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쏘고, 우리가 막는다? 與 ‘한동훈 댓글팀’ 딜레마
‘한동훈 체제’ 견제 나선 친윤계는 ‘수사 협조 가능성’ 시사
전대 당시 원희룡 “당내에서 보호할 수 없어” 주장하기도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제기된 한동훈 당 대표의 '댓글팀 운영 의혹'이 '사법리스크'로 번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조국혁신당에 이어 더불어민주당도 한 대표의 '댓글팀 의혹'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여당 지도부는 "저열한 마타도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의혹을 쏴 올린 주체인 친윤(親윤석열)계가 한 대표와 반목하는 가운데, 당 전체가 '단일대오 방탄'에 나설지 확언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도착한 '전당대회 청구서'…野, 한동훈 '줄고발'
한 대표를 둘러싼 '댓글팀 의혹'은 지난 9일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이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을 할 때부터 여론관리를 해주고 우호적인 온라인 여론을 조성하는 팀이 별도로 있었다"고 주장한 후 불거졌다. 방송에서 '그 팀이 법무부 안에 있었나, 아니면 사설로 있었나'라는 진행자 질문에 "밖에 있었다"고 답한 장 전 최고위원은 '근거를 갖고 하는 말인가'라는 추가 질문에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한 대표는 압도적 당심을 업고 당선됐고, 그를 낙선시키기 위해 사용됐던 친윤계의 '댓글팀 카드'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카드가 이제 야권의 '공격 빌미'가 된 모양새다. 전당대회가 끝난 후 해당 의혹을 겨냥한 '줄고발'이 연이어 이어지는 양상이다.
민주당은 29일 한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 및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민주당은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해당 의혹을 제기한 이틀 뒤 한동훈 대표의 '여론조성팀'과 관련한 텔레그램 메시지를 공개했다"며 "해당 여론조성팀은 '선거 전략' 운운하며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의 정치적 개입을 시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당 메시지에는 '장관님께 보고드림'이라고 명시되어 있어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이 해당 메시지들에 담긴 여론조성 동향을 보고받은 정황도 보여준다"며 "한동훈 대표는 당시 국무위원으로서 선거 중립을 엄정히 지켜야 할 신분이었으며, 법무 사무를 관장하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이러한 행위를 방지하는 데 앞장섰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에 앞서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도 한 대표를 공수처에 고발한 바 있다. 사세행은 "한동훈 전 장관은 자신의 정치적 야망 실현과 유리한 여론조성을 목적으로 현직 장관의 직무 권한을 남용했다"며 "조직적으로 댓글팀을 운영하고 위계에 의한 방법으로 언론사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국혁신당도 지난 22일 한 대표를 '댓글팀'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로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자폭 전대'라는 우려가 쏟아질 정도의 치열한 대표 경선에서 압도적 표 차로 당선됐으니, 예상되는 경선 후유증도 부디 잘 극복하길 바란다"며 "이제 잔치는 끝났고, 수사받을 일만 남았다"고 경고했다.
나아가 조국혁신당은 1호 법안으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했다. 한동훈 특검법은 조국혁신당이 22대 국회 1호 당론으로 발의한 법안으로 한 대표의 자녀 논문 대필 의혹, 고발사주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포함하고 있다.
與 '마타도어' 반발 속 '방탄 단일대오'는 물음표
여당은 '마타도어'라며 반발하고 있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제대로 된 사실 확인도, 어떠한 근거도 없이 오직 의혹 하나만을 가지고 무작정 한동훈 대표를 공수처에 고발하고 나섰다"며 "근거랍시고 언급한 것은 특정인이 공개한 출처도 불분명한 메시지뿐이었고, 해당 메시지들을 근거로 확대해석해 정황 운운하며 '정치개입 시사'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국민의힘 전체가 '한동훈 방탄'에 힘을 실을지 확언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변수는 한 대표와 반목하고 있는 친윤계의 속내다. 최근 친윤계는 지도부 구성을 두고 한 대표 측과 기싸움을 벌이는 양상이다. '한동훈 체제'에 불만을 갖고 있는 친윤계로서는 한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를 적극 방어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되레 한 대표를 둘러싼 의혹을 더 발화시키려는 조짐도 보이고 있다. 해당 의혹을 최초 제기한 친윤계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거짓은 없었다"며 수사에 협조할 뜻을 내비쳤다.
장 전 최고위원은 지난 24일 KBC와 인터뷰에서 '댓글팀' 관련 질문을 받자 "새 지도부가 출범했으니 잘하기를 바라고 축하하는 입장에서 이 이야기를 지금 국면에서 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제가 했던 말 중에 사실이 아니거나 거짓인 것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국회에서 (한동훈) 특검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에 협조를 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이 부분이 특검 수사로까지 이어진다면 전 성실히 협조할 것이고 협조가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일각에는 '댓글팀 논란'이 이른바 '김옥균 프로젝트'의 시발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어린 의혹도 제기된다. 김옥균 프로젝트는 갑신정변 때 삼일천하처럼 한동훈 후보가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삼일천하로 끝날 것이란 출처불명의 음모론으로, 지난 전당대회 당시 확산한 바 있다.
실제 댓글팀 운영 의혹을 파고들었던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한 대표가 '댓글팀 논란' 탓에 당권을 잃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기도 했다.
원 전 장관은 지난 15일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에서 "실제로 (댓글팀이) 존재한다면 중대범죄행위다. 드루킹 사건을 떠올리면 이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원 전 장관은 CBS 방송토론회에서도 "(댓글팀 운영이) 사실이라면 (드루킹 사건) 김경수 전 지사처럼 징역 2년의 실형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고, 아무리 당내에서 보호하려 해도 보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만약 친윤계를 중심으로 조직적인 이탈표가 발생한다면 '한동훈 특검법'이 극적으로 통과될 가능성도 언급된다. 이렇게 되면 수많은 재판에도 당이 단일대오로 '이재명 지키기'에 나선 민주당과는 사뭇 다른 상황이 연출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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