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기술株 브레이크… `갈팡질팡` 길 잃은 투자자

신하연 2024. 7. 3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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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AMD 등 AI주 하락세
거품론 우려·어닝쇼크 등 영향
투자자예탁금, 이달 4조 이상 이탈
[연합뉴스 제공]

올 상반기 상승 랠리를 주도했던 미국 인공지능(AI) 반도체 종목의 주가가 주춤하면서 서학개미들의 질주에도 제동이 걸렸다. 뚜렷한 상승 종목을 찾지 못하면서 투자 자금이 갈 곳을 잃은 모양새다.

30일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지난 29일까지 미국시장에서 6억1507만달러(8517억원)어치를 순매수 했다.

지난 달(6월 1~30일) 순매수 규모인 21억1274만달러(2조9261억원)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이달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3배 불 셰어즈'(DIREXION DAILY SEMICONDUCTORS BULL 3X SHS) ETF다.

하지만 순매수 금액은 4억5092만달러(6263억원)로, 지난 달 개인이 엔비디아 주식 11억2388만달러(1조5561억원)어치를 사들였던 것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엔비디아 보관금액은 지난 26일 기준 115억4050만달러(15조9813억원)로, 애플(128억9898만달러, 17조8625억원)에게 다시 1위를 내줬다. 이 외에도 개별 종목 중에서 애플(1억3140만달러), 브로드컴(1억589만달러), 나이키(9990만달러) 등이 매수 우위를 보이긴 했지만 매수 강도는 약하다.

엔비디아를 필두로 주요 반도체 종목 주가가 출렁이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 주가는 최근 일주일(23~29일) 새 10% 가까이 하락 중이다.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2조7424억달러로, 연중 최고점(3조3319억달러, 6월 18일 종가 135.58달러) 대비 5895억달러(817조원) 가량 증발했다.

같은 기간 슈퍼마이크로컴퓨터(-10.45%), AMD(-9.80%), 브로드컴(-6.34%), TSMC(-5.55%) 등 주요 반도체 종목이 일제히 약세를 보였고 주요 반도체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역시 6.38% 내렸다.

이들 종목이 약세를 보이는 것은 기술주에 대한 '거품' 우려와 실적 실망이 커진 까닭이다.

골드만삭스의 선임 애널리스트 짐 코벨로는 최근 AI 관련 보고서에서 "비싼 가격표에도 불구하고 이 기술은 유용하기 위해 필요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세상이 사용할 수 없거나 준비되지 않은 것들을 과도하게 구축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나쁜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지난해부터 AI에 투자를 쏟아 부었던 주요 빅테크 주들도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매그니피센트 7'(7개 주요 미 테크 기업)에 속하는 테슬라(-9.07%), 알파벳(-7.56%), 애플(-2.74%), 마이크로소프트(-3.91%), 메타플랫폼(-4.93%), 아마존(-0.53%) 등도 일주일 동안 일제히 하락했다.

뉴욕증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미국 종목 하락에 큰 영향을 받는 국내 증시 특성상 국내 주요 종목들 역시 주가가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어서다.

대장주 삼성전자는 이날 전거래일 대비 0.25% 내린 8만1000원에 장을 마쳤다. '8만전자'는 턱걸이 했지만 당분간 글로벌 반도체주 투자심리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하루에만 3.43% 내린 18만8900원에 장을 마쳤다.

특히 전날 애플이 자체 AI 사업에서의 '탈엔비디아' 전략 강화를 시사하면서 엔비디아에 대한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추가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 25일 종가 기준 19만원선으로 떨어지면서 6월 초 이후 처음으로 20만원선을 내준 이후 채 일주일이 되지 않아 18만원선까지 내려앉은 것이다. 지난 일주일 간 낙폭은 6.5%에 달한다.

이처럼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늘면서 주식 투자 열기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투자자예탁금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9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54조원으로, 이달 초 58조3000억원 대비 4조원 이상 빠졌다.

증권가에서도 미국 빅테크 업종에 대한 고평가 우려가 나오는 분위기다.

곽병열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IT업종의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28.6배로 여전히 2021년 고점 수준보다도 높다"며 "시장전체 대비 PER 프리미엄 역시 37% 수준으로 고평가 부담이 상존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또 "단기적으론 자본적지출 상승에 따른 과잉투자와 IT 투자 사이클 주기 상 아직 초반부라는 가능성이 상존한다"면서도 "금리인하 이후로는 성장주나 빅테크 업종보다는 가치주가 상대적인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짚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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