600만명으로 37.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많은 인원을 수용할 공간이 생기는 것은 그만큼 사람 손이 닿아야 할 곳도 늘어난다는 의미다. 시설을 정비하고 경비를 서고 청소하는 노동자들은 과거 아웃소싱 업체에 소속돼 고용 불안을 겪던 비정규직이었다. 현재는 공항공사 아래 3개의 자회사인 인천공항시설관리·인천공항운영서비스·인천국제공항보안에 속해있다.
자회사 노동자들은 인력 충원과 4조 2교대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공항공사 자회사 3곳 소속 노동자 규모는 2023년 계약인원 기준 총 9733명이지만 실제 인원은 9281명으로, 정원보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수가 적다고 설명한다. 확장공사가 완료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본다. 인천공항지역지부의 지난 5~7월 현장조사 결과, 보안검색 분야를 제외한 3개 자회사에서 전 직종 통틀어 1339명이 추가로 필요한 상태였다.
이들은 인력 부족으로 인한 문제들이 현장에선 이미 속속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공항의 전기설비 유지관리를 하는 이자형 설비지회 지회장은 “회사가 인력을 줄이고 자연 감소하는 인력도 충원하지 않아 현장 인력은 대폭 줄고 있다”며 “2인1조 매뉴얼은 지켜지기 어려운데 예방점검 주기는 늘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함께 일하는 동료 수가 부족하면 일은 자연스럽게 고되게 된다. 모회사인 공항공사 직원들이 4조2교대를 하는 것과 달리 이들은 3조2교대로 업무 강도가 더 높다. 보안경비 일을 하는 소형은 보안통합지회 사무국장은 “3조2교대로 계속된 야간근무를 해 장기근속자들은 고혈압을 달고 살고, 신규 입사자들은 기대와 너무 다른 노동환경에 금방 떠난다”고 했다.
열악한 노동환경과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은 퇴사자를 늘려 미숙련 노동자를 확대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한다. 탑승교운영 업무를 담당하는 안일 운영지회 조직부장은 “게이트와 항공기마다 탑승교 접현 각도 등이 달라 업무에 숙달되기까지 일정 기간이 필요하지만, 중도 퇴사자가 속출한다”고 했다. 2020년부터 2023년9월까지 자회사 신입사원의 2년 이내 퇴직자 비율은 25%에 달했다.
“인력을 충원해달라”는 목소리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자회사 노동자들로부터도 나온다. 코레일 자회사 중 하나인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도 만성적인 인력 부족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정책연구소 이음이 지난 6월 한달간 시행한 인천공항 및 코레일 자회사 노동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 참여한 노동자 1063명의 연차 사용률은 71.6%이었다. 연차를 쓰지 못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70%가 ‘인력이 부족해 (자신이 빠지면) 일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전체가, 모회사인 코레일은 대부분 4조2교대를 하는 것에 반해 사실상 같은 업무를 하더라도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은 3조2교대를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파도 쉬지 못하는 노동자들도 많다. 같은 설문조사에선 ‘지난 1년간 몸이 아픈데도 나와서 일한 적이 있는 경우’가 29.5%로 나타났다. 대구역 승차권발매역원인 송주영씨는 “철도 승차권 발권 업무 현장 노동자들의 지난해 연차 소진 개수는 전체의 50%도 되지 않는다”며 “현장에선 개인 사정도, 아파서 쉬는 것도 예측해야만 한다는 농담을 한다”고 했다.
이들은 인력 부족이 결국 시민 안전의 위협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 ‘인력 부족으로 인한 고객서비스 및 안전 훼손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는 응답은 64.5%, ‘약간 그렇다’는 29.1%가 나왔다. 대표적 사례가 주차 관리업무 인력 부족이다. 광주송정주차관제에서 일하는 김대수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조직부장은 “새벽엔 전국 155개 주차장을 관제하는 가산통합관제센터의 경우 인원 부족으로 3조 2교대 야간 근무마저 1명 근무가 일상화되고 있다”며 “관제가 정산소 기능만을 담당하게 되면서, 주차장 이용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할 뿐 아니라 1인 근무하는 직원은 과도한 업무량에 짓눌린다”고 했다.
두 공공기관 모두 모회사가 자회사 노동자들과의 협의나 대화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자회사 노동자가 모회사 소속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실상 이들은 모회사의 영향권 아래에서 일하고 있다. 모회사가 자회사의 인력과 예산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천공항지역지부는 지난 2일 결의대회에서 공항공사에 요구사항을 전달했으나, 공항공사는 ‘노조법 2조에 의거해 귀 단체의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아 인력충원 등 요구사항에 대하여 귀 단체와 협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항공사 측은 이날 노조 파업에 대해서도 “인력 충원은 자회사의 자율 결정사항으로 공사는 개입, 간섭하지 않는다”며 “다만 내년도 자회사와의 위탁계약 체결 시 4단계 오픈에 따른 과업량을 감안해 계약 금액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설희 인천공항지역지부 정책국장은 “2020년 노사전(노동자·회사·전문가)협의회 합의 사항에 따라 3주체인 모회사, 자회사, 현장 노동자의 협의체를 만들자고 얘기됐지만 이행되지 않고 있다. 자회사도 모회사의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임현경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총무부장은 현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사실은 포장지(모회사·자회사)만 다른 거예요. 내용은 다 똑같아요. 권한은 모회사가 다 갖고 있고, 채용 공고부터 일하는 모든 규정을 코레일대로 따라요. 그래서 현장에서는 우스갯소리로 ‘모회사가 돈 주는 것만 감시 안 하고 나머지 다 한다’고 말해요.“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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