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이후에도 인파 밀집 대처 미흡…‘팝업’ ‘축제’ 관련 안전 매뉴얼 강화 시급

배시은 기자 2024. 7. 3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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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복합문화공간 ‘에스팩토리’에 인파가 몰려 경찰이 출동해 안전 조치를 하고 있다. X(구 트위터) 갈무리

최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공연장에서 인파가 너무 몰려 행사가 취소되는 일이 벌어지면서 인파 관리를 위한 제도적 수단이 여전히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사장이나 행사 주체가 스스로 밀집도를 조절하고 공간의 용도에 따라 안전 매뉴얼을 촘촘히 마련하도록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취지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8일 오전 12시40분쯤 복합문화공간 에스팩토리에서 음악 공연이 과도한 인파 밀집으로 중단됐다. 서울 성동소방서에 따르면 자정을 넘긴 시간부터 ‘인파가 몰려 압사 사고가 우려된다’는 내용의 신고가 여러 건 접수됐다. 관객 5명이 호흡 곤란 증상을 겪었다. 이들은 안전 조치를 받은 후 귀가했다.

에스팩토리는 옛 섬유 공장 건물 등을 개조한 복합문화공간이다. 공연장·전시회 등으로 쓰이나 상설 공연장은 아니다. 공연법 시행령 제9조에 따르면 공연장 외 시설이나 장소에서 1000명 이상의 관람이 예상되는 공연을 할 경우 재해대처계획을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재해대처계획에는 관람 예상 인원, 안전관리인력 확보·배치계획 등도 첨부해야 한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29일 X(구 트위터)를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해 “공연을 개최하려면 지자체에 재해대처계획을 수립해 신고해야 하는데, 이 같은 신고제는 행정기관의 허가 없이 요건을 갖춘 일종의 ‘통보’만으로 공연 개최를 할 수 있다”며 “안전을 위해 최소한의 규제를 정부에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성동구는 주최사가 신고한 재해대처계획대로 안전 계획을 이행했는지 등을 점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인파 밀집 사고 위험이 있는 공간에 대해 밀집도와 안전 관리 등을 통제할 제도가 없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소방청 안전 매뉴얼은 행사·공연장에서 입석은 1㎡당 5명까지 수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이를 강제하는 법률 등은 없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지 2년이나 됐는데도 인파 밀집에 대응하는 구체적인 매뉴얼이 없다”며 “통상적으로 학계에서는 1㎡당 4명이 넘어가면 사람들이 호흡곤란과 압박감을 느낀다고 보는데, 이런 내용을 참고해 인파를 제한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벌어진 에스팩토리 같이 공연·전시 등 여러 용도로 사용되는 공간은 목적별로 안전 계획을 촘촘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건축법에 따라 건설사 등은 건물을 지을 때 각 목적에 맞게 출입구와 대피 통로 등의 건설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건설 후 원래 목적과 다른 용도로 사용될 경우 상황에 맞는 안전 대처 계획이 필요하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에스팩토리 같이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공간의 경우 공연이나 전시, 체험 등 각 목적에 맞춰서 안전 계획을 더 엄격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각 목적에 따라 몇 명을 수용할 것인지, 무대나 전시장은 어느 규모로 설치하고 출구를 어디에 마련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갑작스레 인파가 쏠리는 팝업스토어가 열리거나 한 건물이 여러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자체와 행정안전부가 관리 감독을 더 철저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팝업스토어가 월 평균 90개 열리는 성동구는 지난달 자체적으로 ‘성동형 팝업 매뉴얼’을 발표했다. 매뉴얼은 “사전 예약 등을 활용해 현장 대기 인력을 최소화하고 현장 인파 관리요원을 배치해달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근거가 없어 의무 사항으로 강제하지는 못했다. 백승주 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최근 트렌드에 따라서 중소규모의 행사가 갑자기 여기저기서 열려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는데도 안전 수요를 행정이 못 따라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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