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오른손잡이 왼팔 사수' 권총 이원호, 끝내 닿지 못한 메달

이대호 2024. 7. 3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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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권총 10m 남자 개인전이 끝난 뒤 눈앞까지 다가왔던 메달을 놓친 이원호(24·KB국민은행)는 안타까운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공기권총 남자 결선에서 4위로 경기를 마친 이원호는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꿈을 이루지 못하자 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서 "착잡합니다"라는 말만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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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오른팔 부상으로 왼손잡이 사수 변신해 4위만 두 번
이원호, 마지막 순간 (샤토루[프랑스]=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권총 10m 남자 결선에 진출한 이원호가 마지막 발을 쏜 다음 아쉬운 탄식을 하고 있다. 이원호는 이날 4위로 경기를 종료했다. 2024.7.28 hwayoung7@yna.co.kr

(샤토루[프랑스]=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공기권총 10m 남자 개인전이 끝난 뒤 눈앞까지 다가왔던 메달을 놓친 이원호(24·KB국민은행)는 안타까운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공기권총 남자 결선에서 4위로 경기를 마친 이원호는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꿈을 이루지 못하자 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서 "착잡합니다"라는 말만 되뇌었다.

마음을 다잡고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공기권총 혼성에서는 꼭 메달의 꿈을 이루겠다"고 말했던 이원호는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이원호는 30일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벌어진 공기권총 혼성 동메달 결정전에서 오예진(IBK기업은행)과 짝을 이뤄 마누 바커-사랍조트 싱(인도)에 승점 10-16으로 패해 4위로 대회를 마쳤다.

'왼손 사격수' 이원호가 걸어온 길 (샤토루[프랑스]=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권총 10m 남자 결선에 진출한 이원호의 총에 자신이 출전한 대회의 스티커가 부착돼있다. 2024.7.28 hwayoung7@yna.co.kr

이원호는 세계 사격 역사를 통틀어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선수다.

오른손잡이라 처음 사격을 시작했을 때 오른손으로 권총을 쥐었지만, 지금은 왼손으로 총을 쏜다.

부산 온천중학교 재학 시절 처음 사격을 시작한 이원호는 재능과 노력 덕분에 빠른 속도로 정상급 선수가 됐다.

그에게 생각지도 못한 시련이 찾아온 건 고등학교 때였다.

말 그대로 '자고 일어났더니' 오른팔이 떨리기 시작했다. 병원에 다녀봐도 신경이나 근육, 심리적인 문제 등 뚜렷한 원인을 짚어내지 못했다.

흔들림 없는 표적 조준이 생명인 사격 선수가 팔을 떤다는 건, 더는 선수로 뛸 수 없다는 의미다.

보통 선수라면 사격을 그만두고 다른 길을 찾았겠지만, 이원호는 왼손으로 총을 잡았다.

영화로 만들어도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영화 평론가의 질타를 받았을 이야기를 현실로 만든 것이다.

사로를 뒤로하고 돌리는 발걸음 (샤토루[프랑스]=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권총 10m 남자 결선에 진출한 이원호가 4위를 기록한 뒤 자신의 사로를 떠나고 있다. 2024.7.28 hwayoung7@yna.co.kr

중학교 시절 은사를 대학교에서 재회해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왼손 사격'을 연마하기 시작했다.

왼팔 근력을 기르기 위해 3㎏ 아령을 어디에 가든 휴대했고, 밥도 왼손으로 먹었다.

주위에서 '저렇게 해도 되겠어?'라고 의구심을 보냈지만, 이원호는 좌절하지 않고 왼손으로 쏘고 또 쐈다.

다행히 천부적인 감각이 있었던 터라, 왼손을 오른손만큼 능수능란하게 쓸 수 있게 되고 난 뒤에는 성적도 쑥쑥 나오기 시작했다.

세계 사격 역사에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오른손잡이 왼팔 사수'가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은 그에게 '마지막 영광'을 허락하지 않았다.

공기권총 10m 남자 결선에서 4위를 해 눈앞에서 메달을 놓쳤고, 이날 혼성 경기에서도 4위를 해 이번 대회를 마감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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