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 ‘강간·삭발’ 엽기적 학대한 20대…2심 ‘대폭 감형’ 이유는?

1심 ‘징역 7년’→2심 ‘징역 3년’ 감형…“상당한 금액 공탁하고 합의”

(시사저널=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법원 로고 ⓒ연합뉴스

여자친구를 감금한 채 수차례 강간·폭행하고 이른바 '바리캉'으로 삭발시키는 등 엽기적 학대를 자행한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대폭 감형받았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형사12-3부(김형배·홍지영·방웅환 부장판사)는 강간, 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남성 A(26)씨의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징역 7년형을 선고했던 1심보다 대폭 감형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연인인 피해자가 다른 남자와 만나는 것을 확인하고 화가 나 우발적으로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면서 "(피고인 측이) 상당한 금액을 공탁하고 합의해 피해자 측이 처벌을 원치 않고 있다. 피고인의 부모도 계도를 약속하고 선처를 호소하는 등의 사정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A씨는 작년 7월7~11일 간 경기 구리시 갈매동의 오피스텔에 당시 여자친구였던 B씨를 감금한 채 수차례 강간 및 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이발 도구인 '바리캉'으로 B씨의 머리카락을 삭발해 이른바 '바리캉 감금 사건'으로 명명된 사건이다.

이외에도 A씨는 범행 기간동안 B씨의 나체사진을 찍고 유포 협박을 하거나 "반려견을 죽이겠다"고 협박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얼굴에 침을 뱉고 소변을 보는 등의 엽기적인 학대도 자행됐다. B씨가 바람을 피웠다고 의심하며 그의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 업체에 맡기기까지 했다. 닷새 간 감금당해 있던 B씨는 A씨가 잠든 사이 부모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야 구조될 수 있었다.

1심 재판부는 징역 7년의 엄벌을 택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이 일부 범행을 인정하고 다른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1억5000만원을 공탁한 점은 유리한 정상"이라면서도 "피해자를 감금한 채 가위로 협박하거나 이발기로 머리카락을 자른 채 옷을 벗기고 협박하는 등 죄질과 책임이 무거워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지탄했다.

이후 피고인 측과 검찰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