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 상징 ‘DJ 사저’ 100억에 제빵학원 쪽 매각…동교동계 ‘한탄’

엄지원 기자 2024. 7. 3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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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의 셋째 아들인 김홍걸 전 의원이 거액의 상속세 부담을 이유로 김 전 대통령의 '동교동 자택'을 일반인에게 매각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한국 현대사의 자취가 담긴 공간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 전 의원은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있는 자택 매각과 관련해 "과거에 밝힌 것처럼 상속세 문제 때문에 작년에 매각을 결정한 것이다. 어디까지나 사적인 일이고 아직 최종 정리가 안 된 상황이라 현시점에서는 해드릴 얘기가 없다"고 30일 한겨레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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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걸, ‘상속세 탓’ 동교동 DJ 사저 일반 매각
2019년 6월14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장례예배 당시 촬영한 서울 동교동 김 전 대통령 자택 내부. 이 여사 영정 너머로 김홍걸 전 의원(오른쪽 두번째)이 보인다. 한겨레 자료사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셋째 아들인 김홍걸 전 의원이 거액의 상속세 부담을 이유로 김 전 대통령의 ‘동교동 자택’을 일반인에게 매각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한국 현대사의 자취가 담긴 공간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 전 의원은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있는 자택 매각과 관련해 “과거에 밝힌 것처럼 상속세 문제 때문에 작년에 매각을 결정한 것이다. 어디까지나 사적인 일이고 아직 최종 정리가 안 된 상황이라 현시점에서는 해드릴 얘기가 없다”고 30일 한겨레에 밝혔다. 김 전 의원은 “(매입자들이) 일단 두 분 어르신(김대중 전 대통령 부부)들께서 쓰시던 공간은 일부 보전하여 유품을 전시해주기로 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의원에게서 100억원에 동교동 자택을 사들인 이들은 3명인데 동교동 인근에서 전국 규모의 프랜차이즈 제빵 학원을 운영하는 사업가들로 한겨레 취재 결과 확인됐다. 역사적 공간이 민간 사업자들에게 맡겨진 것이다.

동교동 자택은 살아있는 현대사의 현장이다. 김 전 대통령은 1961년부터 1995년까지 이곳에 살았고, 2002년 대통령 퇴임 직전 재건축한 이 집으로 돌아와 살다가 2009년 눈을 감았다. 숱한 정치인과 재야 인사들이 드나들었고, 김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민주화 투쟁 시기 투옥과 사형 선고, 가택연금 등의 시간을 보냈다.

2019년 6월14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장례예배 당시 촬영한 서울 동교동 김 전 대통령 자택 1층 접견실에 김 전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 모습을 담은 사진과 미국 타임 등 잡지 표지가 액자로 걸려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2019년 6월14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장례예배 당시 촬영한 서울 동교동 김 전 대통령 자택 2층 침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그러나 2019년 이희호 여사가 세상을 떠나자 ‘동교동’은 형제 간 상속 분쟁으로 얼룩졌다. 이 여사는 2017년 미리 작성해둔 유언장에서 ‘동교동 자택은 김대중·이희호 기념관으로 사용하되, 지자체 등이 매입해 기념관으로 사용하는 경우 보상금 3분의1은 김대중기념사업회에 기부하고 나머지는 형제가 균등하게 상속하라’고 했는데, 이 내용을 두고 차남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과 이 여사의 유일한 친아들인 김홍걸 전 의원 사이에 해석이 갈린 탓이다. 민법상 친아들인 자신이 유일한 법정 상속인이라는 입장을 내세운 김 전 의원이 자택을 상속받고 김 이사장이 처분금지 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갈등이 이어졌다.

동교동 자택을 상속받은 김 전 의원은 이후 15억원가량의 상속세를 납부하지 못해 몇 년간 애를 먹었다. 그는 2020년 동교동 자택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하기도 했다. 등록문화재는 사적 등 100년 이상 원형이 보존돼야 하는 지정문화재와 달리, 개항기 이후 문화유산 중 보존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문화재다. 서거한 전직 대통령의 자택 중엔 서울 신당동 박정희 전 대통령 가옥과 서울 서교동 최규하 전 대통령 가옥, 서울 이화동 이승만 전 대통령 가옥(이화장) 등이 있다. 사저가 문화재로 지정되면 관리를 위한 국가보조금과 재산세 감면 혜택을 받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세상을 떠난 전직 대통령 사저를 국가적으로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 이런 까닭에 정부와 지자체의 재량에 따라 역사적 공간의 처지가 바뀐다. 김 전 대통령이 1996년부터 3년간 살았던 경기 고양시 정발산동 집의 경우 민주당 소속 이재준 고양시장 시절인 2020년 고양시가 매입해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 기념관을 개관했지만, 2022년 국민의힘 소속 이동환 시장이 당선된 뒤 사실상 휴관 중이다. 2022년 조수진 전 국민의힘 의원이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동교동 자택 매입을 제안하기도 했으나, 이 또한 미납한 상속세 때문에 근저당이 설정돼 있어 반려됐다.

김 전 대통령 개인을 넘어 민주화의 상징과도 같은 동교동 자택이 일반인에게 매각됐단 소식에 야당에서도 한탄이 나오고 있다. 뒤늦게 매각 사실을 알게 됐다는 동교동계의 한 정치인은 한겨레에 “부끄럽고 가슴아프게 생각한다. 저도 죄인이다”라고 말했다.

2019년 6월14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장례예배 당시 촬영한 서울 동교동 김 전 대통령 자택 1층 접견실에 김 전 대통령의 연설이 담긴 비디오테이프 등이 놓여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2019년 6월14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장례예배 당시 촬영한 서울 동교동 김 전 대통령 자택에 김 전 대통령의 가족 사진이 인쇄된 도자기가 놓여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2019년 6월14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장례예배 당시 촬영한 서울 동교동 김 전 대통령 자택 1층 접견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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