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선' 추미애가 노래 불러도 조용…무관심 필리버스터
"12시에 만나요 3300. 둘이서 만납시다 8만주. 살짝쿵 데이트. 도이치모녀스."
29일 밤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을 '12시에 만나요 브라보콘' 광고로 비꼰 노래가 울려퍼졌다. 22대 국회 최다선 의원인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방송 4법' 중 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진행하면서다. 추 의원이 노래를 끝내고 좌중을 바라보며 살짝 웃음을 짓자 짧은 박수만이 터졌다.
이 패러디는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해 2월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재생했다. 추 의원은 이번 필리버스터에서 2시간36분동안 EBS법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겨냥했다. 야당이 낸 법안에 대해 장기간 찬성토론을 하며 김건희 여사와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의 대화를 성대모사까지 했다.
그런데도 최다선 의원의 토론은 언론의 주목을 끌진 못했다. 다음날인 30일 오후 3시까지 추 의원의 이번 '본회의장 노래'를 보도한 매체는 전무했다. 필리버스터 중 화제의 발언이 주목받던 과거와 다른 양상이다. 5박6일간 '법안 상정-필리버스터-필리버스터 강제 종료-여당 불참 속 표결'이 도돌이표로 이어지면서 국민들로부터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나마 주목받은 것은 기록 경신었다. 국민의힘 내 유일한 90년대생 의원인 김용태 의원(초선·경기 포천시가평군)은 전날 오전 8시30분쯤 필리버스터에 나서 같은 날 오후 9시46분까지 13시간12분동안 방송4법에 대한 반대 토론을 했다. 지난해 12월 국정원법·남북관계발전법 등 개정안 통과 저지를 위해 나섰던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12시간47분)의 기록을 깬 것이다.
이번 필리버스터는 방송4법 법안당 1차례씩 총 4차례, 109시간 넘게 진행됐다.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 필리버스터에는 최형두·한준호·박대출·모경종·이상휘·이해민·박충권 의원, 방송법에는 신동욱·이훈기·정연욱·전종덕·진종오·박선원 의원이 토론에 나섰다. 방송문화진흥회법 토론에는 강승규·조계원·유용원·이준석·신성범·한민수·김장겸·김재원 의원이 단상에 섰고, EBS법 개정안에는 김용태·추미애·정성국 의원 등이 발언했다.
2016년 민주당의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192시간27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길었다. 당시엔 24시간 후 토론 종결권을 행사하지 못해 한 법안으로 토론이 길게 이어졌는데 이번보다 훨씬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의원들의 관심도 과거보다 크게 떨어졌다. 여당 의원들은 원내 지도부에서 배정한대로 소수 인원만 조별로 자리를 지켰고 야당 의원들은 자신의 의원회관 사무실 등에서 대기하다가 법안 표결 때만 본회의장으로 이동해 찬성표를 던졌다. 의원들이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본회의장에서 야구 중계를 보고 독서를 하거나 영어공부를 하는 장면이 사진기사로 포착되기도 했다.
의장단 가운데 국민의힘 출신인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본회의장에 불참하면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학영 부의장이 3시간 맞교대로 사회를 봤다.
이번 필리버스터 시작 전인 지난 25일 국민의힘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한 중진 의원이 "무제한 토론은 지나치게 소모전인 것 같다"고 밝히는 등 여당 내부에서도 필리버스터 무용론이 나왔다. 그러나 여당 지도부는 수적 우위를 이용한 민주당의 법안 강행 처리에 필리버스터를 통해서라도 맞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민들 입장에선 5박6일간 이어지는 필리버스터가 지겹기도 하고 관심이 떨어지니 이걸 왜 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그러나 국민의힘 입장에선 이렇게까지 밤새가며 법안에 반대하는 이유를 국민들에게 알릴 기회이기 때문에 포기하기 어렵다. 필리버스터가 계속 누적되면 민심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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