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도 “사도광산, 조선인 고난 마주했어야” 비판

조문희 기자 2024. 7. 3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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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도광산 내부 모습. 연합뉴스

일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해 일본 언론이 30일 “일본 측이 처음부터 한반도 출신자의 고난의 역사를 진지하게 마주했다면 이렇게까지 사태가 복잡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인 노동의 ‘강제성’ 표현을 두고 양국이 등재 직전까지 갈등한 원인을 일본 정부에서 찾은 것이다.

진보 성향 아사히신문은 이날 ‘빛도 그림자도 전하는 유산으로’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조선인 노동이) 강제노동인지 아닌지 일본과 한국 사이에서 견해가 엇갈리는 가운데 ‘강제’ 표현을 피하면서 (조선인이) 가혹한 노동환경에 있었음을 현지에 전시한 것은 양국 정부가 대화로 타협한 산물”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신문은 “(조선인 노동이) 직시해야 할 사실이라는 점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사도광산 등재와 관련한 양국 갈등의 책임을 일본 측에 물은 것이다. 아사히는 “역사는 국가의 독점물도, 빛으로만 채색된 것도 아니다”라며 “그늘진 부분도 포함해 전체를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유산 가치를 높인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일부 언론은 윤석열 정부 들어 밀접해진 한일관계를 등재 합의 배경으로 짚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기사에서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가 한국 동의를 받아 ‘연착륙’했다고 분석하며,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셔틀 외교’ 재개 등으로 구축한 개인적 신뢰 관계, 중국 패권주의 지속과 북한의 연이은 핵·미사일 개발 속 한미일 결속 강화 등을 배경으로 거론했다.

사설에서는 “윤석열 정권이 징용공(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의 일본식 표현) 문제 해결책을 내세운 것을 계기로 관계가 개선될 결과”라고 했다. 마이니치는 또 사설에서 양국이 사도 광산 등재에 이르기까지 대화의 중요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하면서 “대화를 거듭해 안정된 관계를 만드는 노력을 지속해야만 한다”고 조언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27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 회의가 사도광산 신규 등재 안건을 다루기 직전, 한일 간 물밑 협상을 통해 사도광산 인근에 조선인 동원 역사를 드러내는 전시실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해당 전시에 조선인 노동의 ‘강제성’이 명시되지 않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 사도 광산 인근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이 28일 조선인 노동자 관련 전시물이 있는 새로운 전시 공간을 공개한 가운데, 방문객이 관련 전시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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