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발 연 1조… 금감원 보험사기와 `끝장전쟁`
수사기관 공조… 단속 강화 속도
업계, 실질적 감소 효과엔 회의적
금융당국이 다음 달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 시행에 맞춰 보험사기 근절을 위한 대응력을 높인다. 보험사기 적발액이 연 1조원이 넘는 가운데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한 조사권 강화와 함께 경찰청 등 수사·관계기관과 공조를 통해 단속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보험사기를 뿌리 뽑겠다'고 공언하면서 보험사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속도를 낼 전망이다.
3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이번 개정안은 다음 달 14일부터 시행될 예정으로, 금융당국의 보험사기 조사권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보험사기가 조직적·지능적으로 진화하는 가운데 보험사기 알선·유인·권유 또는 광고 행위를 하면 10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보험사기 발생하기 전이라도 이를 알선 또는 광고 행위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보험사기 행위 조사 시 국민건강보험공단·근로복지공단 등 관계기관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 보험사기를 알선·권유하는 웹페이지 등의 조사를 위해 인터넷 포털, SNS(소셜미디어) 서비스 제공자를 비롯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관련 자료를 제공받을 수도 있다.
또 보험금 허위 청구나 고의 사고 등 제보 사건 조사에 필요한 요양급여 내역과 산재보험금 부당이득 징수에 관한 자료 등을 확보해 보험 사기 행위를 적극 조사할 계획이다. 보험사기 알선·권유·유인 또는 광고 행위로 의심되는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 요청을 하거나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보험회사는 개정안에 따라 자동차 사고 관련 보험사기 행위로 보험료가 부당하게 할증된 사실을 확인할 경우 보험 계약자나 피보험자에게 할증 사실과 보험료를 환급받을 수 있다는 내용 등을 의무적으로 안내해야 한다.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실질적으로 보험사기 적발 감소 효과를 낼지가 관건이다. 보험사기 적발액은 매년 증가세로 지난 2022년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한 이후, 2년 연속 1조원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액은 1조11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346억원)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적발인원만 해도 11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강력한 단속에도 보험사기가 줄어들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강하다. 그동안 '솜방망이' 처벌 문제가 꾸준히 지적돼 왔다. 인면수심 범죄 등 보험사기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됐지만, 실형을 선고받은 비중이 크지 않았다. 실제 지난 2022년 보험사기(2017건) 중 1심(형사재판)에서 징역형이 선고된 비중은 22.5%에 그쳤다. 나머지는 벌금형(38.9%)이나 집행유예(약 30%)로 처벌 수위가 높지 않았다.
대법원이 다음 달부터 보험사기 관련 양형 기준을 손보는 작업에 돌입하면서 보험사기 범죄의 특수성을 반영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앞서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4월 기존의 사기 범죄 양형 기준에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의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와 보험사기를 새로운 유형으로 추가하기로 했다.
하태헌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지난 23일 '보험사기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 검토'를 주제로 한 보험연구원 세미나에서 "현행 양형기준은 일반사기·조직적 사기 유형만 설정하고 특별법상 보험사기에 대해서는 양형 기준이 설정돼 있지 않다"며 "보험사기에 대해 별도의 양형 기준 유형을 분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료인이나 자동차정비업자, 보험모집인, 손해사정사, 보험회사 직원 등 관련 전문직이나 보험산업 관계자가 보험사기에 관여하는 경우 보험사기 관련 가중 요소로 설정해야 한다"며 "고의로 사고를 발생하게 하거나 허위로 사고를 가장한 경우, 보험가입 시부터 보험사기 목적으로 다수 보험에 가입한 경우 등 보험사기 관련 가중 요소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성원기자 s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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