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와 토론할 수도, 안 할 수도"…자꾸 말 바꾸는 트럼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한 번 이상 토론할 의향이 있다"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엿새 만에 말을 바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론조사에서 내가 앞선다"면서 "토론하지 않는 사례를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언제 해리스 부통령과 토론할 것이냐는 진행자 로라 잉그레이엄의 질문에 "토론을 좋아하고 많이 해봤다"면서 "토론을 하고 싶지만 이미 모든 사람이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토론을 거부할 경우 유권자들은 트럼프가 해리스에게 겁 먹었다고 생각할 것"이라는 진행자의 의견에도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경쟁할 때도 똑같은 말이 나왔고, 여론조사는 내가 (해리스 부통령을) 앞선다"며 "해리스 부통령과 토론을 하겠지만 토론하지 않는 사례를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 대선 캠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3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해리스 부통령과 한 번 이상 토론할 의향이 있다"고 말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미국 유권자들은 대권에 도전하는 후보들의 토론을 들을 자격이 있다"는 입장을 냈다.
"토론하지 않을 수 있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 발언에 대해서는 "트럼프 캠프다운 편의주의 전략"이라며 "해리스 부통령은 9월10일 ABC뉴스 토론장에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대선 후보 토론은 1987년 양당 합의로 설립된 중립 기구 대통령선거토론위원회(CPD)가 전부 주관했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 CPD는 △9월16일 텍사스 주립대 △10월1일 버지니아 주립대 △10월9일 유타대 등 3곳에서 대선 후보 토론회를, 9월25일 라파예트 대학에서 부통령 후보 토론회를 주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올해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CPD 주관 토론회에 불참 의사를 내비쳤다. 9~10월이면 이미 우편 투표가 개시된 시점이기 때문에 토론회 일정을 더 앞당겨야 한다는 이유였다. 미네소타, 일리노이, 미시시피 등 일부 주는 이르면 본 투표일로부터 46일 전, 9월 하순부터 부재자 투표를 시작한다. 특히 위스콘신, 미시간과 함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펜실베니아는 선거구에 따라 본 투표일로부터 50일 전 부재자 투표를 진행하기도 한다.
결국 CPD는 지난달 24일 바이든 캠프에서 토론 불참을 알렸다면서 대학들과 토론회 개최 계약을 전부 해지했다고 밝혔다. 향후 토론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그 사이 양측 캠프는 CNN, ABC뉴스와 별도 후보 토론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CNN 토론에서 참패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토론 내내 무력한 모습을 보인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3일 총격 사건에서 극적으로 목숨을 구해 지지층 결집에 성공했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중도 하차를 선언하고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맞수로 해리스 부통령이 나서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ABC뉴스가 아닌 폭스뉴스에서 토론하자고 제안했다. ABC뉴스는 진보 성향 미디어 기업인 디즈니가 소유하고 있으므로 토론을 편파적으로 진행할 것이란 명분을 앞세웠다. 이에 대해 AP통신은 "자신에게 더 우호적인 폭스뉴스를 2차 TV토론 주관사로 내세우려는 것"이라고 짚었다. 폭스뉴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에게 토론 초청장을 보냈다. 해리스 부통령 측은 아직 승낙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타임지에 따르면 대선 후보 토론회를 반드시 개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토론회가 없었던 선거도 있다. 1960년 민주당 후보였던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공화당 후보였던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토론한 이후 3번의 선거는 토론 없이 진행됐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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