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규모? “몰라” 가용자금? “정확치 않아”…속 터지는 대응
금융당국 “구영배 말 신뢰 못 해…검찰 수사 의뢰”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이커머스 업계를 뒤흔든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의 핵심 당사자인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사태 발발 일주일여 만에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구 대표는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내놓겠다"며 사태 수습의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정확한 피해 규모를 알고 있지 못하고, 구체적인 자구책을 묻는 질의에는 애매모호한 대답을 내놓아 재차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구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국회 정무위의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관련 긴급 현안 질의에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와 함께 출석했다. 이번 사태가 벌어진 뒤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 선 것이다.
구 대표는 "이번 사태에 피해를 입은 고객과 판매자,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저희로 인해 야기된 사태 때문에 열심히 노력해주시는 정부와 관계자분들께도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티메프 정산 대금을 위시플러스 등 계열사 인수 등에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일시적으로 티몬 위메프까지 동원해 자금을 투입했지만 한 달 내에 상환했다. 정산 사태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구 대표는 자신의 지분을 활용해 사태 수습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큐텐 지분 38%를 갖고 있고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내놓겠다"고 했고, "지난 2주 동안 제 지분을 담보로 어떻게든 자금을 마련하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구 대표는 사태 정산화를 위한 정부 지원을 호소했다. 그는 "현재 비즈니스가 중단된다면 저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며 "약간만 도와주시면 (이번 사태를) 반드시 정상화시키고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 대표는 티메프 미정산 사태로 인한 피해 규모와 그룹 차원의 구체적인 자구책을 묻는 질문에는 "보고받지 못했다"거나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다"는 등의 회피성 대답을 해 의원들의 원성을 자아냈다.
구 대표는 '큐텐 그룹에서 동원 가능한 시재가 얼마인가'라는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의 질의에 "그룹에서 최대한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800억원인데 바로 투입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했고, '피해 규모를 정확하게 추산하지 못하고 있나'는 질의에 "그렇습니다"며 고개를 숙였다.
또 6~7월 판매분을 감안한 구체적인 피해 규모를 묻는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서도 구 대표는 "죄송하다. 실제적인 자금 운영과 관련해선 보고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류광진 티몬 대표와 류화형 위메프 대표 또한 "(정산과 관련해) 직접 관여하지 않고 공유 받지 못하다. 6~7월분 금액은 금융감독원과 협의 하에 파악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기업 회생을 위한 구체적인 자구책을 묻는 질의에는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지분 소각을 통한 사적 재산 출연은 의미 없고, 시장 불신 탓에 대규모 자본적 충전을 할 방법도 없고, 재평가 할 자산도 없는데 어떻게 상황을 컨트롤할 수 있느냐'는 취지로 물은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이렇다 할 답변을 하지 않았다.
대신 구 대표는 "벤처기업에 대한 평가는 그 회사의 잠재력과 비전으로 평가받는다. 시간을 주시면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 의원은 "논리적인 이야기를 하라"며 "자력갱생이 가능하다는 데 대한 정확한 답을 내놓아야지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답변만 하니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큐텐과 위메프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는 입장이다. 함께 현안질의에 출석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큐텐 자금 추적과정에서 드러난 강한 불법의 흔적이 있어서 검찰에 주말 지나기 전 수사의뢰를 해놓은 상태고 주요 대상자에 대한 출국금지 조처 등 강력조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이 원장은 구 대표와 관련해 "최근 저희에게 보인 행동이나 언행을 고려할 때 양치기 소년 같은 행태들이 있기 때문에 말에 대해 신뢰하지 못한다"며 "큐텐 측의 가용자금이나 외부로 유용된 자금이 있는지와 규모를 파악해 책임재산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티메프 양사는 전날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이날까지 파악된 약 2100억원 상당의 미정산액이 지급 정지됐다. 정산기일이 다가오는 거래 건을 고려하면 미정산액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그간 거래 규모를 추산할 때 미정산 금액이 최대 1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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