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일본이 2015년 강제성 인정했다 강조하지만…하루 만에 말 바꿨다
조선인 강제 노역이 이뤄졌던 사도(佐渡)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관련해 '강제성' 표현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지난 2015년 주일 유네스코 대사가 강제성을 인정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총리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당시 외무상은 이를 하루 만에 뒤집은 바 있어, 정부의 설명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한일 간 협의 과정에서 강제성 표현과 관련한 협의가 있었냐는 질문에 "2015년 (주일 유네스코 대사의) 발언문에서 표현이 정리되어 있는 만큼 (이번 한일 간 협의에서는) 그 문제에 대해 초점을 두지 않고 실제 이행, 즉 전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차원에서 얘기를 했다"고 답했다.
이 당국자는 "실제 전시 내용을 한일이 협의하여 구성할 때 우리 측은 강제성이 더 분명히 드러나는 많은 내용을 요구했으며 일본이 최종적으로 수용한 것이 현재 전시 내용"이라며 "이러한 부분은 협상의 상세 내용이라 자세히 설명드릴 수 없으나 우리가 끝까지 여러 가지를 요구하여 협상은 막판에 타결됐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6일 기자들과 만난 또 다른 외교부 당국자도 강제성 표현 여부와 관련 "강제 노동의 정의가 뭐냐부터 들어가서 끝이 없는 말싸움이 된다. 일본은 일본식대로 얘기하고 우리는 우리식대로 얘기하고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한 논의를 이번에는 하지 않고 말씀드렸다시피 일본이 무엇을 할 것인가에 집중을 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전시 내용 그대로, (표시된) 글자 그대로 보고 더 이상 자기 해석을 강조하지 않고 판단하자는 것이 한일 간 합의 정신"이라며 "일본이 2015년 (군함도 등 메이지시대산업시설 유네스코 등재 당시) 합의를 포함해서 모든 약속들을 다 인정을 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015년 7월 5일 일본 측 사토 구니(佐藤地) 유네스코 대사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군함도 등 메이지 시대 산업유산의 등재 확정과 함께 "수많은 조선인 등이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against their will) 연행되어 가혹한 환경에 서 노동을 강요당했다(forced to work)"고 밝혔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난 그 해 7월 6일 당시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은 'forced to work'가 "강제 노동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을 바꿨다. 따라서 이번 한일 간 합의에 2015년의 발언을 존중한다는 표현이 들어 있기 때문에 강제성에 대해 일본이 이미 인정한 것이라는 정부 평가가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오히려 정부가 강제성 표현과 관련, 2015년 발언을 확인하는 수준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한일 간 협의가 원활하게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강제성 문제는 근본적으로 일제의 식민 지배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를 골자로 한 역사 인식의 문제이기 때문에 양측이 합의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조선에 대한 식민 지배를 합법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일본은 국가총동원법 등에 의해 조선인 노동자가 사도광산에서 합법적으로 '노동'을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식민 지배를 불법으로 보는 시각에서는 조선인 노동자들이 일제에 의해 사도광산에 강제 동원되어 노역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강제성 표현을 포함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협의한 것을 두고 일본의 식민사관을 인정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편 논란이 커지면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강제성 표현이 빠진 것과 관련, 해당 상임위를 통한 경위 파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외교통일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외교부에,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국가유산청에 각각 경위 및 입장을 파악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국회의장이 말씀하신 것과 관련해서 보도를 접하고 국회에 확인 중"이라면서 아직 관련 내용에 답할 단계는 아니라고 밝혔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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