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부동 의대생에 '강경책 필요' 목소리…정부 "대학 얘기 듣겠다"
대학들 "9월 되면 유급·휴학 불가피…언제까지 끌려다녀야 하나"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정부가 의과대학생들에게 복귀만 하면 유급은 주지 않겠다고 하는 '당근'을 내건 지 3주가량 지났지만, 의대생들은 돌아올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학 사이에서는 2학기가 시작되는 9월에도 복귀하지 않으면 집단 유급이나 휴학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당근 대신 '채찍'을 들어야 할 시점이 됐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의대생 "복귀 없다" 고수…학업·신상공개 부담도 복귀 걸림돌
30일 대학가에 따르면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은 아직도 학교로 복귀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0일 교육부가 의대생들의 복귀를 독려하기 위해 마련한 '의대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가이드라인)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셈이다.
교육부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각 대학의 유급 판단 시기를 기존 '학기 말'이 아닌 '학년말'인 내년 2월 말로 조정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의대생들의 학습 결손을 보충할 수 있도록 3학기제, 주말수업, 계절학기, 야간·원격 수업을 개설하고, 성적 평가가 완료되지 않은 과목 성적을 미완(I)의 학점으로 두고 정해진 기간에 미비한 내용을 보완하는 'I학점 제도'도 도입할 수 있도록 했다.
복귀하기만 한다면 유급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가이드라인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의대생들은 요지부동이다.
의대생들은 여전히 2025학년도를 포함해 의대 증원 정책 원점 재검토와 집단 휴학계 처리, 의대 실습환경 개선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 등을 요구하면서 강의실에 돌아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수업 거부가 5개월 넘게 이어진 상황에서 유급을 받지 않는다고 해도 학업 부담이 너무 커진 점도 복귀 방해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학기별, 학년별로 수강해야 할 과목·커리큘럼이 정해져 있는 의대 수업 특성상 이전 학기·학년 수업 내용을 충분히 배우지 않으면 다음 학기·학년 수업에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업 복귀 학생의 명단이 공개되는 위험 부담 역시 의대생들의 현실적인 고민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달 텔레그램에는 복귀 의대생의 실명과 학교, 학년이 공개된 채팅방이 개설돼 논란을 빚었다.
이번 사태 초기에는 수업에 참여한 학생에게 전 학년에 공개적으로 대면 사과하도록 하며 단체수업 거부를 강요한 혐의로 한양대 의대생 6명이 입건됐고, 충남대·건양대·경상국립대 3곳 역시 수업 거부 집단행위 강요로 경찰에 수사 의뢰된 상태다.
폐쇄적인 의사 집단에서 두고두고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탓에 복귀하고 싶어도 돌아가지 못할 수 있는 셈이다.
대학 "언제까지 원칙 없이 해줘야 하나…의대생들도 책임져야"
대학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의대생 복귀 유화책 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나 강경책을 써야 하는 시점이 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2025학년도 대입 의대 모집이 재외국민 전형으로 시작한 상황이어서 의대생들의 요구하는 1번 요건인 '증원 원점 재검토'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도 의대생들이 이를 고수한 채 정부와 협의에 일절 나서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들 사이에서는 2학기가 시작되는 9월에도 돌아오지 않은 의대생들은 올해 수업받을 의지가 없다고 보고 집단 유급이나 휴학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의대를 운영하는 한 대학 총장은 "총장들 사이에서 언제까지 이렇게 원칙도 없이 의대생들이 원하는 대로 해줘야 하느냐는 강경한 반응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도 할 만큼 했다"며 "내년 교육 파행은 대학 탓, 정부 탓이 아니라 학생들이 져야 할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탄력적인 학사 운영 방안을 통해 각 대학이 의대생들의 복귀를 설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의사 추가 국가 시행 방안을 주관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적극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제까지 유화책 외 별도의 '플랜B'는 없다고 강경하게 선을 그었던 교육부 역시 정책 방향을 선회할 가능성도 감지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의대생 복귀를 위해 강경책이 필요하다는) 대학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대학들이 규정을 개정하는 상황이고, 규정 개정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나면 대학 이야기를 들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학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기가 이번 주나 다음 주는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porqu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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